[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기화펜의 부작용 사례가 넘쳐나는 가운데 업체들의 교묘한 홍보법이 빈축을 사고 있다.
다수의 기화펜 업체가 ‘KC 인증마크’와 ‘생산물배상 책임보험’을 내걸고 펜을 판매하고 있지만, 실제 소비자 건강에 문제가 생길 시 그에 대한 책임을 교묘히 피해갈 수 있다는 골자다.
기화펜이란 액체 상태의 물질이 기체 상태로 변하는 ‘기화’와 ‘펜(pen)’의 합성어로, 적은 글씨의 잉크가 공기 중 이산화탄소와 반응해 무색이 되는 일명 지워지는 펜이다. 즉, 잉크가 기체 상태로 변해 공기 중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닌 색깔이 바뀌어 눈에 보이지 않게 중화되는 펜이다.
문제는 기화펜의 색 변화를 위해 첨가되는 주성분인 ‘에탄올’, ‘수산화나트륨수용액’이 눈 등 신체에 자극을 줄 수 있다는 것.
안전보건공단 화학물질정보 MSDS에 따르면 에탄올은 ▲눈에 심한 자극 ▲졸음 ▲현기증 ▲반복 노출 시 신체 손상 가능성 등의 위험성을 가졌으며, 수산화나트륨에는 ▲피부 화상 및 눈 손상 등의 유해성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실제로 기화가 되지 않아 유해 성분을 흡입할 일이 없어 괜찮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눈의 불편함과 인후통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는 늘어나는 추세다.
한 소비자는 “요 며칠 계속 기화펜을 썼는데 눈이 침침해지고 목이 붓는 느낌이 들었다”며 “코로나19가 터진 이후 집에서만 공부하고 있으며 환경이 변한 것도 없다. 원인은 이 펜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 소비자들도 “기화펜을 쓰고 눈이 흐려지는 거 같아 한동안 안 썼더니 괜찮아졌다”, “부작용 때문에 기화펜을 안 쓴 지 오래됐는데, 예전에 기화펜으로 문제를 푼 책을 볼 때마다 목이 아프고 기침이 난다”, “기화펜을 쓰고 눈다래끼가 났다. 나 말고도 다래끼가 났다는 사람이 많더라” 등의 반응을 보이며 가지각색의 부작용을 털어놨다.
부작용 사례가 속출하자 다수의 기화펜 업체들은 유해성분 불검출 성적서인 ‘KC 인증마크’와 소비자 건강에 문제가 생길 시 배상해주겠다는 ‘생산물배상 책임보험’을 내걸며 펜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실제 소비자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빠져나갈 수 있는 보여주기식 홍보와 다름없었으며, 펜의 성분을 명확히 밝히고 있는 업체는 찾아볼 수 없었다.
KC마크는 국가통합인증마크로, 안전·보건·환경·품질 등 분야별로 문제가 없다는 인증을 받았을 때 나오는 일종의 성적서다.
모 업체 기화펜 판매 페이지에는 ‘KC 인증마크’ 성적서와 함께 “전부 불검출! 안전한 제품!”이라고 적혀있었으나, 불검출된 성분은 중금속 8대 유해물질인 ▲납 ▲카드뮴 ▲바륨 ▲셀레늄 ▲크로뮴 ▲안티모니 ▲비소 ▲수은 등이었으며 에탄올과 수산화나트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른 KC 인증마크를 내건 업체들도 에탄올과 수산화나트륨에 대해 밝히거나 언급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에 따르면 기화펜은 KC 안전인증 필수 대상이 아니지만, 해당 항목의 시험료를 내면 검사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생산물배상 책임보험은 소비자가 상품 사용 도중 제조업체의 사전 주의의무 소홀로 다치게 될 경우 제조업체가 가입하는 보험을 뜻한다.
보험회사 관계자는 “주로 제조사가 가입하는 보험으로 배상의 책임도 제조사에 있다”며 “판매자가 가입하는 경우 안전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기화펜은 대부분 중국산으로, 해당 보험은 제조사가 해외일 경우 국내 소비자에게 직접 배상하는 등의 의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 소비자는 “인증도 받고 배상도 해준다길래 믿고 구매했는데 배신당한 느낌”이라며 “판매자가 모든 성분을 기재해야 그 성분에 예민한 사람이 피할 수 있는데, 소비자 알권리가 묵살된 기분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