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편지] 부족한 부분을 꿰매주신 재봉사 선생님
[사제편지] 부족한 부분을 꿰매주신 재봉사 선생님
  • 박혜민 양-서진 선생님
  • 승인 2015.02.1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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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진 선생님(왼쪽)과 박혜민 양
[굿모닝충청 박혜민 대전 삼천초등학교 4학년 2반 박혜민] 언제 4학년이 될까? 기다렸는데 금세 4학년이 되었고 2학기가 되었답니다.  전 지금도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셨던 선생님이 생각난답니다. 우리 모두를 사랑해주시고 이해해주시는 착한 분이셨으니까요. 선생님은 마치 엄마처럼 포근한 분이셨어요. 그래서일까요? 우리 반 친구들은 토라졌다가도 금방 친한 사이가 되었죠.

선생님은 슈퍼맨이셔요, 수빈이가 배가 아프다고 엉엉 울었을 때 안고서 보건실로 단번에 날아가셨죠. 우리가 아프면 잽싸게 보건실에 데려다주시는 슈퍼맨 선생님. 우리가 아플 때뿐만 아니라 싸울 때도 슈퍼맨처럼 날아와 막아주셨지요. 어디 그뿐인가요? 친구와 화해하는 것도 잊지 않으셨죠.

선생님은 수업할 때가 가장 재미있어요. 가끔씩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 주시니까요. 특히, 선생님 어렸을 때 일어난 이야기를 들으면 슬프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요. 선생님이 아랫집 친구 물건이 너무 가지고 싶어 훔쳤다고 하셨을 때 저는 ‘선생님이 많이 가지고 싶으셨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쁘다고 생각했어요.

남의 물건을 훔치는 건 도둑질이잖아요. 전 가지고 싶어도 훔치지 않을 거예요. 친구가 아끼는 물건인데 가져간다면 친구는 얼마나 당황스럽고 슬펐겠어요? 선생님은 어렸을 때부터 완벽하신 줄만 알았는데 물건을 훔치시다니…하지만 선생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요. 저도 다른 친구의 물건을 가지고 싶었던 적이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해준 이야기가 생각나 훔치지 않았어요. 훔치면 다른 사람이 속상할 테니까요.

선생님을 만난 뒤로 바뀐 게 많은 것 같아요. 일단, 좋은 친구들이 많아졌어요. 도덕을 배우면서 마음씨도 예뻐진 탓일까요? 지금도 제 주변엔 좋은 친구들이 많거든요. 전 도덕을 배울 때마다 감동적인 걸 보고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 재밌고 감동적으로 책을 읽어 주셔서 머리에 쏙쏙 잘 들어갔어요.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마음도 배우고, 감동적이고 영상도 보여주셔서 제 마음이 바뀐 것 같아요.

서진 선생님이 가장 좋은 이유는 모두의 생각에 공감해주기 때문이에요. 특히, 도덕을 할 때 많은 친구들이 두 개나 세 가지 생각으로 나눠져요. 예를 들어 북한 아이들에게는 돈을 모아 줘야 한다. 아니면, 내가 사먹고 싶은 걸 사먹는다 등을 얘기할 때죠. 내가 좋아하는 것만 사면 북한 아이들에게는 좋진 않아요. 하지만 선생님은 그 어떤 말이든 다 잘 들어 주셔요.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하면서요. 전 평등하게 대해주는 서진 선생님이 정말 좋아요.
3학년이 되어 변한 건 독서예요. 전 책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아침 자습 시간에 책 읽기를 꼭 하게 하셨을 땐 조금 짜증났지만 읽다보니 어느새 책에 빠져들게 되고 어떤 책은 감동적이라서 가슴 아파 찌릿했던 적이 있어요. 책에 관심을 가지니까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선생님 덕분에 책을 조금씩 사랑하게 되었고 학급회의를 할 때 도서부에 들어갔어요. 그러고 보니 확실히 3학년 때부터 책을 읽게 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선생님께 가장 크게 느낀 건 배려예요. 전 배려의 뜻이 뭔지도 몰랐어요. 하지만 선생님께 배우면서 남을 배려하게 되었지요. 선생님은 우리 반 아이들을 챙겨주시느라 선생님은 챙기지도 못했던 것 같아요. 그 시간에 오히려 우릴 더 챙겨 주셨으니까요.

‘아, 이것이 배려구나.’라고 깊게 느꼈을 때는 바로 남자 아이들이 싸웠을 때예요. 선생님이 항상 이렇게 말씀하시거든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봐’ 선생님께서 이 말을 하실 때마다 선생님의 말씀 하나하나가 제 가슴 속에 박혔어요.

‘이것이 배려구나. 남의 입장을 생각해주는 마음. 이게 배려의 성격이구나.’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것, 입장 바꾸어 생각하기, 이기적이게 행동하지 않는 게 배려인 걸 알았을 때부터 전 많이 변했던 것 같아요.

선생님으로부터 아주 중요한 걸 또 배웠어요. 그 건 도덕성이죠. 제게 아주 필요했었던 부분을 서진 선생님께서 채워주신 거예요. 막내인 전 항상 저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아이었어요.

친구들이 나랑 많이 놀았으면 좋겠는데 왜 나를 좋아하지 않을까? 늘 이런 고민들이 자주 생겼어요. 이기적인 마음 때문에 가끔씩 친구들이 밉기도 했어요. 그 건 배려가 부족하고 도덕성이 부족했던 탓이었는데 이제서야 알게 되다니 후회가 밀려왔어요. 하지만 서진 선생님께서 바늘과 실로 제게 부족한 것들을 열심히 꿰매주셨지요. 선생님 앞으로도 좋은  친구들이 더 많아질 것 같지요?

저의 부족한 부분을 바늘과 실로 꿰매주신 재봉사 서진 선생님, 저를 좋은 아이로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전 삼천초등학교 4학년 2반 박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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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멋진 사람, 혜민이에게
수줍어하며 배시시 웃는 모습이 귀여운 혜민아! 선생님에 대한 글을 썼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맙기도 하고 어떤 내용일까 많이 궁금했었단다.
진솔하고 솔직한 편지를 읽고 선생님을 좋게 기억해주는 혜민이에게 참 고마웠어. 선생님이 친구의 물건을 가지고 왔다는 부분에서는 한참을 웃었단다. 선생님이 그 인형 왕관을 친구에게 다시 돌려주었다는 것도 기억하는 것 맞지?! 뭐, 어떻게 기억하든 선생님의 이야기가 혜민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선생님은 만족할게.
그리고 혜민아 그거 아니? 선생님이 혜민이가 쓴 일기를 정말 좋아한 거. 정성스레 꾹꾹 눌러써진 글씨와 알록달록 예쁘게 칠해진 그림을 볼 때마다 선생님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어. 그래서 혜민이 일기를 펴기 전에 오늘은 어떤 글이 써져 있을까,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을까 항상 기대를 하곤 했었지.
이제 곧 한 해가 가고 혜민이는 의젓한 5학년이 되겠구나. 혜민이가 선생님과 있으면서 남을 먼저 생각하고 입장 바꾸어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해주어 참 기쁘다. 지금도 바르고 착한 혜민이가 시간이 지나면 얼마나 더 멋져질지 궁금하구나.
선생님도 더 멋진 선생님이 되도록 노력할테니, 우리 혜민이도 더 멋진 학생, 더 멋진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자.
추운 겨울 아프지 말고, 한 해 잘 마무리하렴. 이만 줄일게.
대전 중앙초등학교 교사 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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