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아닌 공보육 된 지 오래”… 사명감 운운에 교사들 ‘울분’
“공교육 아닌 공보육 된 지 오래”… 사명감 운운에 교사들 ‘울분’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1.04.2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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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굿모닝충청=김지현 기자
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굿모닝충청=김지현 기자

[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사명감 없는 교사라고요? 제가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지도하려고 하면 뭐합니까? 돌아오는 건 학부모들의 기상천외한 민원뿐인데….”

경기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울분을 토했다. 최근 초·중학생들의 기초학력 수준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그 원인이 교사의 부족한 사명감이라는 주장에 억울함을 표한 것.

교사는 “다만 맞춤법이라도 제대로 가르치고 싶어 매일 숙제를 내고 검사를 한 적 있는데, 숙제 검사가 아이들에게 부담이라는 민원이 들어왔다”며 “교사의 열정이 아이들에게 부담이고 스트레스라면서, 사명감으로 기초학력 보장이라니?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코로나19 2년 차, 그동안 진행했던 원격수업의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

한 보도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 교사 96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10명 중 7명이 학생들의 기초학력 수준이 코로나19 전보다 떨어졌다고 응답했다.

단순 덧셈과 뺄셈을 못 하는 학생은 물론, 간단한 문장이나 설명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난독 학생들이 늘었다는 게 교사들의 답변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의 저하된 기초학력 수준이 수면 위로 올랐을 뿐, 일제고사가 폐지됐을 때 이미 예기된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현재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시험을 보지 않는다. 학생들을 성적에 따라 한 줄로 세우는 것은 시대착오적 학력관이라는 이유로 지난 2013년 일제고사가 폐지됐기 때문이다.

학생의 기초적인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실시되는 기초학력 진단평가는 교사의 재량이나 거의 시행되지 않고 있다. ‘도달’과 ‘미도달’로 진단되는 평가에서 미도달 학생의 학부모에게 이 같은 사실을 전달할시, “우리 아이는 부족하지 않다”며 화를 내고 민원을 넣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수원의 한 초등교사는 “진단평가는 부진 아동 확인을 통해 더 늦기 전에 해당 아동을 지도하겠다는 취지에서 진행되는 평가인데, 몇몇 학부모는 ‘부진’이라는 단어에만 꽂혀 화를 내고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동료 교사들도 괜히 긁어 부스럼이라며 학부모에게 결과를 알리지 않는 분위기다”라고 밝혔다.

받아쓰기와 알림장, 일기, 보충수업도 금지됐다. 학생들이 비교당해 상처를 받거나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교사는 “알림장도 학부모에게 직접 핸드폰으로 전달하는 요즘, 선생님들이 사명감 없이 학생들을 방임하고 있어 기초학력 수준이 떨어졌다는 말이 기가 차기도 하고 서럽기도 하다”며 “공교육이 공보육 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내 열정은 아동학대로 치부될 뿐”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과도한 줄 세우기에는 반대하지만, 초등생에게도 시험은 필요하다. 성적은 둘째치더라도 그 시기에 공부하는 자세와 방법을 배운 것이 평생 가기 때문”이라며 “간단하게라도 시험을 치르면서 공부 습관과 함께 집중력, 분석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가다간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 소외계층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학력 격차 문제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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