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기자, 사진 채원상 기자] “오래전, 사람과 나무는 친구였단다”
1988년 개봉한 이래 전 세계 어린이에게 사랑받는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이하 토토로)에서 호기심 많은 장난꾸러기 어린 메이는 숲속 미로를 따라가다 커다란 노거수 밑둥으로 떨어져 버린다.
그곳에서 거대한 숲요정 토토로와 만난 메이.
토토로를 만난 것을 자랑하는 메이 얘기에, 아버지는 토토로가 산다는 거대한 노거수 앞에서 아이들에게 해 준 말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게 해 달라고 빌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애니메이션 토토로의 배경은 50년대 도쿄 외곽의 도코로자와의 사야마 구릉지(狭山丘陵)이다.
영화 초입부의 장면처럼 논 주변 언덕의 신록과 모내기를 위해 가득 물을 댄 논, 논물에 비친 청명한 하늘은 빼어난 풍경을 보여준다.
실제 이 영화를 본 어린이들은 사야마 숲이 도시화로 훼손되지 않도록 ‘토토로의 고향 기금위원회’에서 만든 내셔널트러스트(국민신탁) 운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숲을 지켜냈다.
이 운동은 단순히 숲을 지키는 것에서 ‘인간과 자연의 지속가능한 관계’, 이를 위한 ‘공동체의 협동과 신뢰’를 복원하는 데까지 노력했다.
토토로 아빠가 아이들에게 얘기해 준 ‘친구’관계처럼 말이다.
공주 석송리의 팽나무는 우리와 어떤 사이였을까?
팽나무의 이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늦봄 또는 초여름 날 팽나무는 꽃이 핀 후에 초록색 열매가 열리기 시작한다.
이 열매를 대나무 대롱에 넣고 꼬챙이를 꽂아 공기를 압축해서 밀어내면 “팽”하고 총알처럼 소리 내어 나가는데, 이를 ‘팽총’이라고 한다.
그리고 팽총의 총알 ‘팽’이 열리는 나무라 해서 팽나무.
너무 간단하고 직관적인 이름이 아닐 수 없다.
나무 이름에서부터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하다.
팽나무는 나무의 수세가 강하고 아무 데서나 자랄 수 있는 생명력 등으로 느티나무와 함께 전국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나무이다.
가난한 시절에 놀이가 부족한 어린이들에게 활동하기 좋은 늦봄부터 마을 주변에서 채집한 대나무 대롱을 만들어 총싸움을 한다고 생각하면 팽나무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친근한 나무였을 것 같다.
지금 아이들도 생태체험에서 대나무 대롱으로 물총 싸움을 하는데, 콩알만 한 팽나무 열매를 따서 놀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재미있는 장난감이 있을까 싶다.
더욱이 팽나무 열매를 따기 위해서는 나무를 잘 타야 하기 때문에 팽나무 자체가 놀이터였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인구 절벽 시대의 암울한 농촌에 팽나무 놀이터 하나씩 만들면 어떨까?
비싼 목재 놀이터도 만드는 시대인데, 농촌마다 흔히 있는 팽나무를 중심으로 자연 놀이터와 공원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자연관찰부터 자연놀이가 가능하고 장난꾸러기 메이처럼 “난 무섭지 않아!”라고 의기양양하게 소리치면서 놀 수 있는 놀이터로 말이다.
공주시 정안면 석송리 395-1 : 팽나무 1본 307살, 2021년 기준)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