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교통이 아닌 모빌리티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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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연구원: 팬데믹시대 희망을 말한다] ⑪ 여화수 카이스트 교수
  • 김갑수 기자
  • 승인 2021.05.1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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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대표 인터넷언론 <굿모닝충청>은 충남연구원 그랜드비전 연구단의 ‘팬데믹시대 희망을 말한다’ 포럼을 총 12회에 걸쳐 지상 중계한다.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충남의 백년대계를 설계하기 위한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편집자 주

SF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는 세상은 언제 쯤 가능할까? 여화수 카이스트 건설 및 환경공학과 교수는 그런 날이 머지않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충남연구원 제공/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SF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는 세상은 언제 쯤 가능할까? 여화수 카이스트 건설 및 환경공학과 교수는 그런 날이 머지않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충남연구원 제공/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자동차가 보행자와 대화하는 세상, 교통(Transportation)이 아닌 개인 서비스에 초점을 둔 모빌리티(Mobility)의 시대가 올 것입니다.”

SF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는 세상은 언제 쯤 가능할까? 여화수 카이스트 건설 및 환경공학과 교수는 그런 날이 머지않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여 교수는 10일 오후 충남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펜데믹시대 희망을 말한다’ 포럼에서 ‘스마트시티와 차세대 모빌리티, 그리고 미래도시’를 주제로 강연하며 현 상황과 앞으로의 과제 등에 대해 설명했다.

여 교수에 따르면 스마트시티는 일반적으로 ‘도시 구성 요소들을 인터넷이나 통신수단으로 연결해 데이터를 추출하고, 이를 통해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도시’로 정의되고 있다.

여 교수는 “이 정의를 굉장히 싫어한다. 테크홀릭, 즉 기술에 미친 사람들이 내린 정의이기 때문”이라며 “어떤 삶을 어떻게 개선하는 것이 스마트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사람들의 생각도 모두 다르다. 그래서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화수 카이스트 교수 “스마트는 ‘더 나은 의사결정 또는 최적화’”

여 교수는 인디아, 브뤼셀 등 해외 스마트시티 사례를 언급한 뒤 “공공 와이파이 등에서 모빌리티나 경제 쪽의 개념이 적용되고 있다”며 “남들과 똑같은 스마트시티를 만드는 것에 대해 저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여 교수는 “국토교통부가 데이터를 만들었는데, 테크홀릭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신기술을 빨리 받아들이고 그쪽으로 가고 싶어 하는데, 무조건 그렇게 간다고 해서 우리가 스마트해지는 것은 아니다”며 “제가 생각하는 스마트는 ‘더 나은 의사 결정 또는 최적화’”라고 강조했다.

여 교수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옵션들 중 최고의 옵션이 무엇인지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최적화 능력”이라며 “도시는 삶과 라이프 스타일, 역사, 공간, 장소, 건물, 사회경제 활동 등으로도 볼 수 있지만 저는 ‘인프라 스트럭쳐들의 시스템’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화수 교수는 “국토교통부가 데이터를 만들었는데, 테크홀릭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신기술을 빨리 받아들이고 그쪽으로 가고 싶어 하는데, 무조건 그렇게 간다고 해서 우리가 스마트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여화수 교수는 “국토교통부가 데이터를 만들었는데, 테크홀릭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신기술을 빨리 받아들이고 그쪽으로 가고 싶어 하는데, 무조건 그렇게 간다고 해서 우리가 스마트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여 교수가 밝힌 ‘인프라 스트럭쳐’는 도시생활에 필수적인 도로와 발전소, 상하수도, 철도, 항만, 공항, 교통수단 등 모든 것을 말한다.

여 교수는 얼마 전 윤곽을 드러낸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에 대해 언급한 뒤 “새로운 노선을 결정할 때 어느 노선이 최적인지를 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이런 의사결정은 계획단계→정책단계→운영단계→제어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런 의사결정을 잘 하면 잘 할수록 스마트한 도시에서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여 교수는 과거 ‘유비쿼터스 시티’라는 개념이 유행했던 사실을 소개하고 “엄청나게 많은 센서와 데이터베이스를 깔았는데 과연 우리의 삶이 나아졌나?”라며 “가스비나 전기요금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늘어났다. 의사결정을 똑똑하게 하면 관리비를 줄일 수 있다. 시민들의 비용을 얼마나 줄여줬는지를 보면 스마트해졌는지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도시’라는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 실제 시민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여 교수는 또 4차 산업혁명의 3대 요소로 ▲지능화(AI) ▲연결성 ▲자동화를 꼽은 뒤 “로봇이 나를 대신해 일하는 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축복이자 저주이기도 하다. 노동이라는 인간의 가치를 증명할 방법이 없어지는 만큼 굉장히 큰 사회적 변화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사회에서 내가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가에 대한 더 큰 물음이 나올 것이다. 이는 굉장한 저주라 생각한다”는 유 교수는 “이것을 저주로 만들지, 반대로 축복으로 바꿀 것인지는 전적으로 여러분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중 자동화는 축복이자 저주…여러분의 몫”

여 교수는 스티븐 스틸버그 감독이 만든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 2017년)’과 관련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그 안에서 모든 활동들이 일어나는 것이다. 굉장한 수작”이라며 “실제 세계에서 뭔가를 했다면 가상 세계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말했다.

여 교수는 “‘디지털 트윈’은 기계공학에서 나왔다. 미국의 GE가 이를 굉장히 잘 했다. 기관차와 항공 엔진을 잘 만들었는데 만약 문제가 생길 경우 엄청난 돈을 물어내야 했다”며 “안전에 취약한 제품을 만들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디지털 트윈 기술에 집중했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문제를 극복했다”고 말했다.

여화수 교수는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는 것이 스마트시티의 핵심 기술”이라며 포트홀 발생 시 이를 해결하는 방식인 ‘반응형 관리’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여화수 교수는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는 것이 스마트시티의 핵심 기술”이라며 포트홀 발생 시 이를 해결하는 방식인 ‘반응형 관리’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여 교수는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는 것이 스마트시티의 핵심 기술”이라며 포트홀 발생 시 이를 해결하는 방식인 ‘반응형 관리’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여 교수는 “스마트시티에서는 반응형 관리를 하면 안 된다. 비용이 굉장히 많이 올라간다. (반면) ‘내일 할 일을 오늘 하자’는 것이 선제적 관리”라며 “가장 쉬운 것은 전구를 교체하는 것이다. 수명이 대충 정해져 있을 경우 이를 교체한다면 선제적 관리에 성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 교수는 “아쉽게도 우리나라 인프라 대부분은 반응형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선제적 관리는 많지 않다. 정확하게 주기가 얼마인지를 알아야 가능하다. 새로운 방법이 예측적 관리”라며 “미래에는 새로운 관리 방법이 나올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결합되면 완전히 자동화가 이뤄질 것이다. 로봇이 예측하고 직접 관리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20~30년 후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 교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을 모아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이다’라고 예측하는 것이 시뮬레이션이다. 이를 통해 예측하고 보완할 수 있다”며 “미래에는 데이터 기반 예측과 시뮬레이션 기반 예측을 같이 쓰는 방식이 주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응형 관리로는 한계…로봇이 예측하고 직접 관리 수행할 것”

여 교수는 이 대목에서 구체적인 활용 방안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 한 대와 보행자 한 명의 궤적을 보면 사고를 예방하고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 교수는 또 서울과 세종에서 이뤄진 모빌리티 패턴 분석 사례를 소개하며 “서울의 경우 지하철에 집중돼 굉장히 단순한 반면, 세종은 매우 복잡하다, 제2의 우버 같은 기업을 창업할 경우 이런 패턴 등을 분석하지 않는다면 망하기 십상”이라고 조언했다.

“만약 여러분이 강원도에 가고자 할 경우 특정 도로에서 사고 발생 확률이 굉장히 높다고 하면 굳이 그 도로로 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특히) 어느 지점에서 사고가 발생해 사망할 가능성이 높고, 여러분이 도로공사 사장 등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 순찰차를 보내거나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야 사고를 줄일 수 있다.”

여화수 교수는 서울과 세종에서 이뤄진 모빌리티 패턴 분석 사례를 소개하며 “서울의 경우 지하철에 집중돼 굉장히 단순한 반면, 세종은 매우 복잡하다, 제2의 우버 같은 기업을 창업할 경우 이런 패턴 등을 분석하지 않는다면 망하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여화수 교수는 서울과 세종에서 이뤄진 모빌리티 패턴 분석 사례를 소개하며 “서울의 경우 지하철에 집중돼 굉장히 단순한 반면, 세종은 매우 복잡하다, 제2의 우버 같은 기업을 창업할 경우 이런 패턴 등을 분석하지 않는다면 망하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여 교수는 “과거에는 교통신호 제어에 알고리즘을 사용했었다. 지금은 이 일을 인공지능이 대신하고 있다. 광역신호 제어의 경우 알파고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며 “(다만) 한 지역 내의 신호를 먼저 최적화 하고, 다른 지역으로 ‘자동차 300대를 보낼게’라며 딜 하는 개념으로 처리한다면 서울 같은 큰 지역의 신호도 제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여 교수는 그러나 “그럴 경우 출‧퇴근 시간 10~20분 정도는 줄일 수 있지만 그럴수록 교통량은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과거 경기도 분당의 사례를 소개한 뒤 “제일 좋은 방법은 세종시처럼 도시를 분산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 교수는 미래 모빌리티와 관련 “자율주행 자동차가 정확하게 언제 초고레벨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장담 못한다. 당초 예측대로라면 이미 돼 있어야 한다”며 “과거 마이크로소프트는 차량끼리 서로 대화한다고 해서 ‘카톡’이라고 했었다. 앞으로는 차와 차, 차와 보행자가 대화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 차와 차, 차와 보행자가 대화하는 세상 올 것”

여 교수는 “자율주행 자동차 역시 2027년에서 2030년 정도는 돼야 완전히 사람의 간섭 없이 주행할 있을 것이다. 얼마 전 구글 사장이 물러났다. 자율주행 자동차 사업이 굉장히 부진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녹록치 않다는 것”이라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사람의 목숨 값을 4억 원으로 치지만, 미국은 40억 정도로 따진다. 우리나라의 안전 문화가 발전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 교수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문제점으로 도덕적 판단에 대한 부분을 거론한 뒤 “인간이 아닌 시스템이 생명과 나이, 성별 등을 생각해서 판단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미리 정해진 ‘룰’대로만 다니면 된다. 그러면 결국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늘어날 것”이라며 “세종시 5-1 생활권의 자율주행 셔틀도 정해진 구역만 다니게 돼 있다. 그러지 않고 마구 돌아다닌다면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화수 교수는 “개인적으론 충남을 좋아한다. 적당히 도시도 있고 자연도 굉장히 많다. 이제는 이런 시대적 변화를 도시가 어떻게 수용할 것이냐, 지역 인프라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가 좀 더 스마트한 도시를 만드는 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여화수 교수는 “개인적으론 충남을 좋아한다. 적당히 도시도 있고 자연도 굉장히 많다. 이제는 이런 시대적 변화를 도시가 어떻게 수용할 것이냐, 지역 인프라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가 좀 더 스마트한 도시를 만드는 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여 교수는 도심항공교통(UAM)에 대해서는 “(정부는)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상용화는 2050년은 돼야 가능할 것”이라며 “실제로 이뤄지면 하늘이 굉장히 복잡해지게 될 것이다. 뭔가 땅으로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우산을 들고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여 교수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상당수가 침수되고, 네덜란드의 경우 97%가 물에 잠길 것임을 언급한 뒤 “해수면이 몇 cm 상승하면 얼마가 침수될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연구는 없다. 해안지역 측량부터 다시 해야 한다.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갈 수도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펜데믹 상황 역시 도시의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음을 강조했다.

계속해서 여 교수는 “개인적으론 충남을 좋아한다. 적당히 도시도 있고 자연도 굉장히 많다. 이제는 이런 시대적 변화를 도시가 어떻게 수용할 것이냐, 지역 인프라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가 좀 더 스마트한 도시를 만드는 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며 영화 ‘최종병기 활’의 명대사에 빗대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불굴의 의지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라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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