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라백 만평] 평택항에 스러진 청년노동자,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죽음
[서라백 만평] 평택항에 스러진 청년노동자,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죽음
  • 서라백
  • 승인 2021.05.1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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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의 젊은 노동자가 숨졌다. 평택항 부두에서 300kg의 컨테이너 철판에 깔려 세상을 떠난 이 청년의 이름은 이선호다. 어찌된 일인지 정부와 언론의 관심은 미미하다. 그러는 사이 당진 현대제철소에서는 40대 노동자가 공장기계에 머리가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또 일어났다. '제 2, 제 3의 김용균'은 오늘도 그렇게 정부와 언론에서 외면 받은 채 세상을 떠나고 있다.  

이 모든 사건이 '근로자의 날'(5월 1일)을 전후로 벌어진 일이다. 또렷한 의미의 '노동자의 날'을 두고 굳이 '근로자의 날'이라 칭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대저 노동자에게 제대로 된 보상보다 부지런함(勤)을 먼저 강요하는 풍토는 언제부터였을까.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 중 대표적인 조직의 명칭이 '근로복지공단'이라는 이 역설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산업재해로 세상을 떠난 노동자가 지난해에만 882명(하루 평균 2.4명), 최근 5년간은 무려 4천250여명에 달한다(고용노동부 공식집계). 하지만 주요 선진국에서는 국경일인 '산재 노동자 추모의 날'(4월 28일)이 우리에게는 아직도 '듣보잡'인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근로자의 날이 노동자의 날이 아닌 것이 이상스럽지도 않고, 전국민 휴일이 아닌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노동자들이나 그때그때 누리는 호사로 보이는 현상은 어떠한가. 그러고 보면 정부여당이 정작 중대재해법 처리 과정에서 기업인 눈치를 보다 원안을 누더기로 만든 것은 놀랍지도 않다. 

비슷한 시기 서울 한강에서 대학생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의 본질은 아직도 미스테리고 기자들은 흘러다니는 루머를 주워담아 중계하기만 바쁘다. 언론은 평택항에도 한강에도 가지 않았다. 책상머리에서 가공한 소설은 신문지에 찍혀 결국은 동남아시아로 수출되고 있다.

'주옥'같은 소설을 실었으니 그 신문지가 타고 떠난 배를 '주옥선'이라 하면 어떠할까. 언론은 주옥같지만 노동자는 오늘도 '지옥선'을 타고 있다. 배에 있어도 배를 떠나도 망망대해, 죽음 뿐이다. 


[굿모닝충청 서라백]

"ABC는 그저 알파벳에 불과할 뿐, 정부따위가 감히 규제를...?"

-주옥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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