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첨단기술시대, 인간다움 숙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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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연구원: 팬데믹시대 희망을 말한다] ⑫ 손화철 한동대학교 교수
  • 김갑수 기자
  • 승인 2021.05.17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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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대표 인터넷언론 <굿모닝충청>은 충남연구원 그랜드비전 연구단의 ‘팬데믹시대 희망을 말한다’ 포럼을 총 12회에 걸쳐 지상 중계한다.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충남의 백년대계를 설계하기 위한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편집자 주

손화철 한동대학교 교양학부(기술철학) 교수는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영역을 위협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충남연구원 제공/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손화철 한동대학교 교양학부(기술철학) 교수는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영역을 위협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충남연구원 제공/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사람이 기술을 완전히 통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바뀌기도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때, 그 기술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고려까지 있어야 한다.”

손화철 한동대학교 교양학부(기술철학) 교수는 기술발전이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영역을 위협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17일 오후 충남연구원 4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펜데믹시대 희망을 말한다’ 포럼을 통해서다.

‘기술의 시대, 인간의 자리’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 손 교수는 1차 산업혁명에서 4차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기술발전이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설명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인 문제점 등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손 교수는 먼저 포항시 소재 한동대의 2004년과 2020년 항공사진을 비교한 뒤 “컨테이너항이 생겼고 산이 없어지는 대신 아파트가 건설됐다. 15년 만에 일어난 일”이라며 “성경에는 ‘겨자씨만한 믿음이 있다면 이 산을 저기로 옮길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이런 믿음이 없더라도 불도저만 있으면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손화철 한동대 교수 “기술의 시대, 인간의 자리” 강연

“예수님 시절에는 상상도 못한 일이 오늘날에는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것에 1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이다.

손 교수는 1차 산업혁명(동력의 증강)→2차 산업혁명(동력과 정보의 공간 이동)→3차 산업혁명(암기와 계산력의 증강)→4차 산업혁명(배움과 판단) 등을 살펴본 뒤, 1902년과 1920년 미국 현지 사진을 비교하며 “말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 반면 자동차는 크게 늘어났다. (앞으로는) 사람이 모는 차는 급격히 주는 대신 자율주행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말과 자동차가 같이 다니기 어려운 것처럼 사람이 모는 차와 자율주행차가 같이 다니면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제가 만난 공학자들은 ‘사람이 차를 모는 것이 금지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고도 했다.

손화철 교수는 먼저 포항시 소재 한동대의 2004년과 2020년 항공사진을 비교한 뒤 “컨테이너항이 생겼고 산이 없어지는 대신 아파트가 생겼다. 15년 만에 일어난 일”이라며 “성경에는 ‘겨자씨만한 믿음이 있다면 이 산을 저기로 옮길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이런 믿음이 없더라도 불도저만 있으면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손화철 교수는 먼저 포항시 소재 한동대의 2004년과 2020년 항공사진을 비교한 뒤 “컨테이너항이 생겼고 산이 없어지는 대신 아파트가 생겼다. 15년 만에 일어난 일”이라며 “성경에는 ‘겨자씨만한 믿음이 있다면 이 산을 저기로 옮길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이런 믿음이 없더라도 불도저만 있으면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손 교수는 “말을 타려면 승마장에 가서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처럼, 앞으로는 자동차를 몰고 싶다면 어디 가서 돈을 내고 운전해야 할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 교수는 2016년 3월 세기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경기와 관련 “기계가 도저히 사람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이겼다”며 “빅데이터 기술과 기계학습, 딥 러닝 등을 했다고 하는데, 인간과 동일하지 않더라도 배움과 판단의 과정을 유사하게 모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이 대목에서 독일 출신 철학자 한스 요나스(1903~1993)의 발언을 소개했다.

“오늘날 기술은 인간에 관한 모든 문제-삶과 죽음, 사고와 감정, 행위와 고통, 환경과 사물, 욕구와 운명, 현재와 미래-에 침투해 있다. 다시 말해서 기술은 인간이 지구상에서 영위하는 삶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삶을 위협하는 문제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은 철학의 문제이며, 이른바 기술철학이라고 하는 것이 성립하게 된다. (기술 의학 윤리)…자연을 통째로 없앨 수 있게 된 과학기술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책임의 윤리다. (책임의 원칙)”

“기술은 자연으로부터 사람 보호가 목적…이제는 자연처럼 돼”

손 교수는 “사람들은 기술발전이 계속될 거라 생각한다. 지금은 우리가 못 풀고 있는 문제를 언젠가는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며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모든 걸 사람보다 잘 할 수 있게 될 거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미래의 유망 직업과 사라질 직업을 비교한 뒤 ‘기술예보’라는 개념을 설명했다.

손 교수는 “일기예보에 내일 비가 온다고 하면 ‘비를 안 오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 않고 우산부터 챙긴다”며 “기술발전도 마찬가지다. 본래 기술은 자연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고 다스리기 위해 만든 것인데 이제는 자연처럼 됐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또 지난 2017년 2월 인간과 인공지능이 문학과 비문학 분야 번역 경쟁을 한 결과 인간이 이긴 것에 대한 언론 보도를 소개한 뒤 “번역하는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기계사용 설명서나 아주 간단한 야구 기사를 번역하게 했더라면 인공지능이 훨씬 잘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화철 교수는 “일기예보에 내일 비가 온다고 하면 ‘비를 안 오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 않고 우산부터 챙긴다”며 “기술발전도 마찬가지다. 본래 기술은 자연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고 다스리기 위해 만든 것인데 이제는 자연처럼 됐다”고 강조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손화철 교수는 “일기예보에 내일 비가 온다고 하면 ‘비를 안 오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 않고 우산부터 챙긴다”며 “기술발전도 마찬가지다. 본래 기술은 자연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고 다스리기 위해 만든 것인데 이제는 자연처럼 됐다”고 강조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손 교수는 “유려하고 감동을 주는 것이 좋은 문장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한국말로 써서 영어로 번역했다 다시 한국말로 번역했을 때 똑같이 나오는 것이 좋은 문장일 수도 있다”며 “번역기가 아닌 문장 자체가 후진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령 교수가 2016년 3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이 아무리 좋아져도 인간의 직관력 등은 따라올 수가 없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손 교수는 의문을 제기했다.

“창의력과 도덕성 등을 인공지능이 따라올 수 없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창의력이 없어도 다른 상당히 중요한 능력들을 기계가 대신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세돌이 알파고 이긴 게 대단한 것…도구 만드는 건 인간의 본성”

손 교수는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1대 4로 진 것이 서글픈 게 아니라 이긴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다. 아마도 인공지능을 상대로 이긴 마지막 인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창의적인 인재 1명이 100만 명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하는데 산술적으로 그 1명이 될 가능성이 얼마나 있나? 나머지 얻어먹는 100만 명에 속한다면 서글프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손 교수는 특히 ‘호모 파베르(Homo Faber)’ 즉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는 인간’과 관련 “동물 중에서도 간단한 도구를 만들어 쓰는 경우가 있지만 이를 발전시키지는 못했다. 인간은 돌도끼에서부터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기술의 진보를 이뤄왔다”며 “도구를 만들어 쓰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기술은 인공적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인공성은 인간에게 자연스러운(본성적인) 것이다. 기술이 적절하게 내면화되었을 때 그것은 인간의 삶을 저급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를 높여준다”는 미국 고전 연구자 월터 옹의 발언도 소개했다.

손 교수는 “‘사람이 기술을 만들지만 기술도 사람을 만든다’는 것은 ‘호모 파베르’의 두 번째 역설”이라며 “사람이 문자를 만들었지만 문자는 사람의 삶과 생각을 본질적으로 바꿨다. 기술이 인간의 통제 하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과 동시에, 기술을 단순히 도구로만 취급할 수 없음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손화철 교수는 “‘어떤 세상이 좋은 세상인가?’, ‘어느 방향으로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좋은가?’를 물어봐야 한다. 기술 발전에 공익적 가치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손화철 교수는 “‘어떤 세상이 좋은 세상인가?’, ‘어느 방향으로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좋은가?’를 물어봐야 한다. 기술 발전에 공익적 가치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손 교수는 ‘목적이 이끄는 기술발전’을 강조하며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목적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인간과 사회의 모습에 대한 고민과 좋은 기술의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첨단기술시대의 교육은 인간다움과 좋은 사회에 대해 더욱 숙고해야”

예를 들어 ▲이 기술이 왜 필요한가? ▲이 기술이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를 지탱하는데 도움이 되는가? ▲이 기술이 격차를 완화시키는가? ▲이 기술이 인류의 지속적인 생존과 공존에 도움이 되는가? 등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과학기술 선도국이 되기 위해서는 생각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과학기술 정책 등을 폭넓게 결정하고 고민하는 과정들이 필요하다”며 “어떤 세상이 좋은 세상인가? 어느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좋은가? 이런 것들을 물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교수는 “첨단기술시대의 교육은 천재성과 창의성이 아닌, 인간다움과 좋은 사회에 대한 숙고를 더욱 강조해야 한다. 인간다움을 묻고 존엄을 지키는 데에 천재성과 창의성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며 “인간다움의 숙고와 그에 상응하는 윤리적 판단이 기술 발전을 견인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손 교수는 “‘어떤 세상이 좋은 세상인가?’, ‘어느 방향으로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좋은가?’를 물어봐야 한다. 기술 발전에 공익적 가치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좋기 때문에 하는 기술발전을 가지고 경쟁해야 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지고 생각하면 전혀 다른 방식의 과학기술 정책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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