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바벨탑 쌓듯 쌓는 보문산 '고층' 전망대
[김선미의 세상읽기] 바벨탑 쌓듯 쌓는 보문산 '고층' 전망대
친환경 탄소 중립 내세우며 산림‧경관 훼손, 인지부조화적 발상
고층 전망대 관철, 합의되지 않은 이동수단 밀어붙이기 전초전?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21.05.20 09: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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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산 보운대. 사진=김선미 편집위원
보문산 보운대. 사진=김선미 편집위원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비가 오락가락하는 지난 주말 오후, 보문산 전망대인 보운대에 올랐다. 

김선미 언론인
김선미 편집위원

빽빽이 들어선 아파트를 배경으로 조만간 없어질 한밭종합운동장과 야구장이 내려다보이고 대전역 철도 쌍둥이 빌딩도 보인다. 더 멀리 가물가물, 대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될 준공을 앞둔 신세계백화점 실루엣도 어렴풋이 눈에 잡힌다. 

1995년에 건립, ‘노후’되고 높이가 낮아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타박을 듣는 보문산 중턱(해발 197m)에 위치한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풍경이다. 

노후되고 낮다고 타박 듣는 보운대에 올라 대전 풍경을 바라보다

대전시는 지난 12일 보문산 전망대 신축 계획을 발표했다. 보운대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국내 최초로 50m 높이의 고층 목조 전망대’를 세워 대전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새 전망대 조성에는 125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2022년 3월에 착공, 2024년 6월에 완공할 계획이다. 신축 전망대에는 전망대와 카페, 스카이워크 등 위락, 편의시설 등이 설치된다. 

50m는 평균 층고 2.5m 정도인 아파트 20층과 맞먹는 높이다. 20층 아파트 높이에서 대전 시내를 바라보면 뭐가 그렇게 크게 달라질지 궁금해진다. 

키 낮고 노후된 전망대에서도 대전의 풍광을 즐기는 데는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20층 높이에서 경관을 조망하면 지금은 산등성에 가려 보이지 않는 보문산 남쪽의 풍경이 가슴이 뻥 뚫리도록 활짝 펼쳐지려나. 

대전시, 보문산에 아파트 20층 높이의 고층 목조 전망대 조성

카페와 레스토랑이 없다고 해서 크게 불편하지도 않다. 물과 가벼운 간식이나 샌드위치 한 조각이면 충분하고, 산을 내려오면 널린 게 카페고 음식점이다. 

고층 전망대가 키 낮은 전망대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신기루처럼 보이게 하는 마법의 망원경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산속에까지 고층 인공 구조물을 세우는 것이 자연과 생태계의 훼손을 무릅쓸 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바벨탑을 쌓듯 높게 세운 전망대가 없으면 보문산의 가치가 떨어지는지 말이다. 

보문산 개발을 둘러싸고 환경과 경관 훼손 문제로 논란을 겪은 대전시도 이를 의식한 듯 새 전망대의 친환경성을 내세웠다. 보문산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고 탄소 중립 달성에 기여하기 위해 철근콘크리트에 주요 구조부를 친환경 국산 목재를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환경과 탄소 배출 염려한다면 공사비 125억 원 숲 가꾸는데 사용해야 

보운대에서 바라본 대전시 전경. 사진=김선미 편집위원
보운대에서 바라본 대전시 전경. 사진=김선미 편집위원

물론 일정 부분 개발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대전시가 보문산을 개발하면서 친환경을 내세우는 것은 인지부조화로 비춰질 정도로 옹색하기 그지없다. 그토록 환경과 탄소 배출을 염려한다면 전망대 건립비용 125억 원은 숲 가꾸는데 사용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보문산의 고층 목조 전망대 계획이 발표되자 당장 지역 환경·시민단체들이 산림 훼손과 민관합의 파기 등의 이유로 반발하며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단체들은 16일 성명을 통해 “대전시가 ‘민선 7기 보문산 활성화 민관공동위원회’에서 저층 전망대를 조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는데도 시가 이를 무시하고 아파트 20층 높이의 고층형 전망대를 조성하기로 하는 등 합의를 파기했다”며 대전시의 일방적 행정을 비판했다. 

대전시가 내세운 친환경과 탄소 중립을 무색케 하는 반박이 아닐 수 없다.

지역 환경 시민단체 산림 훼손 민관 합의 파기 반발, 백지화 촉구

한편 산림과 경관 훼손 논란과는 별도로 시가 내세우는 관광객 유치 성공 여부도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전시는 각종 시설을 갖춘 고층 전망대가 조성되면 보문산 관광 인프라 구축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환경 훼손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밀어붙인 고층 목조 전망대 하나로 목조 건축의 선진 사례지가 되고 구름떼 같은 여행객을 불러모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대전이 처한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최근 여행전문 리서치 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가 조사한 국내 여행지 점유율을 보면 대전은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당일 여행은 2.5%로 16개 광역지자체 중 14위, 숙박 여행은 1.2%로 16개 광역지자체 중 15위를 기록했다. 

사실상 꼴찌나 다름없는 최하위권이다. 대전으로서는 인정하기 싫은 아픈 대목이지만 여행지로서 선호도가 높지 않다는 얘기다. 

대전시 국내 여행지로서 선호도 낮아 16개 광역단체 중 최하위권

대전시가 이러한 현실을 모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환경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세우며 20층 아파트 높이의 전망대 신축을 강행하려는 이면에는 다른 숨은 의도가 있지 싶다. 

결국은 민관공동위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베이스볼드림파크와 대전 오월드, 보문산성 등을 연결하는 모노레일 등 ‘이동 수단’ 설치를 밀어붙이기 위한 전초전이라면 지나친 억측일까. 

대전시는 보문산 활성화라는 미명 아래 천혜의 자연환경을 훼손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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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모노 2021-05-20 17:59:23
그늠 환경환경 인근 지역사회발전 주민생각은 안하시나? 사람과 환경이 공존하고 발전하믄되는거지 흙한삽만퍼도 파괴다 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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