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18] 무궁화 이전에 나라꽃이었던 오얏꽃...논산 성동면 원봉초 자두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18] 무궁화 이전에 나라꽃이었던 오얏꽃...논산 성동면 원봉초 자두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1.05.20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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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원상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기자, 사진 채원상 기자] 눈부신 날이었다.

우리 모두는 불꽃이었고

모두가 뜨겁게 피고 졌다.

그리고 또 다시 타오르려 한다.

동지들이 남긴 불씨로

나의 영어는 아직 늘지 않아서

작별 인사는 짧았다.

잘 가요, 동지들.

독립된 조국에서

씨 유 어게인

몇 년 전 인기리에 방영된 ‘미스터 션샤인’의 엔딩 장면에서 의병장이 된 주인공 고애신의 대사다.

구한말 외세 침략과 조선 지배층의 부패에 사대부의 여성임에도 붓 대신 총을 들었던 고애신은 독립을 위해 죽어 간 동지들을 그리워하면서 스스로 다짐하는 내용이다.

드라마의 배경은 구한말 대한제국 시대이다.

나라를 구하고자 했던 양반과 신문물을 배운 지식인, 그리고 여전히 신분제로 고통받던 백성도 함께 지키고자했던 나라는 대한제국. 즉 조선이었다.

드라마 인기로 당시 인기 검색어는 촬영 장소와 소품들이 매주 등장했었는데, 그중 ‘오얏꽃’도 있었다.

고애신을 흠모하던 세 남자들이 흐드러지게 핀 오얏꽃을 보면서 농담을 주고 받는 장면.

고애신의 아버지가 남긴 사진의 뒷면에 ‘오얏꽃이 피던 날에 누구누구와 함께하다’라는 문구에서 오얏꽃이 등장한다.

오얏은 자두나무의 순수 우리말이고, 자두는 자줏빛이 도는 복숭아를 닮았다는 자도(紫桃)에서 유래한 말이다.

재래종 자두는 척박한 땅에서 잘 자란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일찍부터 재배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자두를 부르는 말이 지역마다 달라 서른다섯 개나 있을 정도라니, 오얏나무는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었던 나무인 것은 분명한 셈이다.

오얏나무는 풍수지리와 함께 조선을 건국한 전주 이씨 덕분에 많은 일화가 전해 내려왔다.

천년의 명당이라 생각하고 개성에 수도를 정했던 고려는 점차 국력이 쇠퇴하면서 남경(한양)으로 천도하자는 주장과 장차 이 씨(李)가 남경에 나라를 세울 것이다라는 소문으로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고려 왕실과 지배층은 이 씨 성을 가진 사람을 ‘벌리사’로 임명하여 이 씨를 상징하는 오얏나무를 심어 놓고 무성해지면 베어버리는 일을 맡겼다.

사진=채원상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의도는 불순하지만, 지금의 산림공무원과 같은 ‘벌리(伐李)’라는 벼슬은 ‘번리(樊李)’가 되고, 지금의 번동(서울 강북구)이 되었다는 유래는 조선 건국과 오얏나무와의 관계를 잘 설명하고 있다.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건립되면서 궁궐이나 사대부의 집 후원에는 조경 과실수로 오얏나무가 주로 심어졌다.

오얏나무는 조선보다는 구한말 대한제국의 상징이었다.

바로 이화문(李花紋)으로 상징하는 대한제국의 국장이다.

독립문부터 대한제국을 상징하는 모든 물건과 건물에는 오얏꽃이 새겨져 있다.

즉, 무궁화 이전에 오얏꽃은 나라꽃인 셈이다.

원봉 초등학교의 자두나무 연륜은 올해 기준으로 104살이다.

자두나무가 심어졌을 때는 일제강점기가 시작된 1910년대였을 것이다.

이 시기는 구한말 의병 운동이 와해되어 저항의 근거지가 해외로 옮겨졌을 뿐, 여전히 나라를 찾고자 민중들이 대동단결하여 민족운동의 물꼬를 튼 시기이다.

원봉 초등학교의 자두가 익어갈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탐스러운 과일 따기 체험도 흥미롭지만, 아이들에게 구한말 나라꽃이었던 오얏꽃의 의미를 알려주는 것은 어떨까 싶다.

기록된 역사는 아니지만, 고애신과 같이 젊은이들이 어떻게 나라를 생각하였는지를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미스터 션샤인을 촬영한 ‘논산션샤인랜드’가 가까이 있으니, 현장체험 수업을 추천한다.

논산시 성동면 성동로 552 원봉초등학교 : 자두나무 1본 104살, 2021년 기준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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