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19] 아픈 빈자리를 메워 주는 하얀 목련...논산 양촌우체국 백목련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19] 아픈 빈자리를 메워 주는 하얀 목련...논산 양촌우체국 백목련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1.05.23 10: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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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기자, 사진 채원상 기자] 봄꽃은 말 그대로 봄에 피는 꽃이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따뜻한 햇살에 아지랑이가 보이기 시작하는 이른 봄부터 피는 꽃이다.

미세먼지와 황사로 뿌연 대기, 바싹 마른 건조한 세상에 봄꽃의 향연은 봄을 기다리는 이유다.

무엇보다 꽃봉오리가 북쪽(?)을 바라본다 하여 ‘북향화’, 붓을 닮았다 하여 ‘목필’이란 이름을 가진 백목련이 온 세상을 뒤덮었을 때, 비로소 봄이 왔음을 알게 된다.

백목련은 봄을 알리는 기분 좋은 전령사이면서 우리에게 슬픔과 아픔을 기억하라는 메신저 역할도 한다.

백목련의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비슷하게 생긴 목련나무는 ‘고귀함, 숭고한 정신, 우애’의 꽃말을 가졌다.

잭슨 목련(Jackson Magnolia)이란 목련나무는 부활을 의미한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몇 해 전까지 미국 백악관 뜰에는 잭슨 목련이 있었다.

미국 7대 대통령 앤드류 잭슨 대통령(1829~1837년 재임)은 취임 전 사별한 아내를 그리워하며 백악관에 한 그루의 목련 나무를 심었다.

그 나무가 잭슨 목련이다.

“목련은 아름다움을 뜻하고 봄마다 새로 피어나는 부활을 의미합니다”

2014년 이후 국민 마음 한편에 회한으로 자리 잡은 세월호의 기억.

수백 개의 피지 못한 꽃봉오리를 태우고 바닷속으로 사라진 세월호 참사 이후 방한한 오바마 대통령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세월호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안산시 단원고에 잭슨 목련을 기증하면서 했던 말이다.

매년 백목련이 필 때면 우리 사회는 피지 못하고 진 4월의 슬픔을 되새긴다.

백목련이 신록에서 짙은 녹음으로 바뀌면 우리는 5월과 6월의 아픔도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근현대사는 기쁨보다는 아픈 기억들이 열두 달, 방방곡곡에 퍼져 있을 만큼 사연이 많다.

4월은 세월호 참사뿐만 아니라 수만명이 몰살당한 제주4.3희생자.

5월은 80년도 광주에서 군홧발에 짓밞힌 시민과 학생들.

6월은 나라를 지키다 산화한 수많은 선열들이 있다.

그곳에 백목련은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과 꿈에서라도 다시 만나고 싶어 하는 가족과 슬픔에 젖었던 국민에게 소중한 사람을 기억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양촌우체국 옆, 우뚝 선 백목련 아래에서 양희은의 ‘하얀 목련’을 읊조렸다.

소중했던 사람이 떠나고 남은 빈자리에 하얀 목련이 다시 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봄비 내린 거리마다 슬픈 그대 뒷모습

하얀 눈이 내리던 어느 날 우리 따스한 기억들

언제까지 내 사랑이어라 내 사랑이어라

거리에 다정한 연인들 혼자서 걷는 외로운 나

아름다운 사랑 얘기를 잊을 수 있을까

그대 떠난 봄처럼 다시 목련은 피어나고

아픈 가슴 빈자리엔 하얀 목련이 진다

논산시 양촌면 인천리 401 양촌우체국 : 백목련 165살, 2021년 기준)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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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021-07-27 10:01:50
사진을 좀더 많이 올려주셨으면 좋았을것같아오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