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20] 소사나무가 연출한 분재미술관...태안군 근흥면 용신리 소사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20] 소사나무가 연출한 분재미술관...태안군 근흥면 용신리 소사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1.05.26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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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기자, 사진 채원상 기자] 5월의 태안군 근흥면 일대의 논은 모내기를 위해 물로 가득 차 있다.

괭이갈매기는 짠물에 찌든 깃털을 손보려고 무논까지 날아와서 목욕하고 있다.

트랙터가 지나간 논에는 미꾸라지나 덩치 큰 참개구리를 잡으러 온 백로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학춤을 보여준다.

논 뒤로는 숲과 바다가 있다.

논과 바다가 물로 가득 차면, 하루에 한 번씩 숲들은 섬처럼 보일 것이다.

태안군 근흥면 용신리에 자리 잡은 소사나무 12그루가 자라는 곳도 섬이 되었다.

무논 사이에 낮은 언덕이 홀로 솟아 있고, 그 위에 키 큰 해송과 소사나무가 섬 풍경을 만들고 있다.

검게 보이는 해송 숲 배경에 작고 윤기나는 녹색 잎은 햇살 방향에 따라 반짝이는 모습까지 한 점의 수반(水盤)에 만든 분경(盆景) 같았다.

실제로 소사나무는 우리나라 낙엽활엽수 중에서 단풍나무와 함께 분재로 많이 활용되는 나무이다.

일본 분재 도서를 판매하는 박영철 대표(박서방)는 “소사나무는 해안가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나무라서 화분에 옮겨 쉽게 키울 수 있는 나무이고, 줄기에서 뿌리를 내리게 하는 취목이 용이해서 분재예술가가 생각하는 모양을 만드는데 쉽다”라고 분재 관리에 큰 장점을 가지는 나무라고 평가했다.

이어 박대표는 “자연에서 소사나무의 잎은 다른 낙엽활엽수에 비해 크기가 작으면서도 윤기가 좋고, 나무 껍질의 질감(피질)과 잘 어울려 분에서 키울 때 노거수의 풍채를 표현하는데도 좋다”라고 수목 미학적인 측면에서도 우수한 소재라 덧붙였다.

최근 공원과 카페에 분재를 활용한 공간 연출로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가 많아지는 현상을 인용하면서 박대표는 “분재 예술 활동이 활발한 일본도 한국의 소사나무 분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라는 말도 전했다.

분재는 일본이 예술로 부흥시키고 꽃을 피워 분재 종주국이 되었지만, 동아시아의 역사와 전통에서 본다면 우리 선조들의 반려식물 문화라 할 수 있다.

분재는 오랜 세월 살아 온 노거수의 풍채를 뜰 안에 또는 화분에 들여서 나무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예술 활동이다.

노거수는 오랜 시간 햇살을 받기 위한 경쟁, 거친 바람에 버텨내려고 굵은 뿌리를 땅에 박고 살아가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숙명이다.

결국 노거수를 담아내려는 분재는 나라마다 풍토가 달라 분재예술가에 주는 예술적 영감도 다르고, 분재 작품의 경향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것이 중국, 일본, 우리나라 분재가 다른 이유다.

열두 그루의 소사나무와 배경으로 자리 잡은 검은 해송.

그리고 얕고 평평한 화분이 된 5월의 무논.

산수의 경치를 꾸며 놓은 듯한 모습은 큰 정원도 되었다가 한 점의 분경(盆景)처럼 보이기도 해 나는 이곳을 ‘분재미술관’이라고 부르고 싶다.

태안군 근흥면 용신리 794 : 소사나무 12본, 270살, 2021년 기준)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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