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22] 나무에 희망을 달다...태안 근흥초 회화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22] 나무에 희망을 달다...태안 근흥초 회화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1.06.04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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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기자, 사진 채원상 기자] 홍콩에서 ‘소녀’라는 애칭으로 지은 ‘링링’

2019년 9월 제13호 태풍 ‘링링(LingLing)’은 서해상으로 북상하면서 제주, 호남, 충청, 수도권, 그리고 북한 지역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특히 링링은 비 피해보다는 초속 50m가 넘는 강풍을 동반하여 부러뜨리거나 쓰러뜨린 노거수들이 부지기수였다.

태안군 근흥초등학교의 회화나무도 링링을 비껴가지 못했다.

15m의 높이와 3m의 가슴둘레를 가진 노거수는 390년간 태안군 근흥면의 갯바람을 온몸으로 견뎠어도 거친 링링에 줄기가 부러졌다.

현재는 줄기에서 나온 빈약한 가지들로 본래의 조형미가 사라졌지만, 살아남은 줄기는 여전히 곧고 위풍당당하여 링링 따위는 충분히 이겨낼 풍채로 보였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을 듯이 고결하고 호탕한 기개를 가진 선비처럼 말이다.

실제로 회화나무는 선비들이 좋아하는 나무다.

예로부터 중국인들은 집안에 회화나무를 가꾸면 대학자와 높은 관직의 인물이 나타나 집안을 세우고 자손 대대로 평안하고 행복을 누린다고 믿었다.

중국 궁궐 건축의 지침이 되는 ‘주례(周禮)’에서도 높은 관직인 ‘삼공(三公)’의 자리에 세 그루의 회화나무를 심어 특별 좌석임을 알려주는 표지목으로 삼아 온데서 훗날 출세의 아이콘이 된다.

우리나라도 1820년대에 창덕궁과 창경궁의 전경을 담은 ‘동궐도(東闕圖)’에 회화나무가 버드나무와 함께 등장한다.

주례의 삼공처럼 조선도 조정의 관료들이 집무하는 관청으로 창덕궁 돈화문 주변에 회화나무를 심어 특별한 공간임을 표시했다.

일반 양반 집도 중국의 영향을 받아 집안을 번창시키고 자손 중에 큰 인물이 나오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뜰이나 문 앞에 회화나무를 심었을 만큼 귀하게 여겼다.

즉 궁궐부터 서원과 문묘, 고결한 선비 집 등에 심거나 임금이 공이 많은 사람에게 상으로 내린 곳이어야만 회화나무를 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회화나무의 별칭이 ‘학자수(學者樹)’, ‘길상목(吉祥木)’인 이유다.

100년 전 근흥초등학교가 설립될 때, 학교 구성원들은 무슨 생각으로 회화나무를 심었을까?

나라를 잃은 심정에 어린이들이 ‘나라의 동량’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까?

가난에 찌든 생활에서 벗어나 모두들 출세하기만을 기원했을까?

어찌 보면 회화나무가 상징하는 것은 동전의 앞뒷면 같다.

개인과 가문의 출세만을 생각하고 심거나 뿌리 깊은 나무처럼 차근차근 지식과 인격을 다듬어 큰 인물이 되려고 다짐하면서 심을 수도 있다.

지금의 근흥초등학생들은 태풍 링링으로 부러진 회화나무 가지 위에 새집을 달아줬다.

원래 회화나무가 그랬던 것처럼 많은 새를 품기를 바라는 마음이 보였다.

개인과 가족의 출세를 기원했던 회화나무에서 공존하면서 살아가려는 지혜로운 어린들이 회화나무에 희망을 단 것이다.

태안군 근흥면 용신리 225 : 회화나무 1본, 389살, 2021년 기준)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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