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그후 1년] 피해 가족들이 겪는 첫번째 상처
[학교 폭력, 그후 1년] 피해 가족들이 겪는 첫번째 상처
ⓛ 학교는 우리 자녀를 보호 하지 않는다
"피해 가족들이 요구하는 것은 특혜가 아닌 상처 치유와 위로"
  • 이해준 시민기자
  • 승인 2021.06.09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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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학교 폭력을 당하면, 제일 먼저 학교에 신고를 한다.
이는 학교 폭력 시스템의 가장 기본적인 절차 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자녀들을 보호 해달라는 간접적인 요구이기도 하다.
아들의 학교 폭력 사실 확인서를 작성 하면서 알게된 사실은 현재의 학교 폭력 시스템에서 학교와 선생님이 할 수 있는 권한들이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이다. 단순히, 피해자로 지목된 학생과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에게 사실 확인서를 받는 것 뿐이다.
그들은 학교 폭력 사건에 실체적 진실을 파헤 치지 않는다, 아니 그럴 만한 권한 자체가 없다.
사안 조사를 위하여 아들과 함께 학교에 방문 하였을 때, 학교 폭력 전담 선생님은 앞으로 진행 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처리 절차에 대해서만 기계적으로 대답 할 뿐이었다. 아들이 겪었을 상처에 대해서 그 누구도 걱정해주는 선생님이 없었다. 그들은 그저 절차만 말할 뿐이다.

아들은 엄연한 학교 폭력의 피해 학생이었다. 아들 사건은 경찰에 특수폭행으로 신고 되어 가해 학생들이 입건된 상황이었고, 이미 폭행 사실에 대한 직, 간접적인 실체적 증거들을 모두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선생님도, 아들에게 다가와 얼마나 다쳤는지 물어보거나, 아들의 정신적 충격을 위로해주는 선생님은 없었다.
그들은 그저 기계적 대응으로 일관하며, 아들이 작성하는 사실 확인서를 참관 할 뿐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현재의 학교 폭력 시스템에서 피해 학생은 언제든지 가해 학생으로 지목 될수
있다는 사실이다.
엄연히 아들이 피해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가해 학생들이 폭행을 당했다고 사실 확인서를 작성 하면, 아들도 순식간에 폭행 가해 학생으로 사안 조사가 된다는 사실이다.
가해 학생들이 거짓말을 하거나 증거를 훼손하여도 선생님과 학교는 사실 확인을 할 수 있는 권한 조차 없다. 오직 진술에 의지한 사실 확인서를 통하여 교육청에 보고 할 뿐이다. 실제로 작년 6월 이후, 약 50여건의 학교 폭력 피해 가족들과 상담을 진행하면서 피해 학생의 부모들은 가해 학생들의 거짓 진술로 자녀가 오히려 가해 학생으로 특정 되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안건이 올라갔다는 사실에 큰 분노를 표출 하였다.
사안 조사를 위하여 방문한 학교에서 내가 느낀 것은 학교는 더 이상 아들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학교와 선생님들이 바라보는 학교 폭력에 대한 인식

며칠 전, 중학교 3학년의 딸을 둔 아버님이 학교 폭력 상담을 신청했다.
딸의 감정적 변화를 단순히 사춘기로 치부했었는데, 알고보니 딸은 지난 1년동안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집단으로 괴롭힘을 당했던 것이었다.
딸은 그러한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담임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였고, 담임 선생님과 학교폭력 담당 선생님은 그러한 딸의 요청을 가해 학생과 화해를 시킨다는 명분으로 함께 대면 질의를 했다는 것이다.
즉, 엄연히 학교 폭력이라는 사건이 발생 했음에도, 정상적인 학교 폭력 신고 절차를 따른 것이 아니라, 임의적으로 가해, 피해 학생을 함께 대면 하게 하여 억지로 화해를 유도 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 후에도 딸은 지속적으로 가해학생에게 괴롭힘을 당하였고, 다시 한번 학교 선생님에게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개최 하고 싶다고 요청 했지만, 선생님들은 그러한 요청을 묵살 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 이었다.

상담을 요청한 아버님은 딸의 학교 폭력으로 인한 상처에 분노 했지만, 학교의 선생님들에 대한 분노 또한 컸다. 초기에 학교 폭력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음에도 선생님들의 무책임한 업무 처리로 인하여 딸이 정신적 피해를 더 크게 받았다는 것에 분노 하였다. 이렇듯 학교 폭력 피해 가족들에게 상담을 받다 보면 심심찮게 학교와 선생님들에게 2차적으로 상처 받는 피해 가족들이 많다.

도대체 학교와 선생님들은 왜 그런 것일까?

학교 폭력 담당을 약 5년간 경험했다는 K 모 선생님에 따르면, 학교 폭력 사건을 은폐 하거나, 사안을 축소 하는 경우는 관리자(교장, 교감)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이들은 학교 폭력을 단순히 아이들의 장난으로 인식하는 경우들이 많으며, 학교 폭력이 발생하는 것 자체를 학교의 수치로 인식하는 관리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에는 관리자의 업무적인 지시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 보니, 담당 선생님들은 어쩔 수 없이 관리자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선생님은 학교 폭력 사안에 어쩔수 없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수년간 학교 폭력 담당 교사로 재직했던 또 다른 J모 선생님은 현재의 학교 폭력이 근절되지 못하는 이유는 군대에서 폭력이 사라지지 않는 것과 동일하다고 지적한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교 폭력이 발생되면, 담임 선생님에게 학생 관리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경우들이 있으며, 연초에 지급되는 성과급 자체도 학교 폭력이 발생되지 않는 선생님들이 더 높은 인사 고과 점수를 받다보니, 어쩔 수 없이 은폐 하거나 축소하는 경향들이 암묵적으로 존재한다고도 한다.

이러한 학교의 분위기를 인식하지 못하고, 피해 가족들은 학교와 선생님들이 자녀를 보호하고, 상처를 치료 해줄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을 갖는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괴리감이 크다. 그 괴리감은 피해 가족들에게는 상처로 다가온다. 우리 자녀는 부모가 지켜야 한다.

여전히, 교육당국과 관계자들은 학교 폭력에 대하여 학교와 선생님에게 일임하고 역할을 강조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학교 폭력 시스템을 몸소 체험하고, 여러 피해 가족들과 상담을 해본 나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며 학교 폭력을 실질적으로 해결 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 스러울 뿐이다.

학교에서의 학교 폭력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소 왜곡 되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직업적 소명의식을 가진 선생님들은 우리 주변에 많다.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영향력 있는 존재로서 그 자체가 신뢰 관계로 이루어진 선생님들이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일부 잘못된 인식을 가진 소수의 관리자들과 탁상공론(卓上空論)으로 학교 폭력을 해결 하려는 교육당국의 현실성 없는 정책으로 인하여, 소명의식을 가졌던 선생님들 마저 단순한 교육 공무원으로 전락 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울 뿐이다.

학교 폭력의 피해 가족들은 학교와 선생님들에게 특혜를 요구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자녀가 상처를 극복 할 수 있도록 위로를 해달라는 것 뿐이다.
피해 부모로서 가장 당연하고 기본적인 요구를 중립성에 위배 된다는 논리로 일관 한다면, 
이는 학교와 선생님이 교육 기관과 사회적 지위를 스스로 부정 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생각해보아야 한다.

[아빠가 되어줄게] 저자 / [더나은미래연구소] 소장

[굿모닝충청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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