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6월 첫째 주 은산천과 지천 주변에서 다양한 생물들을 관찰했습니다.
먼저 은산천 둑 길을 걷다가 볕을 쬐고 있는 누룩뱀을 발견했습니다.
늘 보던 뱀이지만, 70센티미터가 넘는 길이는 여전히 징그러운 동물입니다.
누룩뱀이 저를 막는 것이 아니라, 제 발이 안 떨어지는 걸 보면 어른이 돼서도 두렵기는 마찬가지네요.
사진기를 들고 가까이 다가가려 하자 진동 때문인지 누룩뱀은 금세 풀밭으로 사라졌습니다.
강가의 풀밭과 모래톱은 오리들과 물떼새 가족들이 번식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입니다.
5월부터 은산천 주변의 풀밭과 모래톱에는 흰뺨검둥오리와 꼬마물떼새가 알을 품고 있었습니다.
누룩뱀과 같은 포식자들이 알을 좋아하기 때문에 둥지는 주변과 어울리게 지어야 하거나 은폐시켜야 합니다.
아름다운 노란색 눈테를 가진 꼬마물떼새 어미는 경계 소리와 긴장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기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습니다.
6월은 어미 새들이 가장 바쁜 시기입니다. 바로 새끼를 키우는 육아(육추) 기간입니다.
하천과 논 주변의 농촌 마을에서는 먹이를 찾아 날아다니는 어미 새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은산면 시장에 제비들이 가게마다 여러 개의 둥지를 치고 새끼를 키우고 있습니다.
사람사는 냄새를 좋아하는 제비?
실상은 제비가 재물과 복을 가져다준다고 믿는 시장 사람들이 여전히 제비가 둥지치는 것을 귀찮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장 사람들의 관심과 하루에 100여 번의 먹이를 물고 나르는 제비 부모의 수고에 새끼들은 무럭무럭 커 가고 있습니다.
이미 한 번의 새끼를 키운 일부 제비 부부는 추가적으로 알을 낳고 품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부여군 은산면 한 상점 주인은 제비 전문가처럼 다음과 같이 자랑합니다.
"여기 제비는 매년 3번 정도 번식하는데, 주변 논과 은산천에서 벌레 잡아 먹입니다"
" 4월부터 보이기 시작해서 5월에 둥지짓기 시작해서 7월까지 새끼를 키웁니다"
"똥이 지저분하지만, 매년 안 잊고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고맙죠!"
"앞으로도 제비는 우리 동네에 자주 찾아와주면 좋죠!"
하천과 논에서 서식하는 곤충을 주로 잡아 먹는 제비는 그들보다 월등한 비행능력으로 오래 전부터 은산리 상가 주민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은산에는 제비와 같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려는 새들이 있습니다.
수년 전부터 은산IC 주변에 집단번식지를 만들어 논과 하천에서 물고기를 사냥하는 왜가리와 중대백로입니다.
벌써 어린 왜가리들이 둥지를 박차고 나와 직접 사냥하려고 논으로 내려왔습니다.
사냥 경험이 일천한 왜가리는 물끄러미 논만 바라보다 갑자스런 소리에 놀라 혼비백산하며 날아갔습니다.
은산천 주변의 논은 다양한 백로들의 먹이터입니다.
휴식하면서 깃털을 다듬고, 먹잇감이 어디 있을지를 이리저리 찾아다니는 백로들의 삶터가 논이란 걸 새삼 알게 됩니다.
방향을 바꾸어 은산면의 지천으로 갔습니다.
수심이 깊고 바위가 많은 것이 은산천과는 여러모로 다른 하천입니다.
지천에는 천연기념물 원앙이 살고 있네요.
번식이 끝나거나 번식 실패를 한 원앙 수컷과 암컷이 바위에 쉬고 있습니다. 한가로워 보입니다.
그러나 다른 엄마 원앙은 휴식과 먼 모습입니다.
열두 마리의 새끼들을 데리고 이곳저곳에서 먹이를 찾아다니고 있으니까요.
위험한 포식자가 나타나면 흩어지고 다시 모이기를 반복하면서 엄마 원앙은 새끼 원앙을 모두 지킬 기세입니다.
지천 하늘 위에서 금속성 소리가 긴박하게 울립니다.
개구리 사냥에 능한 붉은배새매 수컷들이 암컷을 쫓아다니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지천 주변의 숲에서 번식을 할 것 같습니다.
지천 상류 방향은 계곡성 하천의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하천 위로 솟아있는 바윗돌에는 원앙이나 왜가리 말고도 납작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붉은귀거북이었습니다.
바위마다 붉은귀거북이가 보일 만큼 지천의 일정 구간만으로도 마릿수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
이 생물은 '생태계교란야생생물'로 지정되어 환경부의 관리대상 생물입니다.
매년 부여군은 참게와 다슬기 등의 종묘를 은산천과 지천에 방류하여 내수면 수산자원을 육성하고자 하는데, 먹성 좋은 붉은귀거북이가 싹 쓸어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은산천에서 물총새를 발견했습니다.
정지비행과 다이빙이 뛰어난 물총새의 사냥 모습을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이번에도 담지 못했습니다.
6월은 새끼를 키우는 어미에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날의 연속일 것입니다.
수많은 포식자로부터 새끼들을 지켜내야 하고, 먹이를 수없이 갖다 줘서 빨리 독립시켜야 하는 어미 새에게는 엄청난 체력이 요구됩니다.
원앙처럼 암컷이 홀로 키우거나 제비처럼 여러 번의 새끼를 낳는 경우를 보면 어미의 마음은 인간이나 동물 모두에게 똑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삶은 애처롭지만 건강하게 이겨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