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의 환경이야기] 이스터섬의 진실
[염우의 환경이야기] 이스터섬의 진실
염 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관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1.06.12 2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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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 사진=픽사베이/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인류가 직면한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는 이제 전문가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지혜를 모아 실천하고 이겨내야 할 문제다. 이에 굿모닝충청은 충북 환경운동의 역사로 불리는 풀꿈환경재단 염우 상임이사로부터 환경의 중요성과 더불어 우리지역에서 진행돼온 환경운동의 현실과 앞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 등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염 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환경활동가는 강사가 되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 교감하고 설파하는데 있어서는 강의만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강의는 환경의식을 확산하는 정확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래서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의를 해 왔다. 열정적인 강의를 위해 꽤 노력하고 호응도 얻는 편이다. 수강자 중 한 명이라도 환경운동가로 만들겠다는 목표, 수강자들에게 뭐 한 가지라도 환경실천을 하게 만들겠다는 각오로 임한다. 그래서 같은 주제로 강의를 하게 되는 경우에도 늘 새롭게 준비를 한다. 오랫동안 단골처럼 써먹어 왔던 레퍼토리가 있다. ‘작은 연못’에서 시작하여 ‘이스터섬의 비극’을 거쳐 ‘지구 환경의 위기’로 시야를 확대해 가는 것이다.

‘작은 연못’은 김민기님이 만들고 양희은님이 부른 노래이다.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로 노랫말은 시작한다. 어느 날 붕어가 서로 싸워 한 마리가 떠올랐고, 살이 썩고 물도 썩고 지금은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제한된 공간에서 과도한 욕심으로 인해 분쟁이 발생하면 공멸할 수 있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환경과 평화의 문제가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한반도도 마찬가지이다. 남북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가 깨져 다시 한 번 전쟁이 발발하게 된다면 사람 목숨은 물론 환경 자체가 회복 불가능한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이제 이스터섬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남태평양의 동쪽 끝에 있는 섬이다. 칠레에 속하지만 칠레로부터 3700㎞ 가량 떨어져 있고 면적은 제주도의 1/100 정도인 외딴 작은 섬이다. 서기 900년 무렵 아시아의 폴리네시아인들이 계획적 항해를 통해 이 섬에 처음으로 도착했다. 자원이 풍부하고 기후도 사람이 살기에 적합했다. 고구마를 심고 닭을 기르며 정착에 성공했다. 이스터섬의 대표적 상징물은 ‘모아이’다. 4~10m(큰 경우 20m) 크기에, 무게가 수십톤에 이르는 거대한 석상이다. 돌하르방 같이 부족의 안녕을 기원했던 문화적 유물일 것으로 추정된다. 1722년 네덜란드 탐험가 야코프 로헤벤이 이 섬에 도착했다, 부활절에 발견하였다고 이스터섬이라 불렀는데, 원래의 이름은 라파누이였다. 1800년대 노예상들이 원주민들을 대거 납치해 갔으며 치명적인 전염병이 유입되었다. 그리고 이스터섬에 관한 두 가지 다른 이야기가 생겨났다.

첫째는 ‘이스터섬의 비극’에 관한 이야기다. 내가 오랫동안 그렇게 듣고 믿고 환경교육을 할 때마다 인용해 왔던 내용이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그의 저서 ‘문명의 붕괴’에서 자연환경을 파괴하여 사회기반도 몰락하게 된 대표적 사례로 분석하였다. 한때 인구가 최대 1만5천명에 이를 정도로 번성했다. 하지만 장이족과 단이족 등 부족 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전쟁과 학살로 이어졌다. 모아이를 경쟁적으로 축조하는 과정에서 나무를 사용했고 지속적인 벌목이 이루어졌다. 1700년 무렵 산림의 대부분이 훼손되었고 모든 수목이 멸종되었다. 토양이 침식되어 경작이 어려워지고 야생동물도 사라졌다. 인구수는 2천명대로 감소했고 사람들은 병들고 굶주리고 심지어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풍습이 펼쳐졌다. 유럽인들이 도착했을 때 원주민의 모습은 미개하고 처참한 상황이었다.

둘째는 ‘이스터섬의 수수께끼’에 관한 이야기다. 비교적 최근에 듣고 새롭게 깨닫게 된 왜곡된 진실에 관한 내용이다. 휴먼카인드의 저자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이스터섬에 관한 잘못된 인용과 확대 재생산에 대하여 파헤쳤다.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인간의 모습, 인류의 암울한 미래를 보여주는 완벽한 비유로 조작되었다고 주장했다. 이 섬에 처음 도착했던 야코프 로헤벤는 이곳을 세상의 낙원으로 묘사하였다. 뒤이어 도착한 제임스 쿡 선장도 원주민들이 매우 활기차고 친절했던 것으로 기록하였다. 학자들의 조사와 연구에 따르면 유럽인들이 도착하기 전 까지 이스터섬이 쇠퇴하고 있다는 근거는 찾을 수 없었다. 전쟁과 학살 증거도 확인되지 않았다. 2천여 명이라는 인구는 쇠락하여 감소한 것이 아니라 자연적 증가추세로 볼 때 타당한 인구수였다는 분석이다. 산림을 훼손시킨 주범은 천적을 갖지 못한 폴리네시아쥐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산림이 사라졌지만 원주민들은 새로운 농경을 일구며 삶을 영위하였다. 이스터섬이 쇠락한 것은 이후에 침범한 외부인들 때문이었다.

나는 환경문제를 설명하는 쉽고 명확한 사례로 ‘이스터섬의 비극’을 활용해 왔다. 과도한 욕심과 분쟁으로 환경을 파괴하고 공멸하게 된 작은 연못의 확장판으로 인식하였다. 또한 기후위기에 처한 지구촌의 모습도 이스터섬의 확장판과 다르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어쩌면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사태를 이 지경에 이르게 해 놓고도 각성하지 못하고 있는 인류에 대한 자조의 심정이 컸기 때문이다. ‘환경문제의 심각성과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주된 취지였으니 양념처럼 부연한 사례들의 사소한 오류들은 잊어주세요’라는 안일함은 옳지 못하다. 이제는 이스터섬에 대한 미안함이 커지고 있다. 나를 통해 비극적 이야기만을 접했을 많은 분들께도 죄송스럽다.

붕어와 사람이 뭐가 다를까? 사실 사람이 세상을 망친다는 근거는 넘쳐나지만 붕어가 세상을 망친다는 근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작은 연못의 붕어는 세상을 망치는 사람들에 대한 비유일 것이다. 희망적인 차이점도 있다. 오류를 인식하고 개선할 수 있다는 점, 위기를 인식하고 대책을 모색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이 궁극적으로 다르다. 사실 아직도 ‘이스터섬의 수수께기’는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진실이 무엇인지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지구촌의 사람들에 대한 믿음은 명확하다. 개발과 파괴의 오류를 깨닫고 기후환경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현명한 대안을 만들어가는 긍정적 시나리오를 선택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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