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고장 난 박기자] 남자가 생리통을 경험해 본다면?
[브레이크 고장 난 박기자] 남자가 생리통을 경험해 본다면?
매년 5월 28일 세계 월경의 날
때때로 통증으로 주저앉기도…
  • 박종혁 기자
  • 승인 2021.06.15 10:4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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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릴 적부터 궁금증이 생기면 브레이크가 없었습니다. 얼마나 추진력이 굉장했냐면 업무적으로 막힌 부분을 해결하고자 이등병 때 육군 인사 참모에게 전화해 원활히 처리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궁금증 해결 능력(?)을 바탕으로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봤던 주제들을 깊이 파고드는 기획 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해외 체험 영상. 사진=official.nilla tiktok/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해외 체험 영상. 사진=official.nilla tiktok/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박종혁 기자] 지난달 28일 SNS에서 ‘우연히 생리통을 남자가 체험할 수 있는 법’이라는 해외 영상을 봤다.

해당 영상에서 남성들은 연인의 아픔을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에 생리통 체험에 도전했다.

남성들은 EMS 저주파 전기 마사지기를 활용해 체험했으며, 여성들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통증과 유사한 단계로 기기를 조작해 배에 마사지기를 부착했다.

체험에 도전한 남성들은 전기자극이 시작되자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으며, 엄청난 고통에 신음했다.

반면 남성들이 체험하는 것을 지켜보던 여성들은 마사지기를 떼어 배에 붙이고는 평소 월경통증과 비슷하다며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여성들의 여유로운 모습에 남성들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연히 영상을 본 날은 세계 월경의 날이었다. 이 기념일은 월경에 대한 교육과 위생을 더 신경쓰기 위해 독일의 비영리단체 워시 유나이티드가 지정했으며, 평균 월경 기간인 5일과 월경주기인 28일을 따와 매년 5월 28일을 기념하고 있다.

체험에 사용된 EMS 저주파 전기 마사지기. 사진=/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체험에 사용된 EMS 저주파 전기 마사지기. 사진=/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이에 영감을 얻어 EMS 저주파 전기 마사지기와 생리대를 구매한 뒤 5일간 직접 체험해봤다.

생각보다 큰 고통을 느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생각보다 큰 고통을 느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체험 1일 차

당황스러웠다. 처음 자극기를 배에 붙였을 때의 반응은 SNS 영상 속 남자들의 반응과 다르지 않았다. 온몸이 찌릿찌릿했다.

애석하게도 이날은 법원에 사건 확인을 하기 위해 방문해야만 하는 날이었다.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통증에 신음하자 주변에 있던 선배 기자들은 “괜찮니? 많이 아프면 쉬어야 하지 않겠니?”, “배가 아플 땐 병원에 빨리 가봐야 한다”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에 박기자는 “세계 월경의 날을 맞이해 생리통 체험을 하고 있다”며 해명했다.

그러자 선배 기자들은 “조금 수상하지만 열정적이다”, “이러다가 법원에서 산지 직송으로 잡혀가지 않을까”등의 반응을 보였다.

 

체험 2일 차

이날은 예정된 시위가 모종의 이유로 취소되어 경찰청에서 기획서를 쓰고 있었다.

정적이 흐르던 경찰청 기자실에서 박기자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그만 소리를 내고 말았다.

소리를 낸 즉시 주변 기자들의 이목이 쏠려 오늘도 해명해야만 했다.

해명을 들은 다른 기자들은 “경찰청 철창살이 쇠 철창살인지 안 쇠 철창살인지 궁금하다더니 이제 곧 확인해 볼 수 있겠네”, “망측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에 다른 기자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주변 커피숍의 구석에서 체험활동을 계속했다.

 

체험 3일 차

누군가 쓰레기봉투에 고양이를 넣어 버렸는데 그것을 우송대 학생들이 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세한 내용을 듣기 위해 제보자와 야생동물보호협회 등에 전화해 취재했다.

취재를 마치고 기사를 쓰는데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통증 때문에 집중이 쉽지 않았다.

기기를 부착 후 3일이 지나자 그제야 생리대를 착용하고 있단 것을 깨달았다. 통증으로 인해 제대로신경을 쓰지 못한 것.

유사한 상황을 위해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묻힌 뒤 착용했었는데,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너무나도 찝찝해서 견디기 힘들었다.

 

체험 4일 차

대전 중구에서 대학생들이 시위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느 정도 통증이 익숙해져 평소에 타던 개인형 이동장치를 이용해 취재를 가봤다.

개인형 이동장치로 울퉁불퉁한 길을 주행하면, 발바닥이 불이 나는 것처럼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약 8km를 쉬지 않고 이동하는데 발바닥의 통증과 배의 통증이 너무 심해서 잠시 멈추고 땅바닥에 앉아 쉬어야만 했다.

시위 현장 취재를 마친 뒤 개인형 이동장치의 배터리와 체력을 모두 소진한 박기자는 결국 택시를 타야만 했다.

 

체험 5일 차

이날 낮 최고기온은 33도에 습도 또한 높아 평소보다 더욱 힘들었다.

굉장히 거슬리는 체험기기를 떼어버리고 싶었으나, 여성들은 떼어버릴 수조차 없다는 사실에 그러지 않았다.

이날은 꿈돌이 씨와의 인터뷰를 위해 상당히 먼 길을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해봤다.

더위 속에서는 잘 느끼지 못했지만, 버스의 냉방장치로 인해 생리대 속에 스며들었던 물이 차가워져 더욱 찝찝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5일간의 체험을 마쳤다. 체험 전에는 동생이 해당 기간에 누워만 있는 것이 이해가 안 됐었지만, 이제는 어떤 느낌인지 알았으니 단 것을 사다 주는 등 조금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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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2024-01-15 23:28:22
직접 체험하시는게 대단하세요 기사들 연속으로 읽고 있어요 재미있고 알차요 파이팅하세요!!

ㅁㅁ 2023-11-19 13:07:33
여자친구와 생리통 체험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아무래도 외국영상 대부분이 호들갑떠는 감성이 심하다보니 궁금해서 검색해서 기자님의 기사를 직접 읽어보니 생리통이란게 매우 심하긴 한가봅니다. 여자친구의 생리 기간 때는 심기 건드리지 않고 잘해줘야겠어요

ㅇㅇ 2022-11-10 16:22:59
참기자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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