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23] 태안의 시그니처 이미지, 소나무...태안 마금리 곰솔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23] 태안의 시그니처 이미지, 소나무...태안 마금리 곰솔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1.06.16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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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기자, 사진 채원상 기자] 듬직한 곰솔 아래 정자에 솔바람이 분다.

한적한 지방 도로보다는 너머의 마늘밭이 분주하다.

코로나19로 외국인 노동자가 빠져나간 자리에 허리가 굽은 어르신들이 힘보다는 능숙한 솜씨로 가볍게 마늘을 캐고 있다.

곰솔 보호수를 바라볼 때는 낮은 언덕 위에 복지회관과 정자, 그 옆의 보호수가 홀로 외로이 서 있다는 느낌이었지만, 정자에서 보는 풍경은 수룡저수지를 포함하여 마금리의 농촌 풍경을 모두 담을 것 같다.

거기에 정자 안까지 풍기는 솔내음도 인상적이다.

저마다 강한 인상을 받은 이미지가 각인되어 오랫동안 기억 속에 머무르는 것이 있다.

그것이 애틋함과 그리움으로 남아 다시 만나면 반가움에 눈시울을 적신다.

특히 어릴 적 뛰어놀던 동네의 자연 풍경을 마주하게 되면 함께 했던 인물과 사건이 소환되면서 가슴 한구석부터 미어져 온다.

텔레비전이 없던 시절을 경험한 세대에게는 고향이 그렇다.

이렇게 경관과 정서가 교류하는 장소를 ‘문화경관(cultural landscape)’이라고 한다.

북극과 남극, 사막과 밀림과 같은 원시 자연이 아니라, 농림업 생산을 위해 땅을 개간하고 야생생물과도 적절하게 공생하면서 형성된 공간을 의미한다.

벼농사를 짓기 위해 산이나 하천에서 물을 끌어와야 하는 수리시설, 모내기부터 수확까지 장비가 없던 시절에 일손을 나눠야 하는 품앗이, 자연재해에 합리적 이성보다는 신앙적 태도로 형성된 풍습 등이 문화경관을 형성한다.

그래서 국가나 지역은 모두 나름대로의 독특한 문화적 경관을 가지게 된다.

태안군 소나무도 문화경관이다.

산간 오지가 아닌 해안가에 위치한 태안 안면도의 소나무는 배로 운반하는 것이 용이하고 재질이 우수한 점으로 일찍이 고려시대부터 국가에서 특별 관리해왔다.

조선시대에는 73처를 봉산(封山: 국가에서 벌채를 금지한 산)으로 지정하여 궁궐의 건축재, 배를 만드는 선박재, 왕족이 죽으면 사용하는 관곽재 등의 목재 공급처로 함부로 들어가서 나무를 벨 수 없었다.

이를 위해 조선시대는 수군절도사 관할 아래 별도 관리직인 ‘산감(山監)’을 두어 봉산을 관리할 정도였다.

오늘날도 ‘소나무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관리하여 우수한 소나무 형질을 보호하고 있다.

기자에게는 근흥면의 보호수 곰솔도 안면도의 소나무처럼 뚜렷한 인상을 주었다.

지친 방문자에게 잠시나마 솔바람과 솔내음을 진하게 전해 준 마금리의 곰솔은 그 어떤 이야기보다 좋았다.

태안군 근흥면 마금리 327-1 : 소나무(해송) 1본, 120살, 2021년 기준)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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