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사랑 그리고 내면의 비극
[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사랑 그리고 내면의 비극
  •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 승인 2021.07.02 13: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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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1774년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가 25살에 쓴 소설로, 베르테르가 친구 빌헬름에게 보낸 편지의 형식을 빌려서 사랑의 감정을 묘사한 작품입니다. 내용은 낭만적 사랑을 추구하는 젊은이가 기혼녀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노래한 것입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작자인 괴테 자신의 실연(失戀) 경험과 학우인 예루살렘이 유부녀에게 실연당하여 자살한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쓴 것입니다. 아울러 고독을 즐기고 자연을 사랑하며 천진스러운 사람들에게 호감을 느끼던 젊은 시절의 괴테를 그렸습니다. 

이 작품 속의 매력적인 젊은 청년 베르테르는 여유 있는 집안 출신으로 그림을 그리고 시를 번역할 줄 알고, 법률 지식을 가진 괴테 자신이고, 베르테르가 사랑했던 약혼녀 로테라는 여인은 괴테가 연모했던 살롯테 뷔페라는 실존 인물을 재창조한 것입니다, 

문학사적으로는 독일 낭만파의 이념과 정열이 밑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괴테는 계몽주의가 성숙했을 무렵 태어나서, 창작 활동을 시작한 청년기는 새로운 문학운동이 싹트는 젊은 혈기의 문학운동인 질풍노도(Strum und Drang)의 시대였습니다. 법과 상식을 지키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행동이 시민 사회의 일상이지만 정열적인 사랑과 순수한 열정이 더욱 소중한 당시의 낭만주의적 분위기가 잘 표현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출간되자 당시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소위 ‘베르테르의 열병’을 앓았습니다. 소설 속에 묘사된 베르테르의 연미복과 노란색 조끼가 크게 유행하였고,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자살 모방 심리와 허무주의가 전염병처럼 번지자 출판 다음 해에 금서(禁書)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낙원처럼 느끼는 아름다운 이곳

“훌쩍 떠나오고 나니 얼마나 마음이 가뿐한지 모르겠어. 친구. 인간의 마음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베르테르가 그의 친구 빌헬름에게 쓴 첫 편지는 1771년 5월 4일 이렇게 시작하여 1년 6개월 이상 이어집니다. 그는 친구에게 이곳의 아름다움을 적어 보냅니다. 때는 5월로 싱싱한 청춘의 계절, 나무마다 울타리마다 온통 꽃다발 아닌 것 없을 정도로 주변의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베르테르는 봄날 아침 홀로 자기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제는 책도 읽고 싶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지도나 격려는 필요치 않았습니다.

“골짜기에는 안개가 서리고 태양은 울창한 숲의 언저리에서 서성거리다가 단지 몇 줄기 햇살만이 이 후미진 성소(聖所) 깊숙이까지 스며들고 있다네.”

베르테르는 아름다운 자연을 만든 신에게도 감사했습니다. 자신을 둘러싼 하늘과 땅이 마치 그리운 애인처럼 자신의 영혼 속에서 고요히 숨 쉬는 것을 느끼고 있었으며, 벅차고 생생하게 마음속에 살아있는 이 느낌을 화폭에 옮길 수 없을까 안타까워했습니다.

로테와의 운명적인 만남

한동안 편지가 뜸하다가 6월 16일 편지에서 ‘천사와 같은 여자’를 꺼냈습니다. 그녀를 만났으며 자기 마음을 송두리째 사로잡고 있다고 고백합니다. 어느 날 그 도시에서 무도회를 연다는 것을 알고 참가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는 한 아가씨에게 파트너가 되어 달라고 부탁하고 그녀의 4촌 언니와 함께 무도회장으로 마차를 타고 갑니다. 그런데 또 한사람 주인공 로데를 도중에 태우기로 합니다. 그녀들은 로테가 벌써 약혼자가 있으니 사랑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이릅니다.

로테 집에 들렀을 때, 그녀는 분홍색 리본이 달린 말쑥한 흰옷을 걸치고 열한 살에서 두 살까지 아홉 명의 동생들에게 검은 빵을 나누어 주고 있었습니다. 그는 그녀를 ‘천사 같은 여자’로 묘사하고 완전무결한 사람으로 보았습니다. 총명하면서도 순수하고, 성실하면서도 마음씨가 곱고, 친절하면서도 쾌활하고, 역동적이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진 사람입니다. 

그는 마차가 무도회장 앞에 멈추었을 때 자신이 마치 꿈속에서 붕붕 떠다니는 몽유병 환자 같았다고 고백합니다. 그녀는 춤추기를 좋아하고 더구나 완벽한 춤 솜씨를 가졌습니다. 함께 왈츠를 춘 베르테르는 황홀했던 느낌을 이렇게 말합니다.

“난 마음속으로 깊이 다짐했네. 내가 사랑하는 그녀를, 나아닌 다른 사람과는 춤을 못 추게 할 테다. 그 때문에 내가 어떤 화를 당해도 상관없다.”

그 다음날 아침, 마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갈 때 그녀가 베르테르에게 눈을 붙이지 않겠냐고 묻자, ‘눈을 뜨고 당신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는 잠들 수가 없다’면서 그녀의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고 운명적인 사랑을 예감합니다. 

그는 현재의 집에서 발하임의 로테의 집까지는 반 시간 밖에 거리지 않아 이곳에서 눌러 살고 싶었습니다.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로테의 집에 찾아가서 그녀를 만납니다. 로테에게 가지 못하는 피치 못할 모임이 있으면 하인을 로테네 집에 다녀오라고 보냈습니다. 로테의 곁에 가까이 있다가 온 사람조차도 자기 곁에 두고 싶었습니다.

그는 모든 것이 아름답고 매일매일이 행복했습니다. 오늘 그녀를 만난다고 하는 이 한 가지 소망과 기대 속에 더 바랄 것이 없어집니다. 베르테르는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느낄 때 자연을 비롯한 보이는 모든 것이 사랑 가득한 천국이었고, 덩달아 자신의 존재도 소중한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더구나 로테가 피아노로 곡의 첫 머리를 연주하게 되면 죽고 싶을 정도로 ‘내가 내 이마에 한발의 총알을 쏘고 싶을 때’ 조차도 신비스러운 힘으로 자신의 모든 고통과 괴로움이 깨끗이 사라져 갔습니다.

로테는 환자에게 아주 고마운 존재입니다. 심성이 참 착하여 그녀의 마음은 아픈 환자보다 더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어느 목사 부인이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 순간에 로테가 곁에서 지켜주기를 원하자 방문하여 정중하게 보살핍니다. 환자에게 언제나 상냥하고 쾌활한 눈길을 돌릴 때면 고통이 한결같이 가벼워지고 행복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날 저녁 목사관에서 인생의 즐거움과 괴로움에 대하여 화제가 옮겨가자 우울증에 대하여 자기 의견을 꺼내놓습니다. 베르테르는 행복한 날보다 기분 나쁜 날이 더 많다고 사람들이 불평하지만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하느님의 은총을 고스란히 받아드린다면 설사 불행이 닥친다 해도 충분히 그것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의 행복한 지금의 심정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로테는 우리 스스로의 마음에 달릴 때가 많다면서 마음이 좋지 않을 때는 정원을 거닐면서 몇 곡 노래를 부르면 기분이 전환된다고 말합니다. 베르테르는 그녀의 말에 맞장구치며 우울증이란 일종의 게으름과 같아서 마음을 가다듬고 분발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때문에 참된 기쁨을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내 손가락이 어쩌다 그녀의 손가락에 닿거나 우리의 발이 테이블 아래에서 맞닿거나 할 때면 뜨거운 피가 내 혈관 속에서 얼마나 마구 뛰는지 모른다네.”

“제게 보내시는 편지지에는 모래(번짐 방지용 모래)를 사용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오늘 편지를 받자마자 입술에 갖다 대었다가 그만 모래를 으드득 씹었답니다.”

베르테르에게는 한동안 모든 것이 로테였습니다. 그녀가 눈길이라도 한번 주면 천국이고 그냥 지나치면 지옥에 떨어지는 마음입니다. 한동안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 그는 로테의 마음속에 자신이 두려워해야 할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지만 애써 피하고 싶어 합니다. 

“가끔 로테가 그녀의 약혼자에 대해 뜨거운 애정을 담아 열정적으로 이야기할 때 나는 명예와 지위를 모조리 박탈당하고 대검마저 빼앗겨 버린 사람과 같은 느낌에 사로잡히고 만다네.”

돌아온 알베르트와 관계

한편 일 때문에 도시로 나가 있던 알베르트가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베르테르는 그만 깊은 실의에 빠집니다. 막내아들이 생후 6개월도 안된 한창나이에 죽기 전 로테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면서 집안 일과 아이들을 로테에게 부탁하고 로테를 알베르트에게 맡겼습니다. 알베르트는 기품있고 분별력있는 인물로 침착한 태도는 베르테르의 불안정한 성격과 아주 대조되는 성격입니다. 

알베르트는 어느 면으로 보나 자기보다 나은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로테를 소유하고 있는 것을 눈앞에 두고 본다는 것은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사람들은 그에게 희망이 없다면서 그 모든 정력을 소모시키는 비참한 감정으로부터 벗어나라고 하지만 말하기는 쉬워도 실천하기는 죽기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알베르트가 그녀와 함께 있을 때 자신도 모르게 어릿광대 짓같은 익살을 부리면서 허튼수작을 늘어놓습니다. 그는 감정을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둔 채 로테를 위해서 알베르트와 친분 관계를 맺습니다. 

“인간의 본성에는 한계가 있는 법입니다. 기쁨이나 슬픔, 고통 등도 어느 일정한 한도까지는 견뎌낼 수 있지만 그 한도를 넘어서면 파멸하고 맙니다. 이건 사람이 강하다 약하다 하는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당하고 있는 고통을 어느 정도까지 견디어 낼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어느 날 그 둘은 자살에 관한 찬반양론을 놓고 심한 논쟁을 벌이게 됩니다. 알베르트는 보통의 경우 삶을 포기하는 사람의 마음이 어떤지를 생각지 않고 자살을 의지가 박약한 데서 오는 행동으로 봅니다. 그는 인간의 강한 단면만 보는 것 같아 감수성 깊은 로테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가집니다. 

불안하고 괴로운 날들

인간의 행복을 만드는 것이 동시에 불행의 원천이 될 수 있습니다. 자기를 천국으로 만들어준 것이 이제는 자신을 괴롭히는 마귀로 변하여 떨어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베르테르는 꿈속에서 로테를 찾아 헤매다가 깨어나서 헛되이 그녀를 향하여 두 팔을 뻗고 더듬니다. 하지만 부질없는 자신의 행동과 어두운 미래를 생각하고 흐느껴  니다. 그는 때때로 일을 하고 싶어합니다. 일이 있으면 아침에 그날 하루의 목표를 뚜렷하게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류에 파묻혀 지내는 알베르트가 부럽기도 하였습니다. 이제 무엇인가 환경의 변화를 꾀하고 싶어 합니다. 

로테는 생일을 맞이한 베르테르에게 책 〈호메로스〉와 자신의 분홍색 리본을 선물합니다. 그것이 사랑의 징표로 생각하고 지난날 행복한 추억을 돌이켜 봅니다. 그 리본에다 수없이 키스를 퍼부었습니다. 그는 헛된 공상과 괴로움에서 벗어나려고 산에 올라가서 가시에 찔려 상처를 입고 숲속을 뚫고 걷는 비참한 행동이 오히려 위안이었습니다.

알베르트와 로테 사이에서 불안하고 괴로워하던 베르테르는 그곳을 떠날 결심을 하고 로테와 알베르트에게 작별을 말합니다. 그곳을 떠났지만 행복한 시간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그가 무엇 때문에 일어나야 하며 무엇 때문에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베르테르는 살던 도시에서 떠나와 궁중에서 일을 하지만 함께 일을 하는 공사(公使)와 뜻이 맞지 않아 사이가 벌어집니다. 공사는 고집이 세고 꼼꼼하고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누가 무슨 일을 해줘도 도무지 고마워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 박식하고 높은 식견을 가졌으면서도 좋은 인품에 인정이 많은 C 백작과 알게 되어 위안이 되었고, 그와는 흉금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백작은 산을 넘어가야 하는 나그네처럼 참을 수밖에 없다는 조언에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베르테르는 공사의 일 처리 방식이 우습기 짝이 없어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고, 그냥 적당히 처리하기도 하였습니다. 공사는 그에 대한 불만을 궁정에 보고하였고, 장관으로부터 편지로 가볍게 질책을 받았습니다. 장관은 지나치게 예민한 감수성을 훈계한 다음, 활동이라든가 일처리, 다른 사람에 대한 영향력과 업무에 관한 철저함이 젊은이다운 기개라고 치켜세우면서 일의 효과를 내기 위하여 그것을 살리되 자세를 조금 완화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이 조언 덕택에 용기를 얻고 마음의 평화를 가졌습니다.

알베르트와 로테의 결혼소식

이런 사이에 알베르트와 로테가 결혼했다는 절망적인 소식이 들립니다. 1772년 2월 20일 편지에서 뒤늦게 결혼 소식을 들었다고 불평하면서 자기 역시 누 끼침이 없이 로테의 마음속에 있겠다고 합니다. 

“나는 로테의 마음속에서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나는 언제까지나 그 자리를 유지해 나갈 것이며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만일 로테가 자기를 잊어버리면 미치고 말 것입니다.” 

베르테르는 궁중에 사표를 내고 잠시 어느 현역 장군인 공작 별장에 잠시 머물렀습니다. 실은 전쟁터로 나가려고 했습니다. 그분은 적극 만류하였고 자신도 이것은 열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현실도피라고 생각했습니다. 

공작은 아주 평범한 사람으로 그와의 교제는 잘 쓰인 책을 읽는 이상의 흥미를 불러오지 못했습니다. 이제 다시 로테 곁으로 돌아옵니다. 로테가 알베르트와 결혼했지만 베르테르의 사랑은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그녀를 이토록 깊이, 이토록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이 그녀를 사랑할 수 있으며 그 사랑이 용납될 수 있는가?”

베르테르를 만난 로테는 왠지 그에게 차갑기만 합니다. 점차 감정의 자제력을 잃어 가는 그에게 어떤 농가의 머슴에 관한 이야기가 들려왔습니다. 그 머슴은 그 여주인을 지극히 사랑하고 그녀를 폭력으로 정복하려 했는데 실패하고 오빠라는 사람이 이를 알고 재혼하면 자기 아들에게 돌아올 유산이 없어질 것을 두려워하고 그 머슴을 내쫓았다고 합니다. 베르테르는 그 머슴을 마음으로 동정하는 동시에 그 가엾고 불쌍한 남자가 지닌 결단성을 반도 갖지 못한 자신의 처지에 새삼 한탄을 합니다.

베르테르는 처음 로테와 만났을 때 입었던 푸른색 연미복이 낡아서 다 떨어지도록 입었습니다. 그가 버릴 때가 되자 먼저 것과 똑같이 같은 모양의 깃과 소매에 노란 조끼와 바지도 같은 것으로 새로 맞춥니다. 베르테르와 로테와의 서먹했던 관계도 잠시뿐 그들은 다시 예전처럼 다정한 사이가 되어 시와 음악으로 서로의 감성을 교류합니다. 

그때 베르테르에게 과부인 여주인을 남모르게 사랑하는 고통을 호소하던 그 머슴이 살인을 저지른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다른 머슴이 자기가 사랑한 여주인과 결혼했다면서 그 머슴을 죽였습니다. 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그를 위해 변론할 것을 맹세합니다. 베르테르의 변론은 알베르트마저 동의하지 않았고, 그 사람이 도망치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있더라도 너그럽게 봐달라고 간청했지만 이마저도 좌절되고, 살인자를 옹호한다는 비난만 들었고 결국은 구제하지 못했습니다. 

파멸로 향하는 절망감  

베르테르는 심한 충격을 받고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을 찾지 못합니다. 알베르트는 베르테르의 부질없이 쏟아내는 불행한 정열에 우려를 표하고, 로테에게 만남을 자제할 것을 요청하게 됩니다. 베르테르는 몹시 절망에 빠집니다. 어젯밤에 내린 폭풍우 속에 거세게 물결치는 강물을 보고 괴로움과 슬픔이 휩쓸려 내려가는 기쁨을 상상합니다. 세상을 떠나려는 베르테르의 결심은 더욱 굳어갔습니다. 죽음은 그의 마지막 기대이자 희망이 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마지막 일요일인 12월 20일, 베르테르는 로테를 찾아갑니다. 로테는 자신을 속이고 자진해서 스스로 파멸로 이끌고 있는 마음 상태를 간파하고 한번 손댄 것을 끝까지 고집하는 그 정열과 격렬한 성격을 지적하면서 적당히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러면서 여행도 하시고 여자도 마음 놓고 찾아보라고 권하고, 크리스마스 이브 전까지 오지 말 것을 부탁합니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제정신이 아닐 정도로 흥분되어 방 안에서 거닐거나 장화를 벗지 않고 침대 위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12월 21일 월요일 아침에 베르테르는 로테 앞으로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습니다. 이 편지는 그가 죽은 후 로테에게 그대로 전달되었습니다.

"결심했습니다. 로테. 나는 죽으려고 합니다. 낭만적인 과장도 없이 아주 냉정한 심정으로 당신을 마지막으로 만나게 될 날 아침에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 희망도 없고 기쁨도 없는 존재인 내가 당신 곁에 붙어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소름이 끼칩니다. (···) 당신을 위하여 스스로 몸을 바쳐 희생하겠다는 확신입니다. 우리 세 사람 가운데 누군가 한 사람은 떠나야만 합니다. 내가 그 한 사람이 되려는 것입니다."

베르테르는 하인에게 2, 3일 안에 여행을 떠날테니 짐을 꾸릴 준비를 해달라고 하고, 지불할 곳이 있는 곳에 빠짐없이 계산서를 청구하고, 빌려준 몇 권의 책도 찾아오라고 합니다. 그리고 매주 얼마씩 도와주고 있는 몇몇 가난한 사람에게는 두 달 치를 미리 주라고 일렀습니다. 

편지를 쓴 그날인 12월 21일 저녁 6시 반 쯤 베르테르는 로테에게 찾아갑니다. 베르테르가 찾아왔을 때 롯데가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처음 느낀 경험이었습니다. 베르테르가 방에 들어 왔을 때 돌려보내고 싶었으나 갈피를 잡지 못하였고, 자기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제대로 의식하지 못했습니다. 

로테는 서랍 속에 있는 베르테르가 번역한 〈오시안의 노래〉라는 시를 읽어 달라고 건네줍니다. 로테의 눈에는 눈물이 줄줄 쏟아졌고, 베르테르도 읽던 원고지를 내던지고 로테의 손을 잡고 몹시 흐느껴 울었습니다. 그녀를 가슴에 꼭 껴안은 다음 미치듯이 키스를 퍼붓습니다. 로테는 몸을 뿌리치며 말합니다. 그녀는 사랑이 가득한 눈길을 보내면서 옆방으로 뛰어가 문을 잠가버렸습니다. 아무 대꾸도 없었습니다. 

마지막 유언과 권총 자살

“여행을 하려고 하는데 선생의 권총을 빌려주시겠습니까?“ 
“이 아이에게 권총을 내줘요” 

베르테르의 쪽지를 가진 하인이 찾아왔을 때, 그녀는 극도로 당황합니다. 실의에 빠진 베르테르는 여행을 빙자하여 알베르트에게 호신용 권총을 빌리게 됩니다. 알베르트가 의아스러운 눈초리로 재촉하지 않았다면 더 오랫동안 머뭇거렸을 것입니다. 로테는 말 한마디 못하고 그 불길한 무기를 하인에게 내주었습니다. 로테의 손에 의해 건네진 그 총을 가지고 베르테르는 목숨을 끊습니다.

“권총은 로테 당신의 손을 거쳐왔습니다. 당신이 권총의 먼지를 털어주셨다고요. 당신이 직접 손을 대고 만졌던 권총이기에 나는 천 번이나 그것에다 키스를 했답니다.” 

베르테르는 알베르트와 로테에게 보내는 편지를 남겼습니다. 

“나는 당신의 호의를 악으로 보답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나를 용서해 주겠죠. 나는 당신의 평화를 방해했습니다. 당신들 부부 사이에 불신과 의혹의 씨를 뿌렸습니다. (···) 나의 죽음으로 그대들이 행복해지기 바랍니다. 알베르트 씨! 알베르트 씨! 저 천사를 제발 행복하게 해주십시오.”

그는 로테의 아버지에게 자신의 유해를 거두어 주십사하고 편지로 부탁드렸습니다. 로테의 손이 닿은 이 옷을 입은 채로 묻히고 싶고, 아무도 자기 주머니를 뒤지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묘지의 안쪽, 밭 맞은편 구석에 보리수가 두 그루 있는 그곳에 묻히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은 이 불행한 사람이 옆에 묻히기를 싫어할 것이니 억지로 요구할 생각은 없고, 길가나 쓸쓸한 골짜기에다 파묻어 묘석 앞을 지나는 사람들이 십자가를 그으면서 눈물을 뿌려주기를 바랐습니다. 

밤 열시쯤 난로에 땔감과 포도주를 한 병 더 가져오도록 하고 하인에게 그만 자라고 일렀습니다. 하인은 옷을 입은 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새벽 6시가 되기 전에 역마차가 집 앞으로 오게 되어 있다고 주인한테서 들었기 때문입니다.

베르테르는 창가에 서서 바깥을 내다봅니다. 구름 사이에 아직도 영원한 하늘에 빛나는 별들이 있습니다. 베르테르는 로테와 밤에 헤어져서 로테 집을 나설 때 언제나 맞은편 하늘에 반짝이던 큰 곰자리의 북두칠성을 보았습니다. 황홀한 심정으로 그때 자기 행복의 거룩한 증거로 삼았던 별입니다.

자정을 알리는 밤 12시에 권총으로 머리를 쏘았고 피투성이가 되여 방바닥에 쓰러져 다음날 낮 12시에 죽습니다. 그를 발견했을 때 로테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노란 조끼를 단정히 입고 있었고, 호주머니에는 그의 생일에 받은 리본이 들어 있었습니다. 

유해는 일꾼들에 운반되었고, 로테의 늙은 아버지 법무관과 사내아이들만 영구 뒤를 따랐습니다. 알베르트는 로테의 생명이 우려스럽기 때문에 장지에 갈 수 없었습니다. 자살한 사람이기에 성직자는 한 사람도 동행하지 않았습니다. 

루소
루소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마음이 슬펐습니다. 베르테르의 고난은 일차적으로는 기혼녀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당시의 온갖 법칙과 제도를 뛰어넘어 낭만적 사랑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에게 비극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하나는 당시 봉건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고 이에 저항하는 사회적인 성격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진보적인 괴테 자신의 인생관과 세계관을 편지 내용에서 알 수 있습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당시에 프랑스 루소(Rousseau, Jean Jaques, 1712~1778)의 자연주의 철학이 시작되었고 그는 위대하고 신성한 인권을 내걸어 양심의 자유, 인간의 내적 생활의 해방을 부르짖었습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역시 그 시대의 거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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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 2021-07-06 09:15:23
책의 줄거리일 뿐인데 책 한권을 읽은것 같은 기분...
베르테르의 마음을 조금 이해할 것 같긴 하지만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스토커에 가정파괴범???
이 책이 이런 내용인줄 몰랐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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