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24] 감나무에서 배운 생태윤리, 까치밥...금산 남이면 건천리 감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24] 감나무에서 배운 생태윤리, 까치밥...금산 남이면 건천리 감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1.07.06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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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원상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굿모닝충청 글 백인화 기자, 사진 채원상 기자] 금산군 건천리에 위치한 남이초등학교 건천분교장.

“동물들이 학생이 되어 주었으면 학교가 폐교되지 않을 건데”

작은 학교 통폐합이 있던 1999년 가을.

교사 1명에 학생 2명뿐이었던 마지막 학기를 기억하고 있던 열한 살 미림이가 한국교육신문과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 아이들은 없지만 그동안 생태교육장으로 활용한 덕분인지 폐교는 자연공원 같은 분위기였다.

오히려 매년 줄기 끝부분을 가지치기해서 머리가 없는 양버즘나무만 봐 왔는데, 이곳의 나무는 자신이 뻗을 넉넉한 공간을 차지하면서 원래의 나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운동장 반대편에도 수세 좋은 모습으로 감나무가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다.

사람 손에 길들어지지 않은 210살의 감나무도 스스로 그러한 것처럼 숲이 되었다.

미림이가 말한 대로 건천분교는 동물들이 많이 살고 있다.

감나무 줄기 끝에 이끼와 거미줄로 만든 오목눈이는 봄철 건천분교 숲에서 새끼들을 잘 키워냈다.

여름 철새로 찾아온 수많은 새들과 서리태 같은 까만 콩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 동물 흔적만으로도 미림이는 외롭지 않을 초등학교를 보냈을 것이다.

건천분교의 선생님도 매년 감나무에서 아이들과 먹거리를 챙기고, 놀거리로 기분 좋은 수업을 하지 않았을까?

6~7월에 떨어진 풋감으로 감물염색을 체험하고, 8월은 감잎을 덖어 차를 마시고, 가을은 홍시를 따고 곶감을 만드는 행복한 수업들로 채워졌을 것만 같다.

그리고 아이들은 어른의 손과 장대를 피한 홍시가 어떻게 동물의 먹이가 되는지를 매일 지켜보면서 ‘까치밥’을 이해할 것이다.

경쟁과 효율에 길들어진 아이들에게 늦가을의 ‘까치밥’은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에 어떤 태도로 가져야 할지를 알려주는 상징어다.

일찍이 생물다양성이란 개념을 정립한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생명(Bio)’과 좋아함(-philia)’을 조합하여 ‘바이오필리아(Biophilia)’란 단어를 만들었다.

생명사랑이란 뜻으로 윌슨 교수의 제자 최재천 교수의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라는 의미와도 통한다.

우리 선조들이 밭에 콩 세 알을 심는 이유가 하나는 새가 먹고, 하나는 땅에 사는 벌레가 먹고, 나머지를 사람이 먹는 것도 같은 이치다.

미림이는 동물 친구들만 생각한 것은 아닐 것이다.

흥미로운 동물을 통해 자연을 이해하고, 우리가 어떤 태도를 보여줘야 하는지를 스스로 공부하면서 학교 생활이 재미있었을 것이다.

농촌의 작은 학교가 인구소멸로 사라지면서 아이들이 배워야 할 생태감수성 또한 사라질 것 같아 안타깝다.

이처럼 멋있고 고마운 감나무를 나만 보고 있으니 말이다.

금산군 남이면 건천리 204 : 감나무 1본 210살, 2021년 기준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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