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25] 금산의 슬기로운 보호수 여행...금산 남이면 건천리 왕버들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25] 금산의 슬기로운 보호수 여행...금산 남이면 건천리 왕버들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1.07.12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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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기자, 사진 채원상 기자] 금산군 남이면 건천리.

산이 많고 그 사이를 흐르는 하천에 돌이 많아 냇물이 돌 속으로 흘러 하천이 말라 보인다 하여 부르게 된 이름이다.

건천리는 1789년에 발간된 ‘호구총수’에 처음 기록되었으나 이미 후백제의 견훤이 건천리 주변에 군사적 요충지로 삼았다.

조선시대에도 봉수대가 설치될 정도로 유서 깊은 곳이다.

그러나 현재의 건천리가 속한 남이면은 도긴개긴이지만 금산읍과 추부면을 제외한 8개면 중에서 인구가 가장 적다.

전국 최대 인삼유통과 세계농업유산, 국내 최대 깻잎 생산 농촌으로 자리매김한 금산군으로 확대해도 인구는 빠르게 감소하는 중이다.

금산뿐이겠는가?

전국적으로 초고령화와 저출산 시대에 출산장려금과 생활SOC 확충으로도 청장년을 유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는 지방소멸로 치닫던 농촌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비대면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우리 일상과 생각을 바꾸어 농촌을 새롭게 보거나 해석하기 시작한 것이다.

디지털기술과 뉴미디어로 ‘비대면 여행콘텐츠’ 가 뜨고, ‘거리두기 여행’ 으로 가족이나 친구 간의 소규모 인원으로 차별화된 경험과 감성이 중요해졌다.

해외여행을 갈 수 없고, 사람 많은 대도시를 떠나려는 탈글로벌화와 탈도시화도 농촌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런 면에서 건천리의 왕버들은 매력적인 콘텐츠라 할 수 있다.

왕버들은 습기가 많고 축축한 개울가를 좋아한다. 220년 전부터 건천리 왕버들은 손바닥만 한 참갈겨니가 유유히 헤엄치는 개울가 옆에 자리 잡았다.

습기가 많은 곳을 좋아하는 버드나무 종류는 오래될수록 목재가 잘 썩어 큰 구멍(수동, 樹洞)이 생기는데, 봄·여름밤에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솔부엉이나 소쩍새들이 아주 좋아하는 장소다.

또한 왕버들의 구멍은 비 오는 밤에 목재 안의 인(phosphorus) 성분으로 불빛을 내어 예부터 ‘귀신불’이라며, 왕버들을 ‘귀류(鬼柳)’라고 불렀다.

서양의 버드나무 콘텐츠도 매우 흥미롭다.

대표적으로 해리포터 시리즈에 버드나무가 등장한다.

마법학교 호그와트의 ‘후려치는 버드나무(Whomping Willow)’와 몇몇 마법사가 사용하는 버드나무 지팡이가 있다.

아마도 해리포터를 만든 J.K. 롤링 작가는 어릴 적 아름다운 자연 경관에 둘러싸인 고향에서 버드나무의 강한 생명력과 달빛 아래 늘어지거나 덥수룩한 가지가 무척 신비로운 나머지 해리포터 시리즈의 대표 캐릭터를 생각해냈던 같다.

건천리 왕버들의 뒤편에는 아이들이 떠난 건천분교가 있다.

폐교 이후에도 카톨릭농민회에서 매입하여 생태학교와 ‘별에별꼴’이라는 청년자립공동체가 어린이자립캠프 ‘두발로 쿵쿵’을 개최할 정도로 이곳은 누구나 캠프하고픈 마음이 드는 곳이다.

아담한 운동장과 숲이 된 교정은 코로나로 야외 활동이 적은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잠시 머물기에 좋은 환경을 갖췄다.

올 여름방학은 가족 단위 소그룹으로 역사와 먹거리가 풍부하고, 건천리 왕버들처럼 환상적인 콘텐츠가 많은 ‘금산의 슬기로운 보호수 여행’이 괜찮을 듯싶다.

금산군 남이면 건천리 192-6 : 왕버들나무 1본 220살, 2021년 기준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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