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설화(雪花) ①
[연재소설] 설화(雪花) ①
1장 불시착 - 차가운 둥지
  • 유석
  • 승인 2015.03.0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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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 유석 김종보]

1장 불시착 - 차가운 둥지

다음 뉴스입니다. 추석을 하루 앞둔 오늘 낯 오전 11시경, 이혼한 여자를 ‘스토킹’ 하던 남자가 여자를 강제로 납치하여 저수지에 뛰어드는 바람에 한 사람이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충주경찰서에 따르면 오늘 낮 목격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장에서 이들을 구조해 사건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 남자를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저녁 뉴스를 접한 지수는 슬그머니 허탈한 발걸음으로 강둑으로 나갔다. 자신도 늪속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가운데 그런 뉴스를 접한 것이 남의 일처럼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젯밤도 미란과 심하게 다툰 그는 밀려오는 갈등과 함께 방금 전 어린 딸 이 쫓아나서는 것을 매정하게 뿌리친 것에 대해 심한 자책감에 빠져 들었다. 날이 갈수록 차가운 집안 분위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미란과 3년을 넘게 살고 있지만 아직 혼인신고는커녕 딸의 출생신고마저 못하고 있는 압박감에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매번 그녀와 다투기를 수없이 해왔지만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가족들이 나서 그녀를 설득해도 그때뿐이었다. 오히려 끈질기게 지난 과거만을 들추어내 몰아부치자 자신도 모르게 그녀와의 잘못된 만남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그의 잘못만은 아니었다. 미란도 과거가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만 지수와 다를 뿐 더 복잡한 여자였다. 미란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몫을 챙기는 여자였다. 함께 사는 남편의 과거가 어떻든 자신은 알바 아니라며 끝까지 욕망을 채우는 여자였다. 그녀의 일방적이고 상습적인 행동들이 지수에겐 언제나 가혹한 고문이 되어 목을 조여댔다.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화분을 집안에 들여와 즐기면서도 남편을 들볶아 한 달에 한 번꼴은 단란주점과 '나이트'를 가야만하는 여자였다. 가정형편이 어떻든 아랑곳하지 않았고 돈을 무서워하지 않는 여자였다.

남자가 극도의 금전 고통을 받고 있어도 그녀에게는 강 건너 남의 불구경이었다. 지수는 그녀를 만나고부터 알 수 없는 병이 있어도 진단이 나오지 않아 답답하기만 했다. 미란은 역마살이 끼어 집안에 들어 앉아있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여자였다. 얼마 전까지 도심에 살다 남편 직장 따라 시골읍내로 들어온 후부터 행동이 더 심해졌다. 그것을 빌미로 힘들 때 마다 자주 밖에 볼일이 있다는 핑계로 외출이 잦았다. 평소에는 사람만나기를 싫어하는 여자가 그런 행동을 하고 다니는 것을 이해 할수 없었다.

그가 더 힘들어하는 것은 또 있었다. 그녀의 다혈질 성격으로 인한 두 딸이 싸울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두 아이에게 같은 엄마이긴 하지만 아빠가 다르기에 연일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다. 그녀가 제 자식만 감싸고 돌때마다 남자의 마음은 괴로웠다. 어린 딸이 외롭고 불쌍해 보일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자연 부부싸움이 일어나기 일쑤였고, 이를 바라보는 지수 가족은 불안을 떨쳐 버릴 날이 없었다.

미란은 그 약점을 물고 늘어져 3년이 넘도록 남자와 혼인신고를 미루어왔다. 양가 부모들의 끈질긴 설득에도 막무가내였다. 남자의 안정된 직업이 오히려 덫이 되었다. 그의 채무가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미란이 요구하는 대로 생활비를 주지 못해 고개를 떳떳히 들고 다닐 수 없었다.

그 와중에도 카드 결재일만 되면 부족한 자금을 대체하느라 지금까지 넘기 힘든 고비를 수없이 넘어왔다. 반면 미란은 처음부터 남편이 고리대금에 가까운 이자를 내고 있어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았다. 그것이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것이었다. 지수는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그 정도는 감수하며 살아 갈 줄 알았었다.

미란은 처음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사람의 됨됨이가 먼저라며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았었다. 당연 남자는 속임수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화근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녀가 당시 돈 보다 사랑이 먼저라고 당당히 말했던 것도 남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음모였다는 것을 후에 알았다.

길가에 나가 노점 장사를 해서 먹고 살지언정 무서울게 없다고 말했던 그녀였다. 지수에게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되었다.

날이 갈수록 미란은 점점 악마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에게 미란이 악처라도 좋았다. 육두문자를 써 가며 욕을 해대도 참아낼 수 있었다. 더 무서워하는 것은 어린 딸의 출생신고였다. 혼인신고가 이루어져야 아이의 앞날을 보장 할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수는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하기만 했다. 지금까지 자신의 경제능력이 여자의 마음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뾰족한 대책이 없었다. 미란은 툭 하면 서울로 나가지 않으면 어느 식당에 나가 일을 해서 먹고살겠다며 협박으로 남자를 들볶아댔다.

지수는 시도 때도 없는 그녀의 돌출행동에 남몰래 눈물도 많이 흘렸고, 그로인해 가족들에게 원망도 많이 들었다. 그보다 자신이 조강지처를 버렸다는 죄책감에 더욱 괴로워했다. 그가 조강지처를 버리고 싶어 버린것은 아니었다.

과거 헤어진 설화가 사업 한답시고 남자 몰래 빚더미를 안겼기 때문에 갈라 설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그에게 처한 가혹한 현실에서 탈출하려해도 어떤 돌파구가 보이지 않아 답답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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