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 체험기] 나에게 어찌 이런일이
[코로나19 확진 체험기] 나에게 어찌 이런일이
40대 고요한씨(가명), 코로나19 진단검사 확진후 병원 생활, 극복기 특별 기고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1.07.19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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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진담검사 이미지(본문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코로나19 진담검사 이미지(본문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방역 당국의 백신접종도 속도를 높여가는 등 사태 진전의 정점을 향해 모두가 노력하고 있는 시기다. 주변에 ‘누구누구가 확진됐다더라’라는 말이 많지만 실제 확진자와 가족의 말 못할 고통은 이해하기 어렵다. 굿모닝충청은 코로나19 검사결과 양성 판정을 받은 고요한씨(40대 회사원, 가명)로부터 불안과 고통을 이겨내는 과정의 생생한 체험기를 일기형식으로 게재하기로 했다. 기고에 감사드리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다.<편집자 주>

[고요한씨(가명)] 코로나19 감염, 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겼다.

◇ 확진 전 날

어제와 같은 편안한 하루였다 눈을 떴는데 인후통 증상이 약간 오면서 몸이 무거운 느낌이었다. 어젯밤 에어컨 바람을 많이 쐐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에 집에 준비된 인후염약이랑 몸살약을 먹고 일요일을 보냈다.

저녁 시간이 되어 늘 먹던 시원한 맥주가 생각났지만, 인후염에 안 좋을 거 같아 낼 편안한 출근을 위해 일찍 자기로 했다.

◇ 검사 당일 그리고 확진

월요일 아침 출근을 준비하기 위해 눈을 떴다. 인후통은 전날 약 먹어서 그런지 괜찮은 느낌이 들었다. 머리를 만져보니 약간 따뜻한 느낌이 들어 온도계로 측정했는데 37.5도를 가리켰다. 순간 많은 생각과 고민이 들었다.

'이 정도인데 그냥 아무 일 없이 출근할까?' 아니면 보건소로 달려가 선별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등등, 잠시 침대 모서리에 앉아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상상해보았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예전 같으면 술 마시고 후유증에 조금 열나는 것은 아무런 일도 아니었는데 왠지 이번에는 걱정이 더 앞서는 것이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시계는 아침 8시, 나는 상사에게 사정 얘기를 하고 보건소로 가기로 했다. 가기 전에 열을 내리기 위해 해열제 한 알을 먹고 보건소로 9시까지 갔다.

그 시간에 벌써 보건소 앞마당에는 30여 명의 대기자가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닥에 표시된 2m 간격 선을 지키며 질서 있게 줄 서 있었고 내 차례가 되어 현장에 체온을 재보니 37.1도로 정상 수치란다.

'괜히 온 건 아닌가'라는 후회가 되었다. 그렇게 검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 편한 마음에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내가 어디 여행을 간 것도, 어디 타인을 만난 기억이 없기에 결과를 음성일 것이라 생각하고 마음 편히 집에서 쉬고 있었다.

오전 9시에 검사했는데 저녁 9시에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수치가 이상하게 나와 재검이 들어갈 수 있으니 만약을 대비해 가족들도 검사를 해두자는 거였다.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내도 아이도 놀랐다. 난 침착하게 아내랑 아이를 설득해 방역 택시를 이용해 보건소에 다녀오도록 하고 각자 방에서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재검하면 3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예상 시간은 새벽 1시쯤인데 연락이 오지 않고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아내랑 아이도 아무 말이 없어졌다.

새벽 2시 보건소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양성판정이 났으니 가족들과 분리하여' 기다리란다. 머리가 하얘졌다.

가족들 걱정에, 사무실 걱정에, 또 그동안 밖에서 만난 지인들 걱정에, 나로 인해 피해 볼 사람들에 대한 걱정이 쉴 새 없이 머리를 흔들어대고 있었다.

순간 숨고 싶었고 어디론가 나만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20분 정도 지난 후, 정신을 바짝 차렸다.

먼저 직장 상사에게 전화했다. 양성판정이 났으니 직원들 출근 전에 코로나19 검사하도록 부탁했다.

또 이어서 직원 단톡방 상황 설명과 죄송한 마음을 올렸다. 그리고 나서 확진일 기준으로 4일 전부터의 행적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추가전파를 막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에 사소한 것까지 모두 기록을 했다.

그리고 나니 날이 밝기 시작했다. 외부접촉한 지인들에게 한 사람씩 전화하기 시작했다. 출근 전에 코로나19 검사 받으라고 전달했다. 전화를 끊을 때마다 죄인처럼 미안하다는 말이 자꾸만 나왔다. 정말 미안했다 심정이.

아침 7시쯤 되니 보건소 역학조사팀에서 연락이 왔다. 4일 전부터 이동 경로랑 사용한 카드번호 등을 요구하였다. 나는 메모해둔 경로와 접촉자 인적 사항을 모두 보냈고, 그 후로 역학조사가 시작되었다.

역학조사는 어찌 보면 내가 다닌 경로를 역학팀에서 꼼꼼히 되짚어 다니는 거다. 썩 기분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양성 판정받은 죄로 조사에 성실히 임해야 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감염원을 찾고, 전파를 차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건소 역학팀, 도청 역학팀, 질병청 등 다양한 곳에서 전화가 오고 나는 똑같은 얘기를 반복적으로 해야 했다.

오후 1시 30분, 보건소에서 보내준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되었다.(다음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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