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26] 진짜나무, 참나무...금산군 진산면 막현리 참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26] 진짜나무, 참나무...금산군 진산면 막현리 참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1.07.24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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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원상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기자, 사진 채원상 기자] 금산군 진산면 막현리의 보호수는 참나무다.

멀리서는 뿌리는 다르지만 하나의 나무로 보이는 연리지처럼 보였으나, 가까이 다가가면 확연히 다른 두 그루가 서 있다.

한쪽은 울퉁불퉁한 요철 껍질로 남성다운 느낌의 굴참나무이고, 반대쪽은 상대적으로 부드러워 보이는 껍질과 잎이 넓은 갈참나무였다.

참나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북반구 온대 기후대에 분포한다.

그래서 미국에서 유럽, 동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으며, 단단하고 쓸모가 많아 유럽과 북미에서 참나무는 귀한 대접을 받아 왔다.

서양 문명에서 참나무의 권위는 언어와 신화에서 나타난다.

참나무의 라틴어 Quercus는 ‘참과 진리’란 의미이고, 그리스·지중해의 고대국가 신전 앞에는 늘 참나무를 심어 관리해 왔다.

철이 발달하기 전 역사의 분기점마다 참나무는 큰 역할을 했다.

19세기 초, 영국의 넬슨 제독은 ‘HMS빅토리호’를 타고 트라팔가에서 프랑스와 스페인 연합 함대를 한 척의 손실 없이 물리쳤다.

당시 기함 HMS빅토리호에 사용된 참나무가 2천 그루 정도였으니 대양 패권의 힘은 곧 참나무를 어떻게 관리하고 생산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였다.

독일의 참나무 사랑은 올림픽으로도 이어진다.

독일에서 참나무는 우리의 무궁화와 같다.

사진=채원상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전쟁에서 승리한 군인에게 참나무 잎이 그려진 철십자 훈장을 수여하거나 전사자 묘지에 참나무로 영웅의 숲을 조성할 정도로 민족을 상징한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의 금메달 수상자 전원에게 승리와 영웅의 상징이었던 월계수 대신 참나무로 만든 월계관과 묘목 화분을 선사한 이유도 독일인들에게 참나무는 게르만 민족의 우수성을 드러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나무였다.

이 대회에서 마라톤 제패를 한 고 손기정 옹이 기뻐할 자리에 나라를 잃은 슬픔으로 머리를 숙이고 월계수로 일장기를 가렸던 사진 속의 나무도 독일의 대표적인 로부르참나무(Quercus robur)였다.

우리나라의 참나무도 소나무와 같은 권위는 아니지만, 매우 소중했다.

화전민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참나무껍질을 잘라 지붕으로 썼다는 굴참나무, 잎이 넓어 떡이 상하지 않도록 싸서 보관했다는 떡갈나무, 신발 깔창으로 만들기에 적합한 신갈나무, 도토리로 묵을 쑤어 임금님 수라상에 올라간 상수리나무와 같이 쓰임새가 많았던 나무였다.

금산군 막현리의 참나무도 그러했을 것이다.

산악 지대에서 산을 개간하면서 먹고 살았던 화전민이나 인삼 연작을 피해 새로운 땅을 개간해야 하는 농부들에게 참나무는 집과 농기구, 음식을 제공했던 나무였다.

그래서 참나무 이름만으로 부르는 나무는 없지만, 진짜 나무란 의미로 금산 주민의 삶과 애환을 함께 했던 나무였다.

한때(1995년부터 2013년까지) 산촌의 산림자원으로 주민소득사업과 생활환경 개선 사업으로 전국에는 312개의 산촌생태마을을 조성했다.

사진=채원상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선정 마을에는 총 4300억원이 투입된 사업이나 현재는 사후관리 부실로 건물과 운영관리자만 남아 있다.

막현리의 생태산촌도 숲길과 숙박시설, 체험시설이 조성되었으나 코로나19 등으로 방문객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럴 때일수록 막현리의 참나무가 마을 주민의 삶과 애환을 어떻게 기억할 수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면 ‘보배로운 고을’이란 의미의 진산면에 ‘우수한 생태산촌’으로 자리 잡지 않을까 싶다.

금산군 진산면 막현리 132 : 굴참나무·갈참나무 2본 210살(2021년 기준)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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