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사랑] 30년 전 사진 속으로의 여행
[교육사랑] 30년 전 사진 속으로의 여행
교단춘추
  • 성수자
  • 승인 2015.03.0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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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수자대전시교육청 학교정책과장
[굿모닝충청 성수자 대전시교육청 학교정책과장] 해마다 1월의 교육청은 신년도의 각종 업무 계획 수립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여전히 바쁜 하루의 일상을 보내던 중 회의시간에 임박하여 전화벨이 울렸다. 급한 마음으로 받아보니 뜻밖에도 30년 전 서산에서 가르친,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는 제자였다. 이름도 얼굴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순간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고 당황스러웠지만 정말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었다. 만남을 약속하고 간단히 통화를 끝냈다.

며칠 후, 아름다운 모습의 중년 여인이 꽃다발을 한아름 안고 사무실로 들어섰다. 현재의 모습으로는 전혀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신별이’라고 이름을 밝힌 제자는 스마트폰을 꺼내어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스마트폰 속에는 별이 자매와 어머니, 그리고 젊은 날의 내가 활짝 웃고 있었다.

30년 전 사진을 보며 별이의 이야기를 듣고, 기억을 더듬어 보니 하나둘 기억이 되살아났다. 별이는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었고 언니는 4학년이었는데 둘 다 성격이 차분하고 아주 착하며 성실한 학생들로 기억된다. 별이 자매를 둘 다 가르쳤다니 인연이 깊다.

30년 만에 나를 만나고 싶었던 이유가 궁금하기도 하고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도 궁금했다. 별이는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었던 나를 항상 그리워하며 꼭 찾아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찾을 수 있었다며 좋아했다. 별이의 손에 들려 있는 스마트폰 속의 사진 한 장으로 제자와 함께 30년 전으로의 여행을 떠났다.

초등학교 1학년 별이는 차분하고 용모 단정하며 수업태도도 바르고 공부도 아주 열심히 하는 모범생이어서 늘 칭찬을 많이 받았다. 별이는 학교에 입학하여 첫 담임선생님한테 칭찬과 사랑을 듬뿍 받았기 때문에 새록새록 선생님 생각이 났고 늘 보고 싶었으며 잊을 수가 없어 어렵게 찾아뵙게 되었다고 했다.

그 당시 난 30대였으니 교육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학생들의 재능과 소질을 개발시켜 주고자 심혈을 기울일 때였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듯이 1학년 때 기초·기본 학습 훈련, 거수 방법, 필순지도, 발표 방법, 친구 간 예절지도, 기본 생활습관 지도, 교통지도, 급식지도 등을 차근차근 반복하여 지도했다.

오르간 소리에 맞추어 발성 연습하고, 선생님의 범창을 듣고 따라 부르면서 노래를 익히고, 리듬악기로 박자를 맞추어 합주 하던 모습이 선하게 떠오른다. 오르간 소리를 듣고 화음을 느끼며, 반주에 맞추어 친구들 앞에서 독창을 하기도 하고, 친구들의 독창을 들으며 즐거운 음악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흥에 겹다. 어느새 아이들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피어나고, 교실 가득 즐거움이 번져나간다.

요즈음 교실에는 오르간을 찾아볼 수가 없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맞추어 수업을 한다. 기계음에서 나오는 음을 따라 부르다보니 교사와 학생의 소통이 단절되어 감흥이 일어나지 않고 즐거운 음악시간이 싫증나는 음악시간으로 변하는 실정이다. 시설 좋은 음악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30년 전 교실, 교실에서 울려 퍼지던 오르간 소리, 노랫소리, 아이들 웃음소리는 잦아 든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물론 정보화시대에 맞추어 각종 우수한 교수·학습자료가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교과의 특성에 맞도록 잘 활용하면 학습효과가 극대화되고 창의성과 자기주도적 학습력도 길러진다.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새로운 수업이 미래사회를 살아갈 우리 학생들에게 적합한 수업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여기에 30년 전의 아날로그에서 느껴지는 따스함까지 얹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교단생활 37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의 고개를 넘었다. 아날로그 시대와 디지털 시대를 병행한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으로 우리 아이들이 즐겁고 신바람 나는 행복한 수업을 하여서 머물고 싶은 학교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왔다고 생각한다.

별이랑 한 장의 사진을 놓고 지난 날 재미있던 학교생활과 제자들의 소식을 이야기하면서 아련한 그때의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내 앞에는 어느새 마흔 살에 접어든 별이가 앉아 있다. 별이는 큰 문구점을 경영한다며 대표라고 a새겨진 명함을 건네주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을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고 엉겁결에 사업체 대표가 되고, 가장이 되었다고 한다. 눈앞이 캄캄하고 실의에 빠져 나날을 보내고 있는 터에 내 생각이 떠오르고 그리워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리운 선생님을 만나 용기와 살아갈 새 힘을 얻고자 찾아왔다니 고맙기도 하고 제자에게 무언가 진정한 삶의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 나 역시 별이 못지않게 사업에 대한 경험도 노하우도 없지만 별이가 하루 빨리 어려운 현실을 극복해 나갈 힘이 생기길 바라면서 30년 전으로의 여행을 하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짧은 여행이 별이에게 조금이마나 위로가 되고 삶의 에너지가 되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별이는 웃으면서 앞으로 자주 전화도 하고 수시로 상의도 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선생님 덕분에 살아갈 새 힘을 얻었다고 좋아했다. 그런 별이의 모습을 보면서 30년 전 꼬마가 어엿한 사업가로 변신한 사실이 뿌듯하고 대견스러웠다.

떠나는 뒷모습을 배웅하면서 별이가 더욱 밝고 행복한 삶을 살면서 사회에 일익을 담당하는 훌륭한 사업가로 성장하기를 빌어본다. 별이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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