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 체험기] 음성확인, 집으로 “죄인이 아니라 환자일 뿐”
[코로나19 확진 체험기] 음성확인, 집으로 “죄인이 아니라 환자일 뿐”
40대 고요한씨(가명) 코로나19 확진 후 병원 생활, 극복기 특별기고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1.07.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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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미지. 사진=본사DB/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코로나19 이미지. 사진=본사DB/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방역 당국의 백신접종도 속도를 높여가는 등 사태 진전의 정점을 향해 모두가 노력하고 있는 시기다. 주변에 ‘누구누구가 확진됐다더라’라는 말이 많지만 실제 확진자와 가족의 말 못할 고통은 이해하기 어렵다. 굿모닝충청은 코로나19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은 고요한씨(40대, 가명)로부터 불안과 고통을 이겨내는 과정의 생생한 체험기를 일기형식으로 게재하기로 했다. 기고에 감사드리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다. 마지막 4회차는 병원에서 진단검사 결과 음성 확인 후 집으로 퇴원하는 내용이다.<편집자 주>

[고요한씨(가명)] ◇ 병원격리 10일 차

격리란 것이 사람을 어떻게 변하게 하는지 하루하루가 다름을 보여준다.

병원에 들어오는지 10일째, 코로나19 증상은 사라진 지 오래다. 코로나19보다 무서운 것이 생겼다. 무기력감이다. 아무 생각도, 아무 의욕도 없이 침대에 눕게만 된다. 배도 안 고프다. 그냥 때마다 들어오는 식사를 수학 공식처럼 기계적으로 밥과 국을 번갈아 가며 먹는다.

그리곤 다시 침대에 누워 창가를 초점 없이 바라보게 된다. 처음에 들어와 먹고 싶은 것들 상상하며 나름 운동도 하며 버티던 생활 리듬도 이쯤 되니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냥 그대로 몸을 내버려 두게 된다.

어떨 때는 내가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 건지? 여기서 무슨 치료를 받고있는 건가? 라는 질문들을 나에게 하며 그냥 누워있다.

여기 들어와 10일 동안 의사와 3번의 통화를 했을 뿐이다. 앞으로 어찌 치료하며 언제쯤이면 퇴원해서 일상으로 갈 거라는 희망의 메시지가 아니라 중간마다 피검사와 엑스레이 결과 통보가 전부다.

병실에 입원한 사람들은 열심히 포털사이트를 검색하며 병실 격리자들의 퇴원 소식들을 검색하고 있다.

◇ 음성 확인, 그리고 퇴원

12시가 되어 간호사를 통해 퇴원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낼 오전까지 열이나 다른 증상이 없으면 퇴원하실 겁니다.’

이제 나가는구나 병원격리 11일 만에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나가면 제일 먼저 무얼 하지’, 무언가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을 거 같은데 막상 하려니 생각이 안 난다.

밖에 나가면 제일 먼저 병원을 빠져나가 택시를 잡기 전에 잠시 벤치에 앉아서 햇볕과 바람을 쐬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코로나19에 확진 판정을 받기 전 1차 백신을 맞아서인지 큰 이상 증상이나 아픔, 후유증이 있지는 않았다. 가장 힘든 것이 일정한 공간에 갇혀 있는 격리 생활이 코로나19 증상보다 더 힘든 것 같다.

앞으로의 일상이 더 걱정된다. 어디서 어떻게 감염되는지도 모르게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 사람 모인 곳을 피해야 하고 마스크는 절대 벗지 않을 것이다. 반가운 지인을 만나도 1미터 거리에서 눈인사만 할 뿐, 악수는 절대 안 할 것이다.

마스크를 벗을 때마다 아마도 병실 생활이 떠오를 것이다. 집에서도 자기 전까지 마스크를 쓰고 가족과 생활할 수도 있다. 다시 이곳에 오는 게 두려워 많은 것을 포기하고 기피하며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할 것이다.

언제쯤 지금의 기억들이 사라지고 예전의 생활로 되돌아갈지 기약이 없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코로나19 세상에 맞도록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죄지은 사람들이 아니라 누구나 걸릴 수 있는 환자일 뿐이다. 그런 환자들이 일상으로 복귀하는 데는 주변 시선에 대한 두 배의 노력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사회에서, 많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고통을 함께 나눠준 가족들을 만나려니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교차한다. 그래도 나는 코로나19를 이겨냈다.

이제 코로나19 확진 후 11일간의 병실격리를 마치고 다시 사회 속으로 문을 열고 나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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