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27] 마을의 가치와 슬기를 전해주던 느티나무...금산 진산면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27] 마을의 가치와 슬기를 전해주던 느티나무...금산 진산면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1.07.30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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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기자, 사진 채원상 기자] 마을 문화와 민속학의 대표학자 임재해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마을은 수많은 문화 박물관과 구전 도서관들로 구성된 문화 단지이자 지식 창고나 다름없다”라고 밝히며, “마을에 인류가 오랫동안 축적해온 다양한 삶의 슬기가 갈무리되어 있다”라고 정의했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주민의 건강과 장수를 빌고, 순이 돋는 방향으로 그해 농사를 점치고, 큰 재난을 미리 알려주는 느티나무야말로 마을 문화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이뿐인가? 뙤약볕에 지친 농부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고, 학교가 없던 시절에 땅바닥을 공책으로 삼아 아이들에게 교실이 돼주고, 마을의 중요한 일을 있으면 마을 광장으로 내주었던 느티나무는 우리 민족에게 살아있는 박물관이자 도서관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래서 나무박사로 유명한 박상진 교수는 우리나라의 신단수는 볼품없고 빈약한 박달나무보다 마을을 지키며 동네 어귀에 서 있는 느티나무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축가와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목재 컨설팅을 하는 내촌목공소의 상담 고문김민식도 일본 홋카이도의 너도밤나무, 미얀마의 티크, 지중해의 상쾌한 사이프러스, 시베리아의 자작나무, 캐나다 밴쿠버의 가문비나무처럼 우리 땅에서 거수(巨樹)로 잘 자라며, 수형과 나뭇결이 아름답고 치밀하여 부석사 무량수전의 기둥에 사용됐던 느티나무가 신단수가 돼야 한다고 자신이 쓴 ‘나무의 시간’에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금산군 진산면 엄정리 마을 어귀에 거대하고 수형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340년을 살아온 나무도 느티나무이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 여름이지만 더위에 지친 기자를 잠시 머물게 할 정도로 그늘이 넓은 풍채를 가진 나무다.

덕분에 매번 그냥 지나쳤던 엄정리 표지석의 마을 유래도 유심히 볼 수 있었고, 진산면과 금산군에 대한 정보까지 알게 된 시간이었다.

엄정리는 청동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유서 깊은 마을이다.

진산면으로 확장하면 백제 사비시대부터 군사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라 진동현을 설치했던 곳이며 조선시대에는 태조 태실을 설치하려고 진산군이 되었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행주대첩과 진주대첩에 앞서 왜군 2만 명을 격퇴시켜 육지에서 최초의 승전고를 올렸던 이치대첩의 현장이다.

천주교 신자였던 선비가 제사를 거부하여 이 땅에서 최초의 순교자로 남은 사건과 동학혁명이 최초로 봉기하고 결전했던 장소도 진산이었다.

진산면과 금산군은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설화가 많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마을에 변고가 있거나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 우우하며 울었다는 전설이 구전되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이야기나, 왜란과 병란 후 산림이 권세가들의 소유로 전락하면서 황폐해진 것을 견디지 못한 백성들 스스로가 땔나무와 퇴비에 필요한 숲을 가꾸고자 송계(松契)를 만들었던 이야기들이 그렇다.

민속학자들은 금산에 구전설화나 농악과 대동축제가 문화재로 전승된 이유를 마을마다 송계가 발달한 점을 들고 있지만 기자의 생각은 다르다.

큰 나무 아래서 마을의 역사와 가치를 전해 듣고 자란 아이들이 지혜로운 어른으로 자라 마을의 대소사를 결정했을 엄정리의 느티나무 풍경이 금산에 많았기 때문이라고.

이번 여름방학에는 코로나에 지쳐 여행을 목말라하는 아이들과 금산의 역사와 문화를 품은 보호수 여행은 어떨까 싶다.

금산군 진산면 엄정리 79-1 : 느티나무 1본 339살(2021년 기준)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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