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의 복지이야기] 그림자 노동 벗어난 가사노동, 이제 법의 보호
[김세원의 복지이야기] 그림자 노동 벗어난 가사노동, 이제 법의 보호
성향에 맞는 맞춤식 가사노동 정책과 개입 필요
취업주부 행복 우선 순위는 배우자의 적극 지지
  • 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승인 2021.08.04 14: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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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굿모닝충청 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남자를 즐겁게 해주는 일, 남자에게 필요하고 남자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일, 어린 그를 키우고 어른이 된 그를 보살펴주는 일, 그에게 조언하는 일, 그에게 위안을 주는 일, 그의 생활을 즐겁고 평화롭게 해주는 일, 바로 그런 일들이 고금을 막론하고 여자가 해야 할 의무이며, 어릴 때부터 여자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들이다”

뺨 맞을 얘기지만 루소(1712-1778)가 그의 저서 에밀(1762)에서 주장한 것이다. 현대의 교육학자, 철학자들에게는 비판의 대상이지만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보편적인 관념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이런 분휘기가 19세기까지 이어졌고 “남녀는 동등하지 않으며 성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라는 복음주의자들까지 나왔다.

당시의 고용주들은“여성이 노동현장에서 노동을 한다는 것은 남성의 자존감을 짓밟는 것”으로 파악했다. 고용주들은 어렵고 복잡한 일에 남자를 고용했고, 각각 성에 부합하는 역할과 의무를 강조하였다. 그나마 산업혁명후가 돼서야 여성과 아동들이 부족한 일손을 감당하기 위해 면방적공장에 취업하였다.

성역할 고정 관념은 예전에 비해 현저히 바뀌었고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생명력을 갖고 있다. 남성이 할 역할과 여성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깊숙이 뿌리박혀있다면, 의식변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 다양한 노력에도 성 평등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어렵다.

윌리엄 고지는 만일 남성이 가사노동을 담당해 왔다면 당연히 ‘임금’은 양성화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가사노동이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면 이는 국민총생산(GNP)에 진즉에 포함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해 서울시가 내놓은 성인지 통계에 따르면 여성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2시간 26분이었고, 남성은 41분이었다. 돌봄 노동으로 특정해보면 여성은 40분, 남성은 15분에 그쳤다. 여전히 가사와 돌봄은 여성이 담당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수치라 할 수 있다.

취업주부들의 행복과 관련한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취업주부의 행복을 만드는 변인들 중에 우선순위를 정리해보면 배우자의 정서적 지원, 어려움극복, 직업성취, 자녀행복, 월평균 수입, 학력의 순서로 나타났다. 이는 아내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강력한 요소가 아내의 소득이 아닌, 배우자의 정서적 지원이라는 것이다. 또한 취업주부 본인의 소득이 높을수록 부정적 정서가 높아진다는 점은 ‘내재화한 전통적 부부 간의 성별 고정관념과 성역할 기대’가 심각함을 보여준다.

<strong>베르메르(1632-1675)의 우유를 따르는 여인(1658).</strong> 가사노동을 오랫동안 하면 근 골격계 질환에 시달린다. 반복적인 동작, 무리한 힘의 사용, 부적절한 작업 자세, 날카로운 면과의 신체 접촉, 진동 등의 요인에 의하여 발생하는 건강 장해다. 그림 속 여인은 반복된 가사노동의 흔적을 보여준다. 여인의 왼팔은 무거운 주전자를 받치고 있다. 도드라진 그녀의 왼팔 근육은 위팔노근이다. 무엇인가를 들 때나 팔꿈치의 관절을 굽힐 때 사용된다.
베르메르(1632-1675)의 우유를 따르는 여인(1658). 가사노동을 오랫동안 하면 근 골격계 질환에 시달린다. 반복적인 동작, 무리한 힘의 사용, 부적절한 작업 자세, 날카로운 면과의 신체 접촉, 진동 등의 요인에 의하여 발생하는 건강 장해다. 그림 속 여인은 반복된 가사노동의 흔적을 보여준다. 여인의 왼팔은 무거운 주전자를 받치고 있다. 도드라진 그녀의 왼팔 근육은 위팔노근이다. 무엇인가를 들 때나 팔꿈치의 관절을 굽힐 때 사용된다.

여성의 성향에 따라 가사노동을 받아들이고, 직업에의 이탈을 감행하는 경향이 다르다. 여성의 인적자본수준이 높아지고 자아실현 욕구가 강해졌다 해도 가정을 보살피고 유지 발전시키는 것에 방점을 두는 여성일 경우 노동시장에서 벗어날 개연성이 크다. 가정 중심 라이프 스타일선호 여성은 노동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이탈 가능성을 보이고, 미취학자녀가 있다면 노동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일과 가정 양립을 추구하는 기혼여성의 경우 미취학아동이 있다면, 노동시장 이탈 시기가 상대적으로 빠르다. 취학아동이 있을 시에도 노동시장 잔류 가능성이 그렇게 높지 않다.

정부는 그동안 기혼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을 높이는 동시에 저 출산 완화를 위하여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해 왔다. 보편적인 출산과 육아지원서비스 제공, 직장 내에서의 양성평등 문화의 확산을 시도했다. 여성이 출산과 양육의 부담에 고민하지 않고 노동시장 내에서 안정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지만 효과는 의문이다. 일에 대한 여성의 선호 유형에 따라 맞춤형으로 기존 지원 서비스를 구성해 제공할 경우 그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의 사회참여는 이제 보편적 현상이다. 성인지 감수성이 높고, 가사노동에 전향적인 남편이 아니라면 결혼한 취업여성들의 삶은 미혼 취업여성들에 비해 고단하다. 가사노동의 평등한 분배와 일 가정 양립을 위한 연구와 대책마련이 심도 있게 진행되어야 한다.

돌봄을 포함한 가사노동의 수행은 정해진 방식이 없다. 가구의 한 사람 혹은 복수의 구성원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 전통적인 방식이다. 여기에 추가로 사람(가정부)을 고용하거나 업자들에게 가사노동을 위임할 수 도 있다. 그런가 하면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지난 5월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 해 공포를 기다리고 있다. 통과된 법은 가사근로자를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의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이용자에게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였다. 가사노동에 대한 공론화를 제공했고, 가사근로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마련된 만큼 가사노동을 통한 사회문제해결에도 일조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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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정 2021-08-06 15:01:06
김교수님!
오랫만에 이곳에서 안부인사드립니다.
자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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