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28] 보호수에 인공새집이 필요한 이유...계룡시 엄사면 광석리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28] 보호수에 인공새집이 필요한 이유...계룡시 엄사면 광석리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1.08.06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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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기자, 사진 채원상 기자] 새들은 4월부터 번식을 시작한다.

이 시기에 수컷은 화려한 깃털 못지않게 아름다운 소리로 암컷을 유혹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둥지 칠 곳을 찾아 새끼를 키우는 일이다.

집값이 솟구치거나 경제가 어려우면 결혼율과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처럼 새들도 안전하게 살만한 곳이 사라지면 멸종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예전에 충주의 느티나무 노거수에서 살아가는 올빼미와 원앙, 그리고 후투티의 생활사를 다큐멘터리(임완호 감독)로 담은 ‘느티나무 둥지 100일의 기록’과 대전의 느티나무 보호수에 살던 솔부엉이 가족을 사진과 글로 기록한 기사(우희철 기자)는 노거수와 새둥지와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

노거수는 새들이 좋아할 만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로 수백 년 동안 비바람을 견디면서 형성된 구멍과 둥지와 먹이를 찾기 위해 파놓은 딱따구리 구멍들은 크고 작은 새들에게 자신의 몸집과 능력에 적합한 거주 환경을 제공한다.

다양한 옵션을 갖춘 아파트처럼 말이다.

두 번째로 노거수의 상처 난 곳이 썩으면서 곤충과 병균들이 몰려들고, 노거수 주변의 조명시설과 주민들이 남기고 간 음식 찌꺼기들로 나방과 딱정벌레, 두꺼비와 소형 포유류 등이 얽히고설킨 먹이생태계가 형성되어 야행성 맹금류에게 훌륭한 식단을 제공한다.

다양한 메뉴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뷔페식당처럼 말이다.

세 번째는 경험이 없는 어린 새들에게 세찬 비바람과 추운 눈보라를 피할 수 있고, 잎이 무성해지면 천적으로부터 숨거나 사냥 훈련에 전념할 수 있는 안전한 교실을 제공한다.

안전체험관이나 직업체험관처럼 말이다.

자원이 한정될수록 경쟁은 치열한 것은 만고의 진리다.

그래서 올빼미, 소쩍새, 솔부엉이와 같은 야행성 맹금류나 낮에 활동하는 파랑새, 호반새, 후투티에게 노거수는 아파트 청약 당첨과 같이 엄청난 경쟁을 뚫어야 차지할 수 있는 둥지 장소이다.

지금은 노거수에 사는 새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보호수로 지정된 노거수는 산림법에 의해 나무에 생긴 구멍(空洞: 염증이나 괴사로 생긴 구멍)을 외과치료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썩은 환부를 도려내고 소독한 후 충전물로 메워 버린다.

충주 소태면 오량리 별묘마을의 느티나무나 대전 중구 석교동 봉소루의 느티나무에서 가족을 건사했던 천연기념물 조류들이 주변의 도시개발로 쫓겨났다기보다는 더이상 노거수의 찾을 이유가 사라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계룡시 엄사면 광석리 산 16번지에 위치한 느티나무 보호수는 낮은 언덕의 숲 가장자리에 위치하여 지주에 의지한 채 서 있다.

마을 주민들은 광석리 느티나무 주변으로 낮에 요란하게 소리 내며 비행하는 파랑새와 봄부터 저녁만 되면 소쩍새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고 했다.

느티나무의 나무 구멍을 찾았던 걸까?

기자는 보호수 취재를 할 때마다 나무만을 보지 않고 나무 품 안에서 사는 다양한 생물의 흔적을 찾아본다.

어쩌다가 드물게 천연기념물 조류를 만나기도 했지만 대부분 일시적이고 둥지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오래 산 노거수를 보호수로 지정하면 상처 난 부분을 외과수술로 치료하고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기는 지금의 상황에서 과거처럼 다양한 새들을 품을 수 없을까 하고 담당 공무원이나 전문가에게 물어봐도 시원한 답변을 구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보호수에 인공새집을 달아주어 보호수는 보호수대로 건강한 모습을 유지하고, 보호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공새집을 설치하여 보호수의 생태적 권위를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 싶다.

계룡시 엄사면 광석리 산16 : 느티나무 1본 569살(2021년 기준)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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