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편지] 심현숙 선생님과 함께 한 행복한 1학년
[사제편지] 심현숙 선생님과 함께 한 행복한 1학년
  • 이하연 양
  • 승인 2015.03.09 17:3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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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이하연 전민중학교 2학년 4반] “그러게. 선생님도 하연이와 같은 반이 안 되서 많이 슬프다.”
중학교 2학년 반배정이 나자, 1학년 담임선생님께 문자를 보냈다. 이번에는 담임선생님이 되지 않아 슬퍼하다가 문자를 보낸 것이다. 게다가 선생님은 이번 년도에도 우리 학년을 맡으셨기에 더더욱 안타까웠다.

1학년 입학 첫날, 낯선 반 낯선 친구들과 서로 눈치를 봐가며 아는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처음 보는 친구와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어정쩡한 자세로 웃는지 찡그리는지도 모를 이상한 표정들을 지었다. 어색한 표정들을 짓고 있을 때, 갑자기 약간 긴장된 표정을 지으신 한 여성이 들어왔다.

얼굴과 체구만 봐서는 우리 또래 같아 순간 인사를 할 뻔했다. 그러나 유난히 틔는 노란색 원피스를 입고 계셔서 담임선생님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약간 무서워 보이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였다. 학급 번호로 지정해 주신 자리에 앉고 나니 어수선했던 반 분위기가 급격히 차분해졌다. 뒤에 학부모들도 계셔서 그런지 선생님께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시작하셨다.

“안녕하세요. 1학년 5반 담임 심현숙입니다.”
의외였다.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조그마한 체구에 이렇게 힘찬 목소리가 들어있을 줄 몰랐다. 아이들도 은근 놀라는 눈치였다.

“제 꿈은 군인이었습니다. 화가를 해보고도 싶었고 심지어 소매치기라는 직업에 관심이 있었어요.”
여러 가지 자신이 꿈꿔왔던 꿈 얘기들을 조리 있게 설명을 해주시니 마치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그에 대한 연관 내용들도 재미있게 얘기하셔서 그런지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까지 빵 터졌다.

그 후 며칠은 서로 조금 어색하고 제대로 말을 걸 수도 없었다. 친구들도 각각 딴 학교에서 오고 아는 사이여도 막상 같은 반이 되고 나니 괜히 부끄러워 인사조차 나눌 수 없었다. 그리고 며칠 뒤 본격적인 선생님의 국어 수업을 받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무도 발표하지 않았고 심지어 쉬는 시간에 시끄럽던 친구들도 수업시간 만큼은 조용해졌다. 그 때의 반 분위기는 정말 답답했던 것 같다. 

이런 분위기를 눈치 채셨을까? 선생님께서는 수업을 더욱 재미있게 이끌어 나가고 싶으신 모양이었다. 이제부터 수업과 함께 전 시간에 배운 중요한 단어를 퀴즈로 맞춰보는 게임을 함께 할 거라고 하셨다. 한번쯤은 수업시간에 게임을 해본 적이 있지만 매 시간마다 게임과 같이 수업하는 건 처음이었다. 흥미로운 말에 애들이 조금 들떴었지만 이내 다시 조용해졌다.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보려고 하시는 선생님의 얼굴에서는 항상 웃음이 떠나지 않으셨다. 선생님의 노력 덕분에 며칠 뒤, 우린 급속도로 친해졌다. 이제 선생님을 만나면 편하게 인사할 수 있었고 친구들과도 함께 어울릴 수도 있었다.

어느 날, 선생님께서는 첫날부터 우리 반 게시판에 붙여있던 노란색 판에 대해 설명을 하셨다.
“이 판은 도장을 모으는 판이야. 과목별로도 당연히 받을 수 있는 거고 선생님도 너희가 잘할 때마다 한 개, 아니 다섯 개도 충분히 찍어 줄 수 있어. 그러니까 열심히 해!”

처음에는 유치하게 무슨 도장이냐고 생각했다. 그러나 도장판을 채워나갈수록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도장을 모아감으로 인해 우리 반의 협동심도 늘었고 매 과목시간마다 들어오는 선생님들의 입에서는 우리 반에 대한 칭찬이 끊이질 않았다. 꾸준히 반복되다 보니 백 개, 백오십 개를 다 채워가 중간중간에 단합대회를 하였고 피자파티, 아이스크림 등등 많은 걸 먹기도 하였다. 우리들이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것이었지만 우리가 노력해서 먹는 것과는 맛의 차원이 확실히 달랐다.

우리 반 분위기가 일 년 동안 평화롭기만 했던 건 아니다. 다른 반 애들과 싸움도 자주 일어났고 경기 도중 크게 다치는 애들도 있었다. 창문을 깨기도 하였고 왕따를 당하였던 적도 있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께서는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 우리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지적하시다 너무 화가 나셔 우신 적도 있다. 비록 눈을 감고 있었어도 내 눈 안에서 눈물이 살짝 고였다. 이 사건 이후로 우리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와 말을 조심히 하였다. 선생님께서 우셔서 그런 게 아니라 우리들 스스로도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던 것이다.

반들끼리 하는 대회나 합창대회, 용의복장 검사 등등. 서로를 마음 깊이 이해하게 된 우리 반 친구들은 거의 모든 종목에서 일위를 하였다. 혹여 실수하거나 잘 못한 경우에는 서로 격려하며 더욱 열심히 노력하였다. 합창대회 연습 때는 매 자습시간마다 노래를 불렀고 부족한 건 메꿔나가며 더욱 확실하게 하였다. 대회 당일, 결과 우리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여러 경쟁 반들을 뚫고 우리 반이 일등한 것이다. 그 상금을 학급비용으로 써서 피자를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일학년 마지막 날에는 선생님께서 직접 제본을 하신 학급문집을 한명씩 나누어주셨다. 학기 중간중간에 작성한 목록들이 다 들어가 있는 소중한 책이었다. 문집을 읽어보며 서로에 대해 몰랐던 점, 친구들이 나에 대해 느끼는 점 등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일학년을 마쳤다.

2학년이 된 지금도, 복도에서 자주 선생님과 마주친다. 그럴 때마다 일학년 때 함께 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선생님 얼굴과 겹친다.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온 우리들이나 선생님이나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 길고 무서웠지만 일 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의 그 두려움도 이제 그리워지고 있다. 어벙벙하셨던 선생님께서도 이제는 업무를 척척 처리해낼 정도로 능숙해지셨다.

특히 너무나 두렵고 헷갈렸던 학교의 길이 지금은 눈 감고도 갈 수 있을 만큼 익숙해졌다. 다 심현숙 선생님 덕분이다. 하지만 이런 익숙함은 쓸쓸함이 되어 다시금 심현숙 선생님과 함께 한 일학년을 떠올리게 한다.

파릇파릇했던 우리들의 1학년 추억들은 이제 마음 깊은 한구석에 자리 접어두었다. 나처럼 친구들도 선생님과 함께 한 행복했던 시간들을 평생 동안 간직하면서 펼쳐보겠지? 그때마다 우린 서로 공감하고 격려해주던 선생님과의 시간을 떠올리며 조용히 미소 짓게 될 것이다.
- 대전 전민중학교 2학년 4반 이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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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한 걸음 뒤에서 너를 응원할게”

뜻밖의 선물을 받으면 이런 기분일까? 주말에 전해들은 하연이의 수상 소식이 정말 꿈처럼 느껴졌단다. 2013년, 선생님 그리고 1학년 5반 친구들과 함께한 1년의 시간을 글 속에 어떻게 녹여 냈을까? 수만 가지 생각을 하며 하연이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또 축하하는 마음이었단다. 

1년의 시간을 함께하며 지켜 본 하연이에 대해 선생님은 좋은 느낌을 가지고 있단다. 하연이는 활발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아이이자, 많이 웃어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나눠주는 아이였지. 그리고 다른 사람의 기분까지 생각할 만큼 어른스럽고 사려 깊은 아이였어. 비록 올해는 담임교사도 수업을 가르치는 교과담당교사도 아니지만 늘 학교에서 마주칠 때면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하연이를 보며, ‘역시 내 판단이 맞았어!’라고 생각할 만큼 널 보면 기분이 좋아졌단다. 

하연아! 하연이의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교사로서 큰 힘을 얻게 되었단다. 아마 앞으로도 오래도록 너의 글을 곱씹으며 ‘나는 행복한 선생님이구나.’라고 생각할 것 같다. 그리고 힘든 순간순간마다 너의 글이 선생님을 위로해 줄 것 같아. 다시 한 번 고맙다. 선생님이 좋아하는 공지영 작가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라는 책의 제목처럼 언제나 한 걸음 뒤에서 너의 삶을 응원할게. 그럼 항상 건강하고 어여쁜 어른으로 성장해 주길 바란다.
- 심현숙 선생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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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판이다 검색 필독하자 2019-06-18 20:51:14
국민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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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ㅑ륵 2016-06-20 17:30:49
아름답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심쌤 보고싶어요ㅜㅜㅜ

이승헌 2015-06-13 12:22:23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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