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충남도가 주도하고 있는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검토가 머지 않아 착수될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천안병)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비례)이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한 결과 검토 약속을 받아낸 것.
이정문 의원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현재 전국에 6개의 지방은행이 운영되고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인터넷 전문은행을 제외하고 신규 은행이 설립된 사례가 없다”며 “시중은행과 차별화되는 지방은행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고 후보자는 “지방은행의 원래 취지를 보면 예금 또는 대출 등의 업무를 바탕으로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많은 변화를 겪었다”며 “IT기술과 빅테크, 핀테크의 발전을 고려해 보면 또 다른 측면도 있기 때문에, 만약 임명이 된다고 하면 저출산‧고령화‧저성장‧저금리 추세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그런 검토를 바탕으로 방안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시 이 의원은 “지방은행이 여러 가지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취임하신 이후 한 번 더 고민해 달라”며 “지방은행이 있는 지역의 경우 1개 업체 당 평균 대출액이 1억6600만 원 정도다. 반면 없는 지역에서는 1억1700만 원으로 약 5000여 만 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그만큼 지역에 대한 대출이라든지 여러 가지 업무에서 중앙은행보다는 지방은행이 좀 더 적극적인 측면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이 의원은 “현재 지방은행 설립의 경우 은행법상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금융 당국의 정책적 방향이 중요하다”며 “이런 부분을 고려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고 후보자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앞서 윤창현 의원은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에 대한 필요성이 많이 나오고 있다. 사업체 수가 (2019년 기준) 45만 개 정도 되고 종사자(247만 명) 수와 매출액(691조 원)도 많다. 세종시 국회 분원 얘기도 나오는 등 굉장히 많은 관심이 되고 있다”며 “‘이런 새로운 변화에 선제적으로 준비를 하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고 후보자는 “지방은행은 많은 변천을 해왔다. 충청도에 은행(충청은행)이 있었던 적도 있다. 또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며 “앞으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은행산업이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되는지 큰 방향에서 봐야 되기 때문에 위원장이 된다면 깊이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긍정적인 검토를 부탁드린다”며 “이 부분이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재차 주문했다. 윤 의원은 대전고와 서울대(동 대학원)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박사)을 전공한 경제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지방은행 설립에 대한 사실상 전권을 쥐고 있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비록 원론적인 수준이지만 깊이 있는 검토를 약속하면서 충청권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유성준 충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은 29일 <굿모닝충청>과의 통화에서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깊이 있는 검토’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매우 의미 있게 생각한다”며 “전통적인 개념에서 탈피, 시대의 흐름에 맞는 금융 플랫폼 형태의 지방은행으로 준비하고 있는 만큼 정부당국 차원의 속도감 있는 후속 조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또 “소득의 역외 유출 방지는 물론 국가균형발전의 핵심 축 역할을 하고 있는 충청권의 위상을 고려해서라도 지방은행 설립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무엇보다 충청권 소상공인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앞으로의 추진 과정에서도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양승조 충남지사는 지방은행 설립에 대한 충청권 4개 시·도와의 공감대 형성을 바탕으로 대선공약 반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현실화 여부에 당분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