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영 찝찝한 충남공항 15억
[노트북을 열며] 영 찝찝한 충남공항 15억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등 대선공약 잇단 무산에 따른 여론 악화 속 꼼수 아니길
  • 김갑수 기자
  • 승인 2021.09.05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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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 여 동안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는 유행처럼 된 질문의 패턴이 등장했다. 충청권에 대한 순회 경선 일정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앞 다퉈 프레스센터를 찾아 공약을 쏟아냈는데 그때마다 이런 질문이 나온 것이다. (서산시 제공: 지난 달 31일 충남민항 기본계획 수립비 15억 원 반영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양승조 충남지사와 맹정호 서산시장/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지난 한 달 여 동안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는 유행처럼 된 질문의 패턴이 등장했다. 충청권에 대한 순회 경선 일정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앞 다퉈 프레스센터를 찾아 공약을 쏟아냈는데 그때마다 이런 질문이 나온 것이다. (서산시 제공: 지난 달 31일 충남민항 기본계획 수립비 15억 원 반영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양승조 충남지사와 맹정호 서산시장/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지난 한 달 여 동안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는 유행처럼 된 질문의 패턴이 등장했다. 충청권에 대한 순회 경선 일정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앞 다퉈 프레스센터를 찾아 공약을 쏟아냈는데 그때마다 이런 질문이 나온 것이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와 충청산업문화철도 등 문재인 대통령의 충남지역 국정과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서 대선공약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진 상태입니다. 게다가 가로림만 해양정원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습니다. 현 정부에서 당 대표와 국무총리까지 지낸 분들이 이제 와서 이런 공약을 한다면 누가 믿을 수 있을까요? 그런 차원에서 충남도민에게 사과할 의사는 없나요?”

이에 대해 어떤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공과를 계승하겠다”며 사과했고, 또 어느 후보는 “국무총리와 대통령은 다르다”며 해묵은 현안에 대한 통 큰 해결을 약속했다.

충남도청 찾은 민주당 대선경선 주자들에 “그동안 뭐하고” 쓴 소리

급기야 양승조 충남지사는 8월 26일 제5차 국도‧국지도 건설 5개년 계획에 누락된 가로림만 해상교량을 대선공약에 담아 풀겠다며 “(문재인 정부의) 충남지역 대선공약 중 많은 부분이 이행되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비록 <굿모닝충청>의 질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에 일조한 양 지사가 공식적으로 서운한 속내를 드러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로부터 며칠 뒤인 8월 31일 도청 프레스센터에 다시 등장한 양 지사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밝고 힘이 들어가 있었다. 2022년도 정부예산안에 충남공항(서산공항) 관련 기본계획 수립비 15억 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추산 최대 28조6000억 원에 달하는 가덕도신공항의 경우 지난 2월 특별법 통과에 따라 예타 없이도 사업이 추진될 수 있게 된 반면 유독 충남공항에는 여전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자료사진: 서산시 제공)
국토교통부 추산 최대 28조6000억 원에 달하는 가덕도신공항의 경우 지난 2월 특별법 통과에 따라 예타 없이도 사업이 추진될 수 있게 된 반면 유독 충남공항에는 여전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자료사진: 서산시 제공)

양 지사는 “충남공항은 도민 여러분께 하늘 길을 열어 드리는 의미 있는 사업”이라며 “향후 충남공항이 건설되면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하고, 충남이 환황해권 성장 중심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맹정호 서산시장도 “220만 충남도민과 18만 서산시민의 염원이었던 충남의 하늘 길이 열리게 됐다”며 “양 지사님의 정치력과 추진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충남공항 기본계획 수립비 15억 원…충남민심 달래기 꼼수 아닌지?

그러나 이번에 확보된 충남공항 기본계획 수립비 15억 원은 기획재정부의 수시 배정 대상 사업에 해당하는 것으로, 예비타당성 조사 등 사전 절차를 완료해야만 예산 집행이 가능하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충남도와 서산시는 지방비를 들여 진입도로를 개설한 만큼 전체 사업비를 기존 509억 원에서 450억 원으로 낮추는 효과가 발생함에 따라 비(非) 예타 사업으로 추진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결과적으로 기획재정부는 충남도와 서산시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채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쉽게 말해 예타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충남공항은 물 건너 가는 것이다. 말이 ‘조건’이지 ‘함정’이나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 추산 최대 28조6000억 원에 달하는 가덕도신공항의 경우 지난 2월 특별법 통과에 따라 예타 없이도 사업이 추진될 수 있게 된 반면 유독 충남공항에는 여전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양 지사는 3분기 예타 대상 사업에 선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지난 3일 서울 국토발전전시관에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이를 다시 한 번 요청한 것을 놓고 보면 여전히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전후 사정을 종합해 보면 이번에 확보된 15억 원의 본질은 지역 민심을 잠시나마 달래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양승조 지사는 3분기 예타 대상 사업에 선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지난 3일 서울 국토발전전시관에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이를 다시 한 번 요청한 것을 놓고 보면 여전히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충남도 제공)
양승조 지사는 3분기 예타 대상 사업에 선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지난 3일 서울 국토발전전시관에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이를 다시 한 번 요청한 것을 놓고 보면 여전히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충남도 제공)

민주당 주자들 충청권 공약도 불신 여전…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

민주당 첫 순회 경선을 앞둔 충청권 민심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정부가 마치 큰 결단이라도 하듯 선심을 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게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 하더라도 15억 원 반영의 성과 자체를 우리 스스로 폄하할 이유는 없다. 누가 뭐래도 맹정호 시장이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통과 직후 페이스북에 남긴 ‘찍소리’가 충남민심에 도화선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고, 양승조 지사 역시 충남공항을 도정의 최우선 순위로 삼아 정치권을 압박해 왔다는 점은 이번 성과를 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을 놓고 볼 때 씁쓸한 입맛이 감도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옆구리를 찔렀으면 절이라도 받아야 하는데 이건 건성건성 목례보다 못한 느낌이다. 충청도가 언제까지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속상한 마음이 들 정도다.

이번 대선이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계기가 돼야 할 텐데 이마저도 ‘이미 떠나버린 버스’ 아닌지 모를 일이다.

그나저나 민주당 대선경선 주자들이 경쟁하듯 내놓은 충청권 대선공약을 제대로 이행이나 할는지, 벌써부터 의구심이 들게 만든 것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따져야 할지 묻고 싶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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