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의 환경이야기] 환경운동가와 비닐봉지
[염우의 환경이야기] 환경운동가와 비닐봉지
염 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관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1.09.18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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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새활용시민센터를 비롯한 지역 시민사회가 지난 6일 '쓰레기OUT'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인류가 직면한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는 이제 전문가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지혜를 모아 실천하고 이겨내야 할 문제다. 이에 굿모닝충청은 충북 환경운동의 역사로 불리는 풀꿈환경재단 염우 상임이사로부터 환경의 중요성과 더불어 우리지역에서 진행돼온 환경운동의 현실과 앞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 등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쓰레기줄이기 청주시민실천단(쓰줄1004단)은 추석을 맞아 공동실천캠페인을 시작하였다. ‘쓰레기 없는 추석’을 위해 장바구니(다회용기)가 판치는 추석, 과대포장 없는 추석 선물, 음식물 쓰레기 없는 추석, 철저한 분리배출로 뒤끝 없는 추석, 추석캠페인 퍼뜨리기 등 다섯가지 실천과제를 제안하였다. 이중 한 가지 이상을 실천하면 된다. 쓰줄1004단 멤버 뿐 아니라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다만 혼자 조용히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떠들썩한 방식으로 참여해야 한다. 반드시 인증샷을 찍고 SNS 등 온라인을 통해 공유해야 한다.

추석명절 때는 평상시에 비해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이 20%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지난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발생한 쓰레기의 양은 2.6배나 많았다고 한다. 이번 추석에도 오고가는 선물 속에 포장재가 넘쳐날 것이다. 차례상 차리고 음식 준비하려면 장을 봐야 할 텐데 식재료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비닐봉지들이 딸려 들어올 것이다. 명절이라고 해서 쓰레기조차 풍성할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그래서 과대포장 없는 추석, 장바구니 판치는 추석을 만들자는 것이다. 안 쓰는 것은 힘들어도 덜 쓰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비닐봉지 한 장이라도 덜 쓰는 추석을 만들자는 것이다.

비닐봉지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내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기억이 있다. ‘환경운동가와 비닐봉투’라는 제목의 2004년 5월의 기사 때문이다. 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 일하고 있을 때였다. 지금도 넉넉하진 않지만 당시에는 NGO 활동가들은 최저생계비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생활해야 했다.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리고 아이가 태어나자 또 다른 생계수단이 필요했다. 이런 저런 고민과 과정을 거쳐 베이커리를 인수하여 운영하였다.  결론을 말하자면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간 운영을 하다 중단하였고, 후과가 현재에 이르고 있다. 소나무는 솔잎을 먹어야 하는 건데...

빵집은 책방, 꽃집과 함께 무늬만 그럴싸한 대표적인 3D업종으로 불렸다. 자정 넘어 문을 닫고 오전 6시 전에 문을 연다. 새벽부터 빵을 굽기 시작하면 보통 오전 중에 마무리된다. 갓 구워낸 빵은 진열하면 참 먹음직스럽다. 색깔과 향기가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손님들이 빵을 골라오면 종류별로 작은 비닐봉투에 따로 포장을 해 준다. 맛이 섞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는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세련된 비닐봉지에 담아서 준다. 종이로 만든 멋진 쇼핑백이 있는데, 값나가는 상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제공하는 선택적 서비스다. 오후가 되면 진열대의 빵을 투명한 비닐봉지에 담아 밀봉한다. 이렇게 하면 보기에도 깔끔하고 마르지 않아 빵 맛도 잘 유지할 수 있다. 오픈할 때는 유기농 또는 친환경 빵집을 선택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나중에는 비닐봉지가 더 큰 고민거리였다. 하지만 비닐봉지 없이 빵집을 운영하기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정부는 2003년 7월 1일부터 일회용 비닐봉지 무상제공을 금지하였고, 2004년 4월 1일부터 신고 포상금제를 실시하며 유상판매를 강제하였다. 환경을 위해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본업을 환경운동가, 부업을 빵집으로 여겼던 우리 부부는 성실히 제도를 이행하였다. 초기에는 손님들과 종종 다투기도 하였다. 몇 천 원어치를 샀는데 몇 십 원을 더 받는다고 각박하다거나 융통성이 없다는 비난이 쇄도하였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었고 차츰차츰 정착해 갔다. 빵 각각에 대한 개별포장도 문제인데, 이것은 제품의 질과 위생에 관계된 일이라 제도적으로 규제하지 않았다. 생업과 환경운동 사이에서 적절히 타협하며 그렇게 적응하고 있었다.

주된 운영은 아내가 맡았고, 나는 아침과 저녁에 돕는 정도 역할을 했다. 그마저 야근과 모임으로 빼먹는 날이 더 많았다. 첫해는 개업발 덕인지 선방했다. 종종 지인들이 일부러 찾아오기도 했다. 한번은 충북도청 부서장 한분이 빵을 사러왔다. 민방위 훈련에서 간식으로 제공할 빵과 우유 500세트씩 두 번을 납품해 달라는 거였다. 아마도 저 윗분이 생각해서 보낸 것이 틀림없었다. 웬 횡재인가 싶었으나, 여러가지 환경현안으로 인해 충북도청과 갈등을 빚고 있던 터라 ‘마음만 받겠다’며 기세 좋게 돌려보냈다. 하지만 이 과감한 결단을 옹호해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럴 것이라면 빵집을 접으라는 핀잔 뿐.

2004년에는 빵집 운영이 엉망진창이 되었다. 원흥이마을의 택지개발 공사가 강행되자 시민들은 두꺼비서식지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맞섰다. 시민대책위원회의 실행위원장읕 맡았던 나는 현장이 매몰될 수 밖에 없었다. 남편으로 부터 외면당한 빵집을 아내 혼자 운영하느라 고군분투하였다. 5월 어느날 남편의 지인인 모양새를 하며 기자 하나가 빵집을 찾아왔다. 장사는 잘 되냐는 둥 친절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며 비닐봉투 무상제공 금지의 어려움이 어떤지 물어보더라는 거였다. 아내는 토로하는 심정으로 성의 있게 대답하였다. 준법운영을 하면서 겪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설명해 주었다. 다음날 보도된 기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비닐봉투를 보통사람들처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사람이 과연 환경운동을 주창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환경보전에 동참할 것을 촉구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환경운동가’를 자처하는 이 사람은 환경보전이라는 명분만 있으면 물리적 행동도 서슴치 않는 ‘열혈 환경론자’인 양 행동한다. 최근 환경이슈가 되고 있는 원흥이방죽 보존에도 앞장서 있다. 충북지역 환경문제가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환경보전만이 자신에게 부여된 ‘사명’인 것처럼 목청을 돋우며 ‘힘자랑’하는 볼썽사나운 행태도 마다 않는다...‘며, ’염우 청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님! ‘우리 빵집은 환경보전을 위해 비닐봉투를 절대 사용하지 않습니다’라는 표어가 가게 출입문에 커다랗게 붙어있는 모습부터 보고싶습니다‘ 라는 주장이었다.

취재 윤리도 없이 다분히 의도적이며 사실과도 다른 내용을 심지어 실명까지 표기한 채 보도한 이 황당한 기사를 접하며 나는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다. 주변의 사람들은 허위적이며 악의적 기사가 분명하므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것을 권유했다. 법률 자문도 받았고 승소할 것이라는 명확한 판단도 섰다. 하지만 대응하지 않았다. 의도가 무엇이건 나의 당면과제인 원흥이마을 두꺼비서식지 보전운동에는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역 언론사의 열악한 근무여건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었으며, 수준 이하의 행태에 대응하고 싶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문제였다. 생계라는 이유로 시장에 편입되어 비닐봉지의 소비에 기여하고 있던 것은 사실이었다.

이 문제는 대전의 언론 관련 시민운동가에 의해 지역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대표적 사례로 분석되었다. 발제문에서 ‘시민단체들의 성장과 그 활동에 못마땅한 태도를 보여 왔던 일부 지역 언론에서는 시민단체들의 조직운영 또는 활동내용 등에 제동을 걸고 나왔다.’며 ‘기사의 내용에 대한 사실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전반에서 흐르고 있는 악의적인 단어선택을 통한 일방적 매도와 일부를 전체로 일반화시키는 오류가 덕지덕지 묻어있다... 이는 시민운동의 성장에 따라 지역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며 자신의 영역을 빼앗긴 데 대한 철저한 견제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달리 해석할 방도가 없다.’고 지적하였다.

쓰레기줄이기 청주시민실천단의 '쓰레기 없는 추석' 캠페인. 사진=청주새활용시민센터/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비닐봉지는 이처럼 환경운동가의 마음속에 분해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비닐봉지, 아주 가볍고 부피도 적으며 질기고 방수기능도 완벽하다. 편리하고 값도 싸다. 하지만 잘 분해되지 않는다. ‘석유에서 비롯된 얇은 필름 형태의 플라스틱 백’이 넘쳐나며 환경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 사람이 1년에 평균 460개 가량의 비닐봉투를 사용한다고 한다. 플라스틱을 많이 쓰는 나라이다. 세계적으로는 연간 1조개 가량의 비닐봉지를 소모된다. 이중 상당수는 자연계로 방출되어 지구를 뒤덮고 있으며 미세플라스틱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편리와 생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나는 오래 전 부터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있지만 비닐봉지 사용을 완전히 중단하지는 못하고 있다. 쓰줄1004들과 함께 ‘비닐봉지 없는 생활’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해 보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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