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태] 가을바람을 타고 온 물수리, 백제보에서 짧은 만남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태] 가을바람을 타고 온 물수리, 백제보에서 짧은 만남
모래톱이 있는 지천과 금강 본류 사이
먹이 사냥을 하지 못해 다른 곳으로 이동
  • 백인환 기자
  • 승인 2021.10.06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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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말 또는 10월에 우리나라 해안 및 하천에서 볼 수 있는 물수리. 물고기를 전문적으로 사냥하는 물수리가 금강 본류와 은산천 주변에서 이틀간 관찰됐다.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9월말 또는 10월에 우리나라 해안 및 하천에서 볼 수 있는 물수리. 물고기를 전문적으로 사냥하는 물수리가 금강 본류와 지천 주변에서 이틀간 관찰됐다.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지구 역사를 24시간으로 환산하면 인간의 출현 시간은 마지막 5초라고 합니다. 도시화와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작동한 20세기 이후로 산정하면 고작 1초 이내라는데, 지구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대멸종의 시간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많은 국가와 국제기구는 이런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자 시민데이터과학(시민과학)과 집단지성을 유인할 프로젝트를 만들고, 국내외의 특화된 미디어 매체는 과학적 근거로 정책을 분석하고, 시민 참여와 글로벌 연대를 실천해 가고 있습니다. 굿모닝충청도 지역의 생물다양성 이슈와 현상을 분석하고, 시민과학적 접근, 선진 사례를 통해 대멸종의 시대에 현실 가능하고 흥미로운 대안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10월 초에 금강에서 물수리를 만나려면 금강과 미호천이 만나는 ‘합강리’나 그 상류인 ‘부강리’에 가야 합니다. 2010년 전후로 4대강 사업과 세종시 건설로 하천 주변이 급격하게 변했고, 공사 때문에 이후에 금강에서 물수리를 보는 게 사실 어려워졌습니다”

금강과 미호천이 만나는 합강리의 물수리(2010년 11월). 제공=이성원 작가/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금강과 미호천이 만나는 합강리의 물수리(2010년 11월). 제공=이성원 작가/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이성원 조류생태기록가는 10월의 금강은 가을바람을 타고 온 맹금류들을 쉽게 볼 수 있었으나, 하천 개발로 물수리와 같은 맹금류 보는 일이 어려워졌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10월 백제보의 전경.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10월 백제보의 전경.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지난 국군의 날, 기자는 금강 백제보의 하류방향에서 가늘고 긴 날개에 배가 흰 맹금류가 금강과 지천 합류부의 모래톱 주변에서 유유히 나는 모습을 확인했다.

“백제보 주변의 지천 합류부는 낮은 산과 자신을 숨길 수 있는 하천 식생들이 잘 발달돼서 물수리가 나무에 앉아 쉬거나 물고기를 사냥하기에 좋은 수역이라 특별한 방해가 없다면 이동 시기에 다시 올 가능성이 있다”며 금강 수계를 조사했던 이시완 박사(한국환경생태연구소 대표)는 물수리가 충분히 서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물수리가 관찰된 금강과 지천 합류부 전경.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물수리가 관찰된 금강과 지천 합류부 전경.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4대강 조류 조사에 참여했을 때 금강 수계에서 물수리를 관찰하지 못했는데, 이번 금강 수계에서 멸종위기종 물수리가 나타났다는 것은 수문 개방 이후 좋은 조짐이라 생각하면서도 유람선과 수상 스포츠 때문에 물수리가 안전하게 서식할 공간이 많지 않을 것이다”라며 물수리가 이동 시기에 충분하게 사냥하는 데는 불안 요인이 많다고 이시완 박사는 염려했다.

물수리는 가늘고 긴 날개를 가져 수면 위를 날다가 물고기 확인 후 바로 발로 잡아챌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난 새이다. 50m 이내의 높이에서 수면 속의 물고기를 발견할 수 있는 동체시력부터 잽싸게 물고기를 낚아챌 수 있는 비행술과 순발력, 미끄러운 물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유연하면서 강력한 발과 발톱 등 물고기 사냥꾼의 모습으로 특화된 조류이다.

물고기를 사냥하고 전봇대 위에서 뜯어 먹기 전에 경계하는 물수리(전남 동진강).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물고기를 사냥하고 전봇대 위에서 뜯어 먹기 전에 경계하는 물수리(전남 동진강).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물수리는 20세기 중반 매우 위험한 시기를 겪었다.

화학 공장에서 배출되는 맹독성 물질, 화학 농업 시스템에서 과도하게 사용된 농약과 살충제가 물수리가 서식하는 하천·호수·해안가에 흘러 들어와 물수리의 체내 중금속 축적량을 높혀 전 세계적으로 물수리의 개체수를 급격하게 감소시킨 적이 있다.

지금은 대규모 화학 사용이 규제되면서 물수리의 서식 환경이 안전해졌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하천 개발과 이용 강도가 높은 수준은 물수리에게 여전히 큰 위협 요인이 된다.

낙화암 앞에 유람선이 많은 관광객을 싣고 운행하고 있으며, 맞은편 금강 둔치는 캠핑장과 코스모스 길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부여 낙화암 앞에 많은 관광객을 싣고 운행하는 유람선, 맞은편 금강 둔치는 캠핑장과 코스모스 길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4대강으로 하천 경관이 매우 단순해졌다. 모래톱이 사라져 물새류가 휴식할 장소가 사라졌고, 수심이 깊어지면서 특정 조류만 사는 강으로 변했다. 하천의 생물다양성이 낮아졌고, 하천에 외래생물종이 증가하는 게 우리나라 강의 모습이다”라며 이시완 박사는 금강도 같은 이유를 들며 걱정했다.

“그리고 곳곳에 낚시와 캠프장, 수상 스포츠 등 하천의 이용 강도는 계속 높아가는 상황에서 하천의 최고포식자인 물수리의 서식은 앞으로도 매우 희귀할 전망이다”라며 이시완 박사는 이번 물수리 관찰은 행운이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기자는 3일 뒤 다시 간 현장에서 물수리를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2020년 10월 '겨울철 조류 동시 센서스'에서 물수리 관찰 지역. 제공=환경부 철새지리정보시스템 캡쳐화면/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2020년 10월 '겨울철 조류 동시 센서스'에서 물수리 관찰 지역. 제공=환경부 철새지리정보시스템 캡쳐화면/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겨울철 동시센서스’ 결과에서도 충청권에서 물수리가 나타난 곳은 금강하구의 유부도, 금강호, 서산 간월호와 해미천, 태안 근흥면 해안가가 전부였기 때문에 백제보 주변에서 물수리를 확인한 것은 행운이었음을 알게 됐다.

전국으로 확대해도 최근 5년간의 물수리 관찰 기록은 내륙에서는 팔당호와 경안천, 경남의 주남저수지와 전남의 고천암호와 같은 조류서식지이고, 대부분 임진강 하구, 시화호, 동진강(새만금), 낙동강 하구, 그리고 양양 남대천을 중심으로 볼 수 있다.

10월 가을바람을 타고 온 물수리와의 짧은 만남. 내년 봄과 가을에도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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