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대의 '4지선다형' 문제》 "다음 중 어떤 이야기가 소설입니까?"
《김주대의 '4지선다형' 문제》 "다음 중 어떤 이야기가 소설입니까?"
  • 정문영 기자
  • 승인 2021.10.10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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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 봄 - 문인화가 김주대 시인- 당장 겨내려와요. 그러다가 죽으면 어쩌려고 그래요?- 싫다, 소리 지르지 마라. - 소리 안 지르게 됐어요. 당장 내려오라고요. 떨어지면 죽어요.- 언제 나 죽는 거 걱정해 줬다고...- 목련 꽃눈 떨어지면 목련꽃 죽는다고요. - 뭐라고?- 목련나무 다친다고요, 봄은 와야 되잖아요. - 씨발, 내 걱정이 아니었네.
《사람보다 봄》
- 당장 겨내려와요. 그러다가 죽으면 어쩌려고 그래요?
- 싫다, 소리 지르지 마라.
- 소리 안 지르게 됐어요. 당장 내려오라고요. 떨어지면 죽어요.
- 언제 나 죽는 거 걱정해 줬다고...
- 목련 꽃눈 떨어지면 목련꽃 죽는다고요.
- 뭐라고?
- 목련나무 다친다고요, 봄은 와야 되잖아요.
- 씨발, 내 걱정이 아니었네.
(문인화가 김주대 시인)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문인화가 김주대 시인이 이번에는 시인이 아닌 시험문제 출제자로 변신했다.

그는 10일 불쑥 시험문제를 냈다. 주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정치에 관련된 문제로, 4가지 중에서 어떤 이야기가 소설인지 하나를 고르면 된다. 적어도 기자의 식견으로는, '이보다 더 어려운 시험문제는 일찍이 없었다'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어렵다. 어떻게 하나만 고를 수 있을까? 차라리 고문에 가까운 요구다. 참고로, 이 시험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 전혀 무관하다.

1번)
작두로 사람의 목을 베어 인육을 팔던 인간 백정이 연필깎이 칼로 연필을 깎고 있는 학생에게 욕설을 내뱉는다.
야이~ 짐승만도 못한 놈아, 어찌 나무에 칼질을 할 수 있느냐? 식물을 사랑하라.”

2번)
초고가의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아들을 둔 야당의 국회의원 곽가가 국산 소형차를 타고 다니는 정부 인사의 딸을 맹비난한다.
야이~ 나쁜 년아, 서민은 걸어다니는데 어찌 승용차를 타고 다닐 수가 있느냐? 걸어다녀라.”

3번)
검사 출신의 웅이라는 국회의원이 이른바 ‘고발사주’의 공범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가 조성은이라는 사람에게 고발을 사주한 통화기록이 나왔다. “내가 대검찰청 찾아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온 게 되니까 나는 쏙 빠져야 됩니다. 내가 고발하면 검찰이 시킨 걸로 생각할 수 있으니 성은 씨가 고발하는 게 좋겠습니다. 대검에 접수되면 잘 처리해달라고 이야기할게요.” 사기꾼보다 더 사기꾼다운 범죄를 저지른 그는 통화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가 쓴 책 〈검사내전〉 첫 번째 이야기의 제목은 이렇다.
사기꾼은 목숨 걸고 뛴다.

4번)
장모는 금융부동산사기꾼, 부인은 금융약력미술사기꾼, 본인은 법률사기꾼인 자가 오랫동안 정부에 몸담고 정부의 온갖 혜택을 다 받고 나와서 국민에게 외친다.
이 정부를 갈아엎어야 합니다. 정권을 교체해야 합니다아아아~

출제자인 김 시인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2016년 전국에서 들불처럼 번졌던 촛불시위에 대한 화두를 끄집어냈다.
박근혜를 끌어내린 2016년의 촛불시위는 계급적 주체가 분명한 혁명도 거대한 항쟁도 아니었다. 촛불시위는 그저 상식의 복원을 꿈꾸는 시민의 소박하고 즐거운 소망잔치였다.”

그는 “2016년의 촛불시위는 혁명도 항쟁도 아니었다”며 “잔치가 끝나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상식조차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혁명과 항쟁의 시작일 수는 있겠다. 혁명이 어느 하룻날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멀고 긴 날까지 가야하는 희망이라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 닥쳐오는 모든 시간은 늘 시작을 말하고 있을 뿐”이라며 “개인의 시간도 사회의 시간도 완성되지 않는 시작, 새로움이다. 도대체 절망적이고 얼마나 희망적인가?”라고 덧붙였다.

그리고는 현재 소설같은 부조리가 얼마나 엉망진창 펼쳐지고 있는지를 실례를 들어가며 구슬 꿰듯 줄줄이 늘어놓았다. 감히 토씨 하나 손댈 건더기조차 보이지 않는다.
중립을 대놓고 벗어던진 언론,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부에 사사건건 딴지를 거는 관료공무원들, 협상하지 말고 밀어부치라고 180석을 몰아줬는데도 수구야당과 협상만 한 보수여당, 누더기가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아버지가 제주도에 땅투기를 했는데 국민의 땅투기를 비판하는 야당 대표, 돈과 인맥 장사를 하는 법관들, 선택적으로 정의를 외치는 젊은이들, 이미 선택받고도 또 선택받으려는 중년들, 시로 자위행위를 하는 시인들, 문학으로 문학장사를 하면서도 짐짓 현실을 꾸짖는 문인들, 개가 개에게 개같다고 짖는 날들, 청년의 배달오토바이가 음주차량과 부딪쳐 허공으로 날아가고 있는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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