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치유의 길…천주교 순례길6] 호젓한 산길 따라 이어지는 길
[충남 치유의 길…천주교 순례길6] 호젓한 산길 따라 이어지는 길
부여 도앙골 성지~삽티 성지 3km 구간
  • 이종현 기자
  • 승인 2021.10.1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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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치유와 힐링이 되길 기대하며 충남도내 불교와 천주교 순례길 15구간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차가운 바람이 쌩쌩 지나간다.

햇볕은 따스하게 비쳐오지만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게 느껴지는 걸 보니 가을이 다가왔나 보다.

지난 14일 부여로 향했다. 충남 천주교 순례길 6코스인 도앙골 성지부터 삽티 성지까지 3km 구간을 걷기 위해서다.

이 구간은 이름 없이 사라져간 순교자들 외에 두 명의 순교성인의 발자취를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최양업 신부와 황석두 성인이다.

도앙골 성지와 삽티 성지 갈림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도앙골 성지와 삽티 성지 갈림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도앙골 성지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도앙골 성지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평야 지대에서 사는 신자들은 신자 아닌 것처럼 냉담하여 살지만, 산골에 피신하여 사는 신자들은 아주 열심히 사는 사람들입니다.

‘땀의 순교자’로 불리는 최양업 신부가 1850년 10월 1일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로 보낸 국내 첫 활동보고서에 쓰여 있던 글이다.

최양업 신부가 이 글을 쓴 곳은 ‘도앙골’이라 불리는 부여의 산골짜기였다.

도앙골 성지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도앙골 성지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도앙골 성지는 월명산 깊은 계곡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천주교 박해 시기 많은 교우들이 숨어살던 것으로 전해진다.

마을 입구에서 좁은 농로와 산길을 따라 한참 올라가야 성지가 나온다.

성지로 가는 길은 좁고 꾸불꾸불하다. 사색하면서 걷기엔 좋지만 승용차로 오르기엔 만만치 않았다.

도앙골 성지 우애의 집.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도앙골 성지 우애의 집.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성지에 도착하면 큰 기와집(우애의 집)이 순례객을 맞이한다. 이곳에서 순례자 도장을 찍을 수 있다.

우애의 집 옆길을 따라 걸으면 투박하지만 위엄 넘치는 십자가 제단이 보인다.

도앙골 성지 십자가 제단.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도앙골 성지 십자가 제단.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맞은편에는 높이 7.5m에 달하는 ‘탁덕 최양업 시성 기원비’가 세워져 있었다. 탁덕(鐸德) 이란 덕을 행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사람으로, 과거에는 신부를 탁덕이라 불렀다고 한다.

탁덕 최양업 시상 기원비.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탁덕 최양업 시상 기원비.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탁덕 최양업 시성 기원비를 보며 기도를 한 뒤 산길을 따라 삽티 성지로 향했다. 길 중간에는 대형 책 조형물이 세워져 있었다. '순교자를 위한 비문과 추모시'다.

월명산을 바라보며 세워져 있는 순교자를 위한 비문과 추모시가 인상적이었다.

순교자를 위한 비문과 추모시 조형물.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순교자를 위한 비문과 추모시 조형물.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삽티 성지로 가는 길은 걷기에 부담이 없을 정도로 경사가 완만하다.

흙길과 시멘트로 포장된 길이 반복된다.

도앙골 성지에서 삽티 성지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도앙골 성지에서 삽티 성지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도앙골 성지에서 삽티 성지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도앙골 성지에서 삽티 성지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나무들은 제법 굵직하고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높이는 평균 15m가량으로, 하늘을 향해 쭉 뻗어 오른 나무들이 청량한 공기를 전해줬다. 울창한 숲은 나무 사이로 내리쬐는 햇볕을 막아줬다.

도앙골 전망대.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도앙골 전망대.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산길을 따라 걷다 보면 도앙골 전망대가 나온다. 상쾌한 나무 향기에 둘러싸여 일상의 고됨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전망대를 뒤로 한 채 10여 분 정도 걷다 보면 갈림길이 나온다. 등산로 분기점인데, 월명산 방향으로 꺾어야 삽티 성지로 갈 수 있다. 길이 잘 조성돼있다고 쭉 직진하다간 큰코다친다.

도앙골 성지에서 삽티 성지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도앙골 성지에서 삽티 성지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때쯤 삽티 성지에 도착했다는 안내판이 보인다.

삽티 성지는 천주교 신앙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은 황석두 성인의 유해가 안장된 성스러운 장소다. 1791년 신해박해를 피해 천주교인들이 모여 살던 곳이기도 하다.

삽티 성지 안내 표지판.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삽티 성지 안내 표지판.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삽티 성지 안내판.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삽티 성지 안내판.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충북 연풍에 살던 황석두 성인은 천주교 박해를 피해 이곳에 정착했다.

부유한 양반 가문의 아들로 태어난 황석두 성인은 스승의 권고로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였다.

아버지의 반대가 심하자 3년간 언어장애인 행세를 하며 교리 서적을 탐독했다고 전해진다.

삽티 성지 황석두 성인 안장지.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삽티 성지 황석두 성인 안장지.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그는 1866년 병인박해때 보령 갈매못에서 순교했다.

이후 양자와 조카가 그의 시신을 수습해 삽티에 묻은 것으로 알려졌다.

삽티 성지 황석두 성인 안장지.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삽티 성지 황석두 성인 안장지.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1964년 산지 개발 작업 중 허물어진 무덤에서 성물(聖物)이 발굴됐고, 천주교 대전교구는 2012년부터 성역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성지 한편에는 황석두 성인의 신앙고백이 비석으로 남아 있다.

비석에는 나는 천당 과거에 급제했습니다. 비록 만 번을 죽더라도 천주를 배반할 수 없습니다.라고 적혀있었다.

삽티 성지 황석두 성인 안장지.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삽티 성지 황석두 성인 안장지.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삽티 성지.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삽티 성지.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비석 뒤에는 나무 십자가가 세워져 있었다.

삽티 성지 나무 십자가.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삽티 성지 나무 십자가.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예수의 고난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을 것 같은 거대한 나무 십자가를 보니 저절로 고개가 숙어졌다.

장식을 배제한 소박하고 거친 나무 십자가가 고단한 신앙의 길을 지켜온 황석두 성인의 생애를 대변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황석두 성인 기념 경당 '성석당'.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황석두 성인 기념 경당 '성석당'.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주변에는 황석두 성인 기념 경당인 ‘성석당’이 자리하고 있었다.

호젓한 산길을 걸으면서 최양업 신부와 황석두 성인의 신앙을 되새겨는 건 어떨까.

삽티 성지 순례 도장.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삽티 성지 순례 도장.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 도앙골 성지: 부여군 내산면 금지리 249

▣ 삽티 성지: 부여군 홍산면 상천리 산 90-14

※ [충남 치유의 길]은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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