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37] 한민족의 인문환경 아이콘Ⅰ, 느티나무...청양 화산리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37] 한민족의 인문환경 아이콘Ⅰ, 느티나무...청양 화산리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1.10.19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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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기자, 사진 채원상 기자] 청양군 장평면 화산리 느티나무의 첫 느낌은 ‘높고 크다’였다.

산 중턱에다 길옆에 단이 세워진 곳에 위치하니 더욱 높아 보였다.

570년의 세월에 밑줄기 일부분만 치료했을 뿐, 비바람과 눈보라를 견뎌낸 늠름함에 더욱 커 보였다.

말 그대로 나이 많고 거대한 ‘노거수’였다. 하지만 주변은 쓸쓸했다.

밤나무 단지가 주변에 있어도 밤 수확의 즐거운 소리는 없고, 폐가로 남은 집만 덩그러니 남았으니 반 천년을 살아온 느티나무의 넉넉한 품과 달리 마을은 조용했다.

화산리 느티나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정혜사가 자리 잡고 있다.

신라 문성왕 때 창건했다는 전설과 조선시대 다시 지었다는 얘기로 미루어 화산리 느티나무는 수백 년 또는 천 년 전, 화산리에 자리 잡은 절과 마을이 생기면서 심어졌던 것 같다.

우리나라는 화재로 많은 유물들이 사라진 경험이 많다.

백성들의 삶 또한 화재에 취약했다. 정혜사가 창건되거나 화산리에 마을이 조성되었을 시절의 건물은 대부분 화재로 사라졌고, 그동안 재배 작물의 변화로 농업 풍경도 달라져 마을의 원풍경은 이 느티나무 한 그루만이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주변의 밤나무 숲도 2000년 전 중국에서 유래한 밤이 아니라 60년대 후반 산지자원화 계획으로 보급된 유실수이기에 마을 방문객이 보는 풍경은 7~80년대의 전형적인 산간 오지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풍경을 소위 ‘인문환경’이라고 부른다. 논과 밭, 과수원, 다리, 도로, 건물 등과 같이 고장의 자연환경을 이용해 사람들이 만든 환경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느티나무는 현 세대에게 농촌 생활사를 알려주는 이정표라 할 수 있다.

마을이 만들어 지려면 사람들이 모여 살 수 있는 물이 있어야 하고, 작물을 키우고 집을 지을 공간, 추위와 재난을 피할 입지 조건 등이 맞아야 했다.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홍수와 산사태, 기근과 질병, 그리고 야생동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는 빌고 의지해야 하는 구심점도 반드시 필요했다.

전 세계의 수목문화가 이런 보편적인 이유로 형성된 것처럼 우리의 느티나무도 마을 주민의 삶을 지탱하고 영속하도록 신앙과 자부심의 대상이었다.

작은 국토이면서도 자연 현상이 다르니 재배 작물이 다르고, 산세와 물길이 다르니 삶의 방식도 다른 법. 전국 방방곡곡의 느티나무는 각기 다른 삶의 희망과 욕망이 투영되어 마을마다 천차만별한 신화와 전설을 잉태하였고, 주민들은 보호수와 함께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아왔다.

즉 느티나무는 마을이 만들어지면 사람의 필요로 심어진 나무이기에 느티나무 한 그루는 곧 마을 일 정도로 마을 역사와 궤를 같이 해 왔다.

최근 한류가 일본과 중국, 동남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불타오르고 있다.

이번 한류는 단순히 ‘K-Pop’ 범위를 넘어 한국의 경제·사회·정치 상황을 세밀하게 묘사한 드라마와 영화, 웹툰까지 불티나게 소비될 정도로 한류는 전 세계 문화콘텐츠 시장에서 압도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한류 원형이 무엇인지를 탐사하고 학습하는 외국인들이 늘면서 한국 문학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아마도 코로나와 함께 하는 사회가 되고, 전 세계인들의 왕래가 보다 자유로워지면 서울 경복궁이나 전주 한옥마을의 한복 체험을 넘어 한국을 제대로 알고 싶은 외국인들에게 한국 문학의 단골 소재이자 스토리가 있는 보호수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왕궁과 양반가의 조형미가 한류의 원형이 아니라 시골 마을 어귀에서 험난한 삶을 백성과 함께 버티고 살아온 느티나무야말로 ‘한민족의 인문환경’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린다면 많은 외국인들의 방문이 이어질 것이라 희망한다.

청양군 장평면 화산리 478 : 느티나무 567살(2021년 기준)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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