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치유의 길…천주교 순례길7] 순교자 4인 유해 모시던 길
[충남 치유의 길…천주교 순례길7] 순교자 4인 유해 모시던 길
보령 완장포구~서짓골 성지 9km 구간
  • 이종현 기자
  • 승인 2021.10.2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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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치유와 힐링이 되길 기대하며 충남도내 불교와 천주교 순례길 15구간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가을이 깊어간다. 하늘은 높고 청명하다. 두툼한 옷이 필요할 정도로 쌀쌀한 바람도 불어오기 시작했다.

지난 20일 보령시로 향했다. 충남 천주교 순례길 7코스웅천읍 완장포구에서 미산면 서짓골 성지까지 이어지는 9km 구간을 걸었다.

이 구간은 <굿모닝충청>이 지난 13일 소개한 ‘보령 갈매못 순교성지’와 관련이 있다.

위앵 루카 신부, 다블뤼 안토니오 주교, 오매트르 베드로 신부, 장주기 요셉 성인 등 갈매못에서 순교한 이들의 유해를 신자들이 12일간 운구한 길이다.

완장포구~서짓골 성지 도보 순례길 출발지점.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완장포구~서짓골 성지 도보 순례길 출발지점.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출발점은 완장포구다.

내비게이션에 완장포구(웅천읍 대창리 219-7)를 찍고 도착하면 웅천하수종말처리장이 나온다.

완장포구로 가려면 공단 정문으로 들어가지 말고 우측으로 난 길로 향해야 한다.

하늘로 높게 솟은 갈대와 함께 완장포구의 하류가 펼쳐진다.

과거에는 이곳까지 서해바다 물이 들어왔다고 전해진다.

완장포구.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완장포구.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신자들은 갈매못에서 완장포구까지 네 명의 유해를 작은 배에 싣고 바닷길을 건넜다고 한다.

완장포구는 순교한 4인의 유해를 서짓골로 옮기기 위해선 들려야 했던 포구로 성지로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순교자들의 유해를 사람들 눈을 피해 은밀하면서도 비장한 마음으로 운구한 당시 신자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경건해졌다.

완장포구.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완장포구.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완장포구에 설치된 순례길 안내판을 살펴보며 신발 끈을 조여 맸다.

완장포구가 위치한 웅천은 한국의 석재산업 중심지라고 불릴 만큼 많은 돌이 생산되고 다듬어지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곳곳에 세워진 조각상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경유지인 한내노인회관과 성동1리 마을회관으로 가는 길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포장이 잘 돼 있어 걷기에 부담이 없다.

보령 완장포구에서 서짓골 성지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보령 완장포구에서 서짓골 성지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완장포구에서 서짓골 성지로 가는 마을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완장포구에서 서짓골 성지로 가는 마을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순례길 안내 이정표도 갈림길마다 설치돼 있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대로 걸으면 된다.

성동1리 마을회관에서 배챙이못까지는 마을 길과 농로, 둑방길을 따라 2.5km 정도 이어진다.

이 구간에는 길 양쪽에 소나무들이 제법 굵직하고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하늘을 향해 쭉 뻗어 오른 울창한 소나무들이 청량한 공기를 전해줬다.

배챙이못으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배챙이못으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배챙이못으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배챙이못으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배챙이못으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배챙이못으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배챙이못 갈림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배챙이못 갈림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추수가 끝나가는 논 사이를 느릿느릿 걷다 보면 배챙이못에 다다르게 된다.

은행나무가 보였다. 초록빛이었던 나뭇잎들이 노란색으로 조금씩 물들어가고 있었다.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잣은 햇볕은 따스하게 느껴졌다.

배챙이못.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배챙이못.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조만간 배챙이못에 노란색으로 옷을 갈아입은 은행나무가 데칼코마니처럼 그대로 투영돼 장관을 이룰 전망이다.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울퉁불퉁 돌이 깔린 길을 만나게 된다. 다소 험하다.

돌들이 흐르는 물들과 함께 옛 세월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배챙이못에서 화산교까지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배챙이못에서 화산교까지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배챙이못에서 화산교까지 가는 길에 펼쳐진 갈대숲.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배챙이못에서 화산교까지 가는 길에 펼쳐진 갈대숲.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한쪽에는 갈대숲이 넓게 펼쳐져 있는데, 이름 모를 풀잎들 사이로는 잠자리와 나비가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둑길을 따라 10여 분 정도 걷다보면 화산교라는 다리를 건너게 된다.

배챙이못에서 화산교까지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배챙이못에서 화산교까지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이곳은 봄이 되면 하늘이 분홍빛으로 물든다. 서해안 최고의 벚꽃길로 알려진 ‘주산벚꽃길’이 있어서다. 봄이 되면 다시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주산벚꽃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주산벚꽃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여기서 2km를 더 가면 서짓골 성지에 이른다는 표지판이 시골버스 승차장 옆에 서 있다. 그리고 곧 오르막 찻길로 접어든다. ‘곰재’라는 고개다.

서짓골 성지로 가는 길, 곰재 고개.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서짓골 성지로 가는 길, 곰재 고개.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곰처럼 헐떡이는 숨소리를 내며 가파른 길을 오르니 미산면이라고 적힌 안내판이 보였다.

한편으론 과거 신자들이 순교자들의 유해를 업고 이 고개를 넘어갔다는 생각을 하니 자연스럽게 숨소리가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고개를 넘자마자 환호성이 나왔다. 눈앞에 보령호가 펼쳐졌다. 보령호 건너편에 우뚝 선 산들이 호수에 거꾸로 비쳐 장관을 연출한다.

서짓골 성지로 가는 길에 만난 보령호 전경.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서짓골 성지로 가는 길에 만난 보령호 전경.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서짓골 성지로 가는 길에 만난 보령호 전경.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서짓골 성지로 가는 길에 만난 보령호 전경.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잔잔한 물결에 눈을 마주하니 마음도 차분해진다.

잠시 보령호를 둘러보니 마음에 조금 더 여유가 생긴 듯하다. 보령호를 옆으로 내리막길을 걷다 보니 금세 종착지인 서짓골 성지에 이르게 된다.

곰재 고개에서 서짓골 성지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곰재 고개에서 서짓골 성지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보령호 가장 자리에 있는 서짓골 성지는 1866년 갈매못 성지에서 순교한 5명 중 4명의 유해가 안장된 곳이다. 당시 박해를 피해 신자들이 다수 은거했던 곳이기도 하다.

댐 건설로 보령호가 생기는 와중에도 성지가 잠기지 않은 걸 보면 당시에도 꽤 깊은 산골짜기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서짓골 성지 전경.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서짓골 성지 전경.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4명의 유해는 1882년 서울 명동성당 지하묘로 옮겨졌지만 서짓골 성지에는 진토가 묻혔기에 성지로서 중요한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현재 성지에는 위앵 루카 신부 등 순교자 4명의 무덤을 형상화한 기념 제대가 자리하고 있다.

제대석에는 십자가 모양의 무늬 조각과 함께 순교자 4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서짓골 성지 제대석.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서짓골 성지 제대석.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기념 제대 옆에는 ‘광영위주치명(光榮爲主致命)’이라고 쓰여 있는 현양비가 세워져 있었다.

성지 인근에는 순례자의 집 ‘돈이관’도 조성돼있다.

이 구간은 매년 1회 정도 도보 순례길 행사가 진행된다고 한다.

지친 육신과 마음을 다잡을 곳이 필요하다면 이 구간을 걸어보는 걸 추천한다.

※ [충남 치유의 길]은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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