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38] 정혜사의 소나무와 거북바위로 본 청양...청양 화산리 소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38] 정혜사의 소나무와 거북바위로 본 청양...청양 화산리 소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1.10.26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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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원상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사진 채원상 기자] 하나의 강렬한 스토리와 이미지는 지역을 알리는데 효과적인 수단일지 몰라도, 그 이미지가 각인되면 지역의 다른 가치를 가려 홍보하는 데 많은 걸림돌이 되곤 한다.

정혜사의 소나무와 그 아래 거북바위를 만나기 전 기자가 생각하는 청양의 이미지는 ‘청양고추’와 ‘칠갑산’만 떠올랐다.

겨우 1980~90년대 품종 개발과 대중가요로 만들어진 것임에도 청양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였다.

그러나 소나무와 거북바위를 본 청양은 유구한 역사에 지천처럼 이야기가 넘쳐흐르는 지역이었다.

사진=채원상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일찍이 청양은 백제의 한성 시대(BC18~475)부터 백제 문화를 꽃피웠던 웅진(475~538)과 사비(538~660) 시대를 거치면서 백제 수도의 배후 도시였다.

충남 중심부에 위치하고 금강을 끼고 있어 육로와 뱃길 이동이 자유로운 장점은 일찍이 토기와 같은 생활용품부터 기와와 전돌 등의 건축 재료를 생산하여 도성에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백제역사유적지구에 청양은 빠졌지만, 백제 수도가 공주와 부여로 옮기면서 도성에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는 역할을 청양이 오랜 전부터 해왔다는 사실이 2000년대 초, 서천-공주간 고속도로 구간을 발굴하면서 밝혀졌고, 그때의 유구와 유적을 이곳에 전시·보관하게 됐다”며 청양 장평면의 백제문화체험박물관 문화해설사는 청양이 공주와 부여와 함께 백제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채원상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장평면에는 신라시대에 창건한 유명한 절이 있는데, 이곳은 다른 절과 달리 두 개의 대웅전에 모두 약사여래부처를 모시고 있다.

장곡사의 약사여래부처는 백성들이 기근과 질병에 시달릴 때, 병을 치료했다는 소문으로 전국에서 찾아온 백성들로 붐벼 대웅전을 하나 더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 온다”라며 신라 문성왕(850년)때 창건된 장곡사의 역사적 배경에는 웅진과 사비의 배후 도시였던 청양의 성장 역사에 백성의 아픔을 치유하고 백성을 보듬을 줄 아는 종교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줬다.

사진=채원상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청양에는 무병장수를 상징하는 거북이와 관련된 설화가 있다.

이 이야기도 백제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똑똑하지만 몸이 허약한 어느 선비가 칠갑산 소나무 아래서 자다가 거북이가 알을 낳는 꿈을 꾸게 된다.

깨어난 뒤 자신이 잤던 곳이 ‘거북이가 알을 낳는 모습(영구포란형 靈龜抱卵形)’을 띤 장소란 걸 알게 되어 이곳을 지나칠 때마다 빌어서 대대손손 장수했다는 이야기다.

이 설화는 두 가지 점에서 과학적인 정보가 담겨 있다.

지천은 칠갑산에서 발원하여 금강으로 흘러가는데, 예부터 자라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2002년과 2013년에 알비노(백화 현상)로 추정되는 황금색 자라가 실제 발견되면서 주민들은 마을에 복이 들어올 것이란 생각에 백제문화체험박물관 옆에 ‘황금 복 거북이’상을 만들도록 했다.

풍수에서 산과 땅의 모습을 생물에 비유해 땅의 특징을 해석하는 형국론은 장평면의 거북이 설화와 같이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구체적인 설명까지 덧붙이면 사실처럼 믿게 된다.

거기에 실제 모습까지 확인한다면, 누구라도 믿지 않을 수 없는 진실이 된다.

정혜사의 소나무와 거북바위도 나름의 스토리가 있다.

정혜사(841년)는 장곡사 창건보다 몇 년 일찍 지어졌다고 전해진다.

여러 차례의 화재로 상당수의 건물을 보수·증축해왔지만, 1907년 큰 화재에 정혜사의 건물이 대부분 소실되었고, 이듬해 다시 지은 건물이 오늘에 남아 있다.

정혜사의 소나무는 617살의 낙락장송처럼 줄기가 옆으로 휘어졌으나 수세는 건강해 보였다.

다만 2007년 즈음에 소나무 뿌리 주변에 공기가 통하지 않는 돌계단과 콘크리트 바닥을 만들면서 소나무 생육환경에 문제가 발생했고, 고사할 뻔 했다.

다행히 정혜사측은 주변의 콘크리트를 신속히 걷어냈고, 청양군도 즉각적인 치료 지원으로 소나무는 현재와 같은 건강한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이 사건 전후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비슷한 시기의 절 내부 공사 중에 거북 모양을 한 바위가 발견되어 소나무 옆에 세웠다는 절 관계자의 얘기로 미루어, 시름시름 앓던 소나무를 살리고자 누군가 소나무가 다시 건강해지기를 바라고자 거북바위를 나무 옆에 세웠던 것으로 읽힌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고,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으나 여러 번의 화재에도 꿋꿋이 살아남았던 소나무가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라도 품을 법한 태도였다.

한편 황금 복 거북바위의 영험함은 실제로 일어났다.

몽골 아르항가이 도지사 바타르빌렉씨가 2015년 청양을 방문해서 복 거북이를 세 바퀴 돌면서 소원을 빌어 2016년 7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는 사실이 ‘행운기원 동전던지기’ 함 앞에 적혀 있다.

어쩌면 정혜사의 소나무와 거북바위도 황금 복 거북이처럼 생명을 존중하라는 불법을 포교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청양군 장평면 화산리 486(정혜사) : 소나무 617살(2021년 기준)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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