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알려주는 생활법률] 성범죄 피해자가 합의 후 번복하면?
[변호사가 알려주는 생활법률] 성범죄 피해자가 합의 후 번복하면?
김영찬 청주 법무법인 주성 변호사
  • 김태린 기자
  • 승인 2021.10.29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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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강간 등 성범죄에 있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피해보상이나 위로금 명목으로 금전 등을 지급한 후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서를 받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제출하면 해당 피고인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보다 가벼운 처분이 내려진다는 점은 상식에 가깝고 실제 양형실무와도 거의 일치합니다(아래 내용 중 일부는 서울서부지방법원 판사 겸 법학박사 차성안, 성범죄 양형기준상 처벌불원의 정당성, 2021년 2월19일자 논문 등 참고).   

김영찬 청주 법무법인 주성 변호사
김영찬 청주 법무법인 주성 변호사

이러한 피해자와의 합의는 강간 등의 성범죄가 피해자가 고소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에서 피해자의 고소여부에 불구하고 처벌할 수 있는 ‘비친고죄’로 성격이 변경된 현재에도 여전히 피고인 측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변호수단에 해당합니다.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피고인의 처벌 여부나 그 정도에 관한 피해자의 의사를 피고인의 양형에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는지 여부를 표시했는가’라는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피고인의 처벌 여부나 그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법적 정의에 반한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법에서 위 주요 선진국과 달리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는지 여부를 표시했는가’라는 자의적인 기준을 피고인의 양형 정도에 반영하는 것은 실제로 상당한 불합리성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즉, 1심 법원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음을 이유로 해서 피고인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는데, 이에 항소해 이뤄진 2심 법원에서 피해자가 의사를 번복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표시했음을 이유로 해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한 사례와 같은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피해자가 합의한 후에 마음이 바뀌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을 말릴 방법은 없겠으나 그러한 피해자의 일방적인 의사가 피고인의 처벌 정도에 이 정도로 강력한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것은 성범죄를 친고죄에서 비친고죄로 변경한 취지에도 반하는 부분이라고 할 것입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도 피해자의 의사가 재판결과를 좌우하는 경향이 지속될수록 사건 발생 이후 재판이 끝날 때까지 피고인의 합의 시도 등에 따른 2차, 3차 피해를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늘어날 것입니다.        

이에 근본적으로는 ①형사절차에서 피해자의 의견진술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되, 피고인의 양형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의사에 구속되지 않고 적정하게 형벌을 선고해야 하고 ②피고인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기 어려운 피해자에 대해서는 국가가 선제적으로 피해를 먼저 보상해준 후 피고인의 유죄가 확정되면 피고인에게 이를 구상하며 ③피고인의 무죄 및 고소인의 무고가 확인될 경우에는 무고죄의 형량을 보다 높게 인정하고 피해보상액 이상의 금액을 환수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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