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인] “교육현장-정책 괴리, 현장중심 교육이 아이들 미래”
[굿모닝충청인] “교육현장-정책 괴리, 현장중심 교육이 아이들 미래”
정상신 대전 유성중학교 교장, ‘교육감 후보자격 불평등’ 현법소원
“교직원이 교육현장 가장 잘 알아… 차별적 법률 당연히 바뀌어야”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1.11.03 15:4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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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신 유성중 교장. 자료사진/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정상신 유성중 교장. 자료사진/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최근 ‘교육감 선거 입후보 시 현직 교원의 사직 의무’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껴, 헌법소원을 제기해 화제에 오른 인물이 있다.

바로 정상신 대전 유성중학교장이다.

정 교장은 지난달 25일, 현직 교원은 교육감 선거에 입후보하면 90일 전에 그 직을 사직해야 하지만, 대학교원 등은 그 직을 유지하고 있어도 입후보를 허용하는 것이 평등권 침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내년 지방선거 대전시교육감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정 교장의 이같은 행보는 교육계를 비롯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안정적 학교현장에 대한 교직원의 책무를 거론하며 비판이 일기도 했다.

아직 공식적으로 출마선언을 하진 않았으나, 혹시라도 본인에게 실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유가 궁금했다.

1일 정교장을 만나 그 이유와, 교육철학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먼저 어쩌다 헌법소원을 제기하게 됐는지에 대해 물었다.

“유·초·중·고 교원은 교육감에 출마하기 위해선 사퇴가 필수다. 하지만 교수들은 퇴직하지 않아도 출마가 가능하며, 만일 당선이 됐을 시 임기 동안 휴직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교직원들은 교육감 출마 후 낙선 시 돌아갈 곳이 없지만, 교수들은 낙선과 당선 상관없이 돌아갈 곳이 보장된다.

돌아갈 곳이 없다는 부담감은 교직원들의 선거 출마를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교육감 직선제가 본격화된 2010년 선거 이후 지금까지 현직 교사가 사직 후 교육감 선거에 입후보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교육감이라는 직책이 큰 권세가 있는 게 아니라, 학생들과 학교 현장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제도로 인해 학생과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당사자들이 선출직에 나갈 수 없다는 건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서도 이 제도가 교직원들이 지역 교육 변화를 위해 나아가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되며, 교사와 교수라는 직업에 대한 평등권 침해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또 현직에 있으면서 교육당국의 정책과 현장의 괴리감을 느껴왔다. 변화하는 세상 속 현장의 애환과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교육행정이 바로 그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현장실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교직원들의 출마가 수월해질 수록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했고, 교육 후배들을 위해 나서게 됐다.”

대전교사노조 등 벌써 교육계에서는 이번 헌법소원 청구에 대해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일각에선 좋지 않은 시선도 있다. 직접 느낀 주변의 반응이 궁금하다.

“이렇게 나서주니 고맙다는 응원도 많고, 너무 잘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분들도 많았다.

반대하는 분들도 있다. 교직원의 교육감 출마가 쉬워지면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뒷전에 둘 것이며, 교육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같은 생각은 일제치하에서 벗어난 1945년 광복 이후, 교육으로 나라를 만들어보자는 선조들의 교육입국 취지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하지만 그로부터 벌써 76년이 흘렀다. 그동안 세상도 변하고 법도 바뀌었다.

애정어린 걱정은 감사하나, 평등과 자유가 가장 중요한 이 시점에서 차별적인 법률안은 당연히 바뀌어야 된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아울러 직업에 대한 철학과 자긍심 넘치는 교직원들이 많기 때문에, 법이 바뀐다고 해서 절대 본업을 팽개치지 않으리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정상신 유성중 교장과 교직원들. 자료사진/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정상신 유성중 교장과 교직원들. 자료사진/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현장에서 수십년간 학생들을 가르친만큼, 교사와 현장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돋보였다. 현직에 오랫동안 종사하면서 교육의 가장 중요한 점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교육에 있어서 항상 ‘책무성’을 강조한다. 모든 교직원들에게는 아이들이 행복한 미래를 꿈꿀수 있도록하는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단순히 수업만 할 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해 아이들에게 색다른 경험과 함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또 아이들과의 선언적 소통이 아닌 아주 내밀한 소통도 중요하다.

가령 수업 도중 한 아이의 표정이 어둡다면, 자연스럽게 핑계를 대며 둘만의 시간을 갖는게 필요하다. 걱정을 풀어줌으로써 아이의 일탈을 막고 정서적으로 가까워지며 긍정적인 교육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행정 업무에 치여 선생님들이 지친 게 눈에 보인다. 수업이 끝나도 퇴근 전까지 마쳐야할 서류 업무가 쌓여있으니 지치는 게 당연하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 학생이 일탈적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커지고, 그런 행동을 보였을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처음 아이의 표정이 좋지 않았던 날, 그때 선생님이 아이를 붙잡고 말을 들어줬으면 됐을 부분을 업무에 치여 다 놓쳐버리는 것이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유와도 이어지는 부분인데, 현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만 내려보내는 교육행정에 폐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 교장은 현재 대전 교육의 아쉬운 점도 거론했다.

“사실 대전은 교육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이루고 있다. 과학과 문화예술 쪽으로 발달된 도시인만큼 관련 시설이 잘 돼있고, 연구단지 산출물들은 세계적 수준에 이른다. 또 카이스트와 충남대 등 훌륭한 대학들이 곳곳에 포진해있으며 이 모든 것들이 벨트를 만들고 있다.

학부모들의 교양 수준과 학구열 또한 높다. 

아이들 눈 앞에 다양한 분야의 모습과 비전을 보이기 좋은 도시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전교육은 너무 모범주의에 빠져있어 보인다. 교육부 중심의 정책 수행을 하는 데 바빠 현장 중심 교육활동이 약화되고, 정책이 현장과 겉돌며 침체돼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실제로 선생님들이 무기력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교육부 정책을 그대로 완수하려는 교육청의 행정 욕심이 현장에 그대로 투여되기 때문에, 업무에 매몰돼 학생지도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전교육에 대해 학교폭력이나 스쿨미투, 교권침해 등의 사건을 덮는데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분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저는 이러한 사건이 터졌을 때 리더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직접 나서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제시하는 등의 모습이 있어야만 신뢰를 쌓을 수 있고, 진짜 행복한 교육을 만들 수 있다.

아울러 이런 사건을 애초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학교폭력의 범위 안에 성희롱·성폭력도 포함해야 되며, 매년 시행하는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처럼 성희롱·성폭력도 전수조사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학폭 조사 질문지를 보고 ‘이러면 안 되겠구나’ 교훈을 깨달으며 자연스레 학습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례처럼 성희롱·폭력 분야도 전수조사를 통해 아이들이 어떤 고충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더불어 아이들에게 접촉 에티켓이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정교장은 본인의 오래된 교육철학에 대해 밝혔다.

“교육이라는게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인재양성을 한다는 부분에서 가정과 사회 그리고 국가 문제로 귀결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잘 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는 본인만의 길, 인생의 길을 찾게 해주는 것이 교육의 참다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에서 학교교육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기본교육을 충실하게 해줘야한다. 기본적인 부분이 뒷받침을 해줘야 안목을 기를 수 있고, 이를 통해 학생들이 결단력과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은 결국 한 인간의 인생과 행복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교육계가 언젠가는 확실히 결단을 내리고 전수조사 등을 통해 현장을 교정해나가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인간의 인생과 행복을 결정하는 과정인만큼, 교육 관련 종사자들이 조금 더 책무성을 갖고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야될 의무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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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21-11-03 20:57:44
현장을 가장 잘 알고 계신분이 나셔주셨으면 좋겠습니다.응원합니다.

교육지킴이 2021-11-03 17:11:43
교육철학과 소신이 확고한 분이네요 우리 아이들 믿고 맡길수 있겠어요

하늘이 2021-11-03 16:48:32
응원합니다 교장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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