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검찰이 삼성(60억원)보다 더 많은 금액(US$ 760만: 한화 90여억원)을 이명박 전 대통령(MB)의 소송비로 대신 납부한 현대자동차에 대한 수사를 무마했다는 충격적인 증언이 나왔다.
2018년 2월 일명 ‘MB 소송비 대납 뇌물수수사건’을 수사했던 특별수사팀은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화천대유로부터 100억원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박영수 특검을 비롯 현재 국민의힘 대선 경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한동훈 검사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비 대납사건은 이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09년 BBK에 투자한 140억원을 회수하기 위해 김경준 전 BBK 대표를 상대로 미국에서 소송을 진행했고, 이 소송을 대리한 미국 법무법인 ‘에이킨검프’에 삼성과 현대자동차가 MB 변호사 비용을 대신 내주었던 사건이다.
관련 사건의 재판 결과 ‘다스가 누구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MB 소유로 결론 났고, 삼성이 대신 납부한 변호사 비용은 이건희 회장이 사면 대가로 제공한 뇌물로 확정됐다. 하지만 이 뇌물사건은 최종 승인권자를 이건희로 지목, 병상에 있던 이건희는 의식불명 상태로 기소중지 마무리 된 반면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기소조차 되지 않음은 물론 세간의 관심에서 아예 벗어나 있었다.
탐사보도 전문 〈열린공감TV〉는 3일 “다스 관련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2018년 2월 15일,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에 소환돼 포토라인에 선 반면 다른 한 명은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채 지하통로를 통해 은밀하게 검찰출석을 한 김동진 전 현대차 부회장이었다”며 “제보에 따르면, 한동훈 검사가 직접 ‘모셨다’고도 전해진다”라고 보도했다.
대체 한 검사의 이 같은 ‘특별 배려’가 갖는 의미는 어떤 것이고, 왜 그런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매체는 곧장 2005년말부터 시작된 현대 비자금 수사 당시로 플래쉬백, 본격 탐사에 들어갔다.
“이 비자금에 대해 지난 2005년 12월, 검찰은 현대의 물류회사인 글로비스를 수사한다. 당시 현대차의 총괄기획본부장이었던 채양기 현대차 기획총괄본부장도 수사대상이었는데, 이때 채양기는 글로비스의 비자금 조성내역을 알 수 있는 자료를 검찰에 통째로 건넸다고 한다. 수사팀에 정보를 주면서 자신은 교묘히 책임에서 벗어나는, 이른바 '플리 바게닝(plea bargaining)'을 시도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몽구 회장이 구속기소되고, 결국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매체는 이날 관련 사건의 핵심인물인 채양기 씨의 내연녀를 자처하는 제보자의 증언을 인용, “박영수 특검은 52년 전남 목포 출신으로서, 53년 전남 함평 출신인 채양기와는 유대감이 강해 골프를 같이 하고 종종 식사도 함께 했으며, 지인의 현대차 관련 사업을 채양기에게 의논하기도 했다고 한다”며 “비자금 수사 당시 자택 압수수색 사실을 미리 알려주었고, 언론보도와는 달리 실제로는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을 정도였다”고 까발렸다.
이어 “현대차가 현대 글로비스라는 계열사를 만들어 현대차의 비자금을 관리했고, 그렇게 조성된 비자금은 정몽구 회장과 채씨 사무실 사이 벽에 금고를 만들어 관리했다고 들었다”며 “그런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던 채씨가 비자금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정 회장의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당시 채씨는 내연녀들과 함께 마카오를 수십차례 오가고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3채를 현금으로 매입하는 등 재력을 과시했는데, 이 과정에서 현대 비자금을 유용했다는 의심을 받아왔다”며 “검찰은 채씨가 도피생활을 하던 중 위치추적을 통해 동선까지 파악했음에도 이를 문제삼지 않은 적이 있었다고 채씨가 직접 말했다”고 전했다.
강진구 기자는 “현대 비자금 사건 이후로 박영수와 윤석열, 그리고 ‘애기'로 대했던 한동훈은 이른바 채양기의 관리 인맥 네트워크에 포함되었다”며 “특이할 점은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채양기는 상대의 직급이나 근무처가 바뀔 때마다 전화번호를 새로 저장했고, 윤석열을 '대검중수부 부장'으로 저장한 부분이 눈에 띈다”고 밝혔다.
강 기자는 “채씨는 한번 맺은 인맥은 철저하게 관리를 해왔다고 제보자가 말하고 있는데, 그의 전화기에는 무려 약 3000여명의 전화번호가 등록되어 있었다”며 “윤석열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되었을 때는 직접 윤석열에게 축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특히 “채씨는 윤석열과 같은 아파트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오랫동안 살아왔는데, 윤석열은 키우는 개들 때문에 주민들 민원이 많았다"며 "이를 당시 입주민대표였던 채씨가 무마하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며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공교롭고도 기이한 관계'를 들추어냈다.
최영민 감독은 “현대차에서 비자금 조성을 함께 하는 동지와 같은 김동진 IA 회장은 현대의 비자금 사건 당시 책임자였고, IA의 부회장이었던 채양기는 현대차 에이킨검프건을 포함해 사건을 무마할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결과적으로 김 회장은 비자금 사건으로 인한 69억원의 추징금 무마, 현대차는 무혐의, 그리고 IA는 현대차로부터 27억5천만원의 보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채씨의 실력 발휘가 제대로 된 셈”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을 맡았던 이는 윤석열과 한동훈이었고, 채양기는 이미 자신의 인맥이었던 이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재 금호타이어 관리총괄 사장인 채씨는 〈열린공감TV〉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무것도 모르며, 관여한 적도 없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는 먼저 현대차가 에이킨검프 건에서의 역할에 대해 “해당 사건을 언론보도를 통해서만 접했을 뿐 어떤 내용도 모르며 관여한 적도 없다”고 했고, 박영수-윤석열-한동훈 검사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비자금 사건 당시 자신을 직접 조사했던 한동훈만 알 뿐, 윤석열은 모르며 박영수는 서울대 과정에서의 안면만 있을 뿐 개인적인 친분은 전혀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