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9일 대검찰청 검찰총장실에서는 아주 희한한 상황이 벌어졌다.
법조 출입기자 10여명이 한 시간 가까이 검찰총장을 가로막고 대검 대변인들이 썼던 공용 휴대전화를 압수한 것에 항의하며 해명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언쟁이 벌어졌다.
이들은 가뜩이나 이날 오후 충북 진천에서 열리는 검사 리더십 교육을 위해 청사를 떠나야 하는 김오수 검찰총장의 길을 막으며 집단 무력 시위를 벌였다. 대변인의 공용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것에 대해 극도의 불만을 드러내는 이해할 수 없는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에 송요훈 MBC 기자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대변인의 업무는 주로 기자를 상대하는 것인데, 궁금하다"며 "감찰이나 수사의 사유가 있어 대변인의 휴대전화를 조사하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게 되느냐"고 물었다.
그는 "대변인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고 왜 기자들이 그리 예민하게 대응하느냐. 혹시 그 전화에서 민원이나 청탁이나 인사 개입 등등 기자가 해서는 안 되는 '부정한 행위'가 드러날까 두려워 그러냐"며 "아니면, 검찰과 기자들이 공작성 보도를 모의하기라도 했느냐"고 갸우뚱했다.
이어 "2017년 8월에 〈시사인〉이 공개한 '삼성 장충기 문자' 중에는 기자들과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도 있었는데, 지금 법조 기자단의 논리라면 그것도 언론의 자유 침해가 될 것"이라며 "그 문자에는 광고 달라는 청탁도 있고, 언론이기를 포기한 아부도 있었다"고 떠올렸다.
특히 "검찰총장의 앞을 가로막고 한 시간 가까이 붙잡고 있던 10여명의 기자들은 법조 기자단을 대표하는 건지 궁금하다"며 "대변인 공용전화 압수가 언론의 자유 침해라는 건 법조 기자단이 논의를 거쳐 결정한 공식 입장이냐. 또 그 10여명의 기자들은 어느 신문사 소속이냐"고 거듭 따져 물었다.
그리고는 "궁금하다. 그걸 좀 취재해서 국민의 알권리를 지켜달라"며 "기자들은 집단의 이익이 아닌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복무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일깨웠다.
한편 이날 50여분간 대치 상황이 이어진 가운데 김 검찰총장과 기자들 사이의 신경전 속에서 오간 대화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간추린 취재기자의 속기 메모가 SNS에 올라와 인용한다.
(기자 10여명 대검찰청 검찰총장실 난입)
- (기자들) 감찰부가 언론의 취재 과정도 들여다 봤지! 그치?
▶(김오수) 감찰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 중간 관여가 일체 불가능해.
- (기자들) 휴대폰 임의제출을 승인했지! 그치?
▶(김오수) 내게는 착수와 결과만 보고해.
- (기자들) 휴대폰 임의제출에 관여했지! 그치?
▶(김오수) 휴대폰 제출 통보 받았다. 그러나 관여하지 않았어.
- (기자들) 이거 한동수 감찰부장에게 구두라도 설명시켜!
▶(김오수) 지시할 사항 아니야. 감찰부장이 본인이 결정해. 진천에서 열리는 검사 리더십 교육을 위해 가야해.
- (기자들) 못 가!
-▶(김오수) 진천에 가 검사장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
- (기자들) 못 간다구!
▶(김오수) 공무방해야.
- (기자들) 못 간다구 했지. 감찰부장한테 설명시켜...
(···한참 후···)
▶(김오수) 교육 일정에 가야하는데.. 계속 막을 건지 논의해 봐.
- (기자들) (웅성웅성) 해산할까? 그래, 그러지...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