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42] 원효 지팡이로 만든 느티나무, 국가 숲길이 되다...예산군 둔리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42] 원효 지팡이로 만든 느티나무, 국가 숲길이 되다...예산군 둔리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1.11.10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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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기자, 사진 채원상 기자] 여행은 불만족스러운 자신의 처지를 역지사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평탄하지 않은 자신의 인생보다 더 힘겨워도 밝고 긍정적인 사람들과의 만남만으로도 치유되고, 고단한 여정은 자신을 돌아보는 깨달음의 과정이 된다. 

“세상 모든 일이 오직 마음먹기에 달렸다(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 )”

당나라 유학길에 오른 원효는 천리 길을 쉼 없이 내딛다가 가야산 부근의 어느 동굴(또는 무덤)에서 잠결에 마신 물로 인생의 항로를 바꾼다. 

2018년 11월에 방영된 ‘알쓸신잡3’에서 유시민 작가는 이 사건을 계기로 원효가 드라마틱하게 변했다고 설명한다. 

“원효라는 이 분의 그 반전, 인생의 반전. 진짜 놀랍더라고요. 완전히 엘리트 학생으로서의 길을 쭉 가다가 그냥 엎어 치우고 모든 계율을 다 무너뜨리고 그리고 저잣거리로 내려와요”

맛있게 먹은 물이 해골에 고인 물임을 알게 된 뒤, 깨달음이 자신의 생각에 달렸다고 생각한 원효는 ‘일체유심조’의 진리를 몸소 체험하고 자신이 깨달은 바를 실천하기 위해 열정적인 포교와 저술 활동에 매진한다. 

결국 그의 나이 마흔 다섯에 바꾼 인생의 항로는 자신의 인생뿐만 아니라 1세기 밖에 되지 않은 불교가 대중화됐고 전쟁으로 피폐해진 백성들의 삶을 위로하고, 분열과 갈등으로 점철된 백성들의 생각을 불교로 통합하여 삼국통일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

당나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의상이 전국에 절을 만들고 불교를 이 땅에 정착시킨 공로가 컸음에도 많은 이들이 원효를 잊지 않는 것은 승려 귀족과 달리 백성들의 눈높이에 맞춘 언어로 염불을 가르쳤고, 백성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면서 슬퍼하고 기뻐해줬던 지도자였기 때문이다.

이런 원효의 위대함은 민속신앙에서도 무속신으로 추앙받아 지금까지 전국 곳곳에 원효와 관련된 설화가 많이 전승되고 있는 것이다.
 
수덕사 방향의 수덕고개(수덕사로)도 원효의 애민 사상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품고 있다.  

육괴정(六槐亭), 느티나무 여섯 그루가 수덕사를 가려던 신도나 나그네에게 그늘 쉼터가 되었다는 느티나무 숲도 원효로 시작된다.

7세기 어느 해 여름, 원효는 땡볕 더위에 지쳐 수덕고개에서 잠시 쉬어가다 고개를 오고가는 백성들이 걱정되어 자신의 지팡이를 꽂아 두고 갔다. 

수많은 세월이 흘러 지팡이는 큰 노거수가 되었고 원효의 바람대로 시원한 그늘 쉼터가 되어 오늘날에도 주차장과 식당에 들르는 사람들의 쉼터가 되었다.
  
수덕사가 있는 덕산과 가야산 일대는 일찍이 불교와 원효에 대한 이야기가 샘솟는 곳이다.

이미 원삼국시대부터 중국과 교역했던 내포(內浦)는 가야산 일대의 10개 고을이‘바다-육지-마을’로 이어져 해상으로 대륙 문물과 종교를 제일 먼저 받아들이는 곳으로 원효도 이곳을 지나갈 개연성이 높은 곳이다. 

오랫동안 내포문화를 연구한 이인화 한국도량형박물관장(민속지리학 박사)도 “보원사지에 법인국사보승탑비가 있는데, 978년에 건립된 이 탑비의 내용에는 옛날 향성산 안에 절터가 있었고 원효보살(元曉菩薩)과 의상대덕(義湘大德)이 함께 머무르며 쉬던 곳이다”라며 가야산이 원효와 인연이 깊은 근거로 향성산이 지금의 가야산 원효봉과 사찰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가야산(伽倻山) 이름도 합천과 나주의 가야산처럼 붓다가야(Buddha-Gaya)에서 유래했으며, 가야봉 아래 원효봉과 원효암지, 해골 물을 먹었다고 알려진 소규모 동굴과 약수터 등은 원효와 관련 깊다고 여겨지는 곳이다”라며 이인화 관장은 가야산 유역이 한국 불교의 성지라 할 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내포문화숲길’은 가야산 주변의 4개 시군(에산군, 서산시, 당진시, 홍성군)의 중요 인물과 사건을 연결하여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길인데, 가야산의 불교와 원효도 포함되어 ‘원효깨달음길’ 코스가 만들어졌다. 

숲길 전문가인 권경익 대표(주식회사 하늘그린)는 “내포문화숲길은 올해 지정된 5개의 다른 국가숲길과 달리 처음부터 문화를 기반으로 조성한 유일한 숲길이다. 

다른 숲길이 일자 형태로 목적지 중심의 숲길이라면 길 주변의 자원을 따라가는 길로 설계되어 지역·마을·사람 등을 만나면서 길의 인문환경을 경험하도록 조성됐다”라며 내포를 알기에 적합한 길이라 설명했다.

“예를 들어 백제 유물을 본다면 부여박물관이나 유적지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백제인들이 어떻게 살아갔을지 숨결을 느끼고 싶다면 내포길을 따라가면 된다”라고 길 위의 역사인문학을 체험하기 좋은 길임을 강조했다.
 
“육괴정의 수령과 원효의 활동시기와 비교한다면, 시간 차이로 이야기는 허구일 가능성이 높지만, 원효가 꿈꾸던 세상과 육괴정 설화속의 원효는 백성을 사랑하는 큰 어른이다”라며 ‘원효깨달음길’ 코스에서 느티나무는 원효의 상징물로 중요하다고 마무리했다. 

거센 세파에 포기하고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심지어 물질적 풍요로 지구를 위협하는 시대에 살면서도 양극화와 불평등한 사회는 더욱 공고해져가고 있어 1400년 전의 원효의 깨우침은 여전히 현대인에게도 유효하다.

307년간 느티나무 아래 얼마나 많은 이들이 가쁜 숨을 가라앉히고, 땀과 근심을 씻어냈을까?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노란 잎을 바람에 떨구는 육괴정의 느티나무들을 보면서 근심을 털어내는 일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산군 덕산면 둔리 545 : 느티나무 6본 307살(2021년 기준)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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