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나들이] 일상의 사소한 질서가 깨지면서 병이 나타난다
[한의학 나들이] 일상의 사소한 질서가 깨지면서 병이 나타난다
정다래 청주 청심한의원 원장 ‘이럴 때 한의원에 간다①’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1.11.11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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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래 청주 청심한의원 원장. 사진=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정다래 청주 청심한의원 원장. 사진=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100세 시대’라고 불릴 만큼 의학이 발달했으나 지금은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세상, 이른바 워드 코로나 시대에 직면했다. 누구나 장수를 꿈꾸지만 삶은 질병과의 끝없는 싸움이라고도 볼 수 있다. 수많은 질병으로부터 몸과 마음을 지키는 방법 중의 한 가지로 한의사가 직접 들려주는 ‘한의학 나들이’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정다래 청주 청심한의원 원장] 병은 아픈 것을 말하는데, 어디까지 병이고 어디까지 병이 아닌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틀림없이 내 느낌은 이상하다고 느끼고, 심지어 병원까지 가서 이것저것 검사를 했는데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나온다. 분명 몸은 불편을 느끼는데, 정말 이상 없는 걸까?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현상은 병에 대한 기준이 달라서 그런 것이다. 병원에서 말하는 병은 몸의 어느 조직이 망가져서 진단 도구 상에 또렷이 그 부분이 드러날 때를 말한다. 그러나 우리 몸은 조직이 망가지기 전에 반드시 신호를 보낸다. 그것을 '전조증상'이라고 한다. 예컨대 중풍이 오기 전에 눈썹 옆이 떨린다거나 잔을 들다가 손가락에 힘이 빠져 그릇을 놓치는 것이 그런 '전조증상'들이다. 특히 주부들이 설거지하다가 그릇을 놓쳐서 깨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소한 걸 무시하면 머지않아 응급실로 실려 가고 '뇌경색 뇌졸중 뇌출혈'이라는 어마어마한 병명을 받고 곧장 수술에 들어간다. 병원에서는 이처럼 조직이 이상을 보여서 검사 도구에 증거가 나타날 때 병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이와 달라서 이렇게 조직이 망가지기 전에 몸이 보내는 신호(전조증상)를 감지하고, 다음 단계로 병이 나아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댐이 무너지기 전에 균열을 알아보고 때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그래서 일상생활 속의 느낌을 중요시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미리 손을 쓴다.

내가 병이 있다고 할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생활하기에 불편한 증상. 병원에 가도 이렇다 할 답을 얻지 못한 증세들. 하지만 명확한 병명이 없어도 스스로 느끼기에 불편하다면, 그런 것들은 언제든지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곧 병원에서 무슨 무슨 ‘병’이라는 이름으로 나에게 닥쳐올 그런 것들이다. 그러니 이런 찜찜함이 내 몸에 나타난다면 진지하게 해결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증상들을 모아 동양의학 계에서는 ‘미병’이라고 표현을 한다. 아직 병이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이 상황에서 생활 리듬이나 음식 먹는 버릇을 바꾸지 않고 이런 것들을 방치하면 '미병'이 '병'으로 발전하고, 그런 병을 계속 방치할 때 '난치병'으로 발전한다. 

그러니 몸이 일생 생활에서 보내는 사소한 신호를 살피다가 무언가 찜찜할 때, 이거 한번 확인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한의원에 간다면, 자신의 몸을 돌볼 줄 아는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한의원에는 곧 병으로 발전할 증상이 아직 미병일 때 다가올 병을 판단하는 여러 가지 진단법이 있다. 확정된 병만을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미신스러워 보이기도 한, 보고(望) 묻고(問) 듣고(聞) 만져보고(切-脈), 그를 종합하여 판단하는 다양한 방법(4진)이 있다. 지난 2000년 동안 동양의 성현들이 꾸준히 갈고 닦아서 써온 방법이다. 이런 한의학의 진단이 병으로 나타나기 전의 내 몸을 진단하여 병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새싹의 단계에서 간단하게 치료한다. 가래로 막을 것을 호미로 미리 막는 것이다. 

동양의학에서는 일상의 사소한 질서가 깨지면서 병이 나타나고 점차 악화한다고 본다. 치료하는 방법도 이런 생각에 숨어있다. 아무리 큰 병도 일상의 사소한 질서를 회복시키는 일에서 치료를 시작한다. 그런 점에서 동양의학은 ‘생활밀착형 의학’이라고 할 수 있다. 생활 속의 질서와 버릇이 병을 불러들이고, 그렇게 나타난 병을 고치는 방법도 일생 생활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옛날에는 한 사람이 큰 병에 걸리면 우선 거처하는 곳부터 바꾸었다. 다른 집으로 옮기는 것이 기본인데, 그게 불가능하면 한 집 안에서 방이라도 바꾸어 거처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그때까지 먹던 음식을 크게 바꾸었다. 이런 것들이 바로 생활 리듬이 병을 만들고 병을 낫게 하는 기본 전제가 되기 때문임을 잘 알았던 까닭이다. 

한의원에 가면 병의 상태를 보고 이런 상담을 해주는데, 막상 아픈 몸을 고쳐달라는 요구만 하지 이런 중요한 얘기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인생을 바꾸는 가장 중요한 말들이, 늘 한 귀로 들어와서 한 귀로 새 나간다. 이런 중요한 말을 걸러 들을 줄 아는 사람이면 병도 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깨닫는 작고도 큰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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