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나들이] 병은 몸이 내는 화, 병이 되기 전에 다스려야
[한의학 나들이] 병은 몸이 내는 화, 병이 되기 전에 다스려야
정다래 청주 청심한의원 원장 ‘이럴 때 한의원에 간다②’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1.11.1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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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정다래 청주 청심한의원 원장. 사진=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정다래 청주 청심한의원 원장. 사진=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100세 시대’라고 불릴 만큼 의학이 발달했으나 지금은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세상, 이른바 워드 코로나 시대에 직면했다. 누구나 장수를 꿈꾸지만 삶은 질병과의 끝없는 싸움이라고도 볼 수 있다. 수많은 질병으로부터 몸과 마음을 지키는 방법 중의 한 가지로 한의사가 직접 들려주는 ‘한의학 나들이’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정다래 청주 청심한의원 원장] '밑져야 본전'이라는 말이 있다. 손해 보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앞서 한의학은 진단도 치료도 일상생활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뜻에서 '생활밀착형 의학'이라고 규정했다. 사람이 더는 어쩌지 못할 상황에 이르러서 손발 다 놓고 있다면, 어떻게 할까? 특히 병이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접어들었다면 손 놓고 가만히 앉아 극단적인 상황에 이를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이런 의문이 들 때 꼭 필요한 것이 한의학이고, 한 번쯤 들러 볼만한 곳이 동네 한의원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생활밀착형 의학이기 때문이다. 큰 문제일수록 의외로 간단한 곳에서 열쇠를 찾는 수가 있다. 

예컨대 나이를 먹어서 귀가 안 들리는 경우를 주변의 노인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병원에 가면 당연한 일이며, 고칠 수 없다는 얘기를 단호하게 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 중에서 침 몇 번으로 증세가 눈에 띄게 호전된 경우가 많다. 

총명이라는 말이 있다. 똑똑한 것을 가리키는 말인데, 총(聰)은 귀가 밝다는 뜻이고, 명(明)은 눈이 환하다는 뜻이다. 반대로 나이 먹으면 흐리멍덩해지는데, 눈과 귀가 어두워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노인들이 하는 말이 있다. “젊어서 아무리 똑똑해도 나이 들어 귀가 안 들리면 바보가 된다.”는 탄식이다.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못 알아들으니 어림짐작으로 하는 대답이 헛소리인 경우가 많다. 심하면 봉창 뚜들긴다는 비난이 돌아온다. 나이가 들면 왜 귀가 안 들리고 눈이 어두워질까? 기운이 없어져서 그렇다. 쉽게 말하면 삼신할미가 태어날 때 배 속에 넣어준 배터리가 거의 다 닳아서 그런 것이다. 그렇기에 병원에서는 이것을 고칠 방법이 없다고 단정한다. 한의학에서 이것을 호전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이 배터리도 ‘어느 정도’는 복구할 방법이 한의학에는 있기 때문이다. 

앞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말을 꺼낸 것도, 이 상황이 그렇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낫지 않는다고 규정해버린 병들이 수도 없이 많다. 이렇게 더는 손쓸 수가 없어서 비참한 결과만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손해 볼 것도 없으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 번 시도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바로 이럴 때 한의원을 찾아볼 것을 권한다. 특히 이런 판단은 진행성이면서 악화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는 모든 난치병에 해당한다.

예컨대, 파킨슨의 경우가 그렇다. 파킨슨병은 퇴행성 질환으로 완치가 어렵다. 양·한방 공히, 치료의 목표를 애초 증상의 조절과 진행을 늦추는 데에 둔다. 다만 약으로 조절되지 않는 증상과, 부작용으로 인해 장기간의 약물 사용이 어려운 경우 한의학적 치료가 아주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한방치료가 파킨슨 환자의 운동기능 개선을 비롯한 여러 기능적 개선효과를 다양한 논문으로 입증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이 부분에 있어서는 단순히 밑져야 본전인 수준 이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운동기능의 개선은 곧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능력의 개선이므로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완치가 아닌 관리에 중점을 두는 현 파킨슨병의 치료 상황에서 한의학이 대단히 우수한 효과를 내고 있다고 하겠다. 침은 약물도 아니고 몸에 무엇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효과가 있다. 이것은 침이 몸의 기운을 고르게 펴서 균형을 잡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킨슨도 꾸준히 침을 맞으면서 관리하면, 약물치료만 받을 때와 여러 가지로 결과가 달라진다.

한의학은 생활밀착형 의학이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 때 더욱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법이다. 그러니 동네마다 들어선 한의원은, 병이 되기 이전의 ‘미병’일 때와, 더는 손을 쓸 수 없는 난치병일 때 꼭 한 번 들러야 할 곳이다. 병과 싸우면 안 된다. 병이 되기 전에 다스려야 하고, 돌이킬 수 없는 무지막지한 병은 살살 달래주어야 한다. 

병은 몸이 내는 화이다. 주인인 사람에게 나 고쳐달라고 화를 내는 것이니, 병이 나에게 하는 말을 잘 들어주어야 한다. 화가 잔뜩 난 사람은, 그가 하는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많이 누그러진다. 병도 이와 똑같다. 병을 적으로 돌려 도려낼 생각을 하면, 병은 어떻게든 당하지 않으려고 갖은 방법을 고안한다.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면 수술을 해야 하겠지만, 수술해도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싸움을 멈추고 달래줄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살살 달래서 함께 가자고 유도해야 한다. 그렇게 유도하는 방법은 자연의 원래 질서로 돌아가는 것이고, 그런 방법에 가장 적합한 치료법이 바로 한의학이다. 그런 점에서 ‘생활밀착형 의학’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병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이라면 한 번쯤 들러야 할 곳이 한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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