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를 넘어 이젠 120세를 기대하는 세상이다. 모두들 노후의 아름다운 죽음을 상상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요양병원. 그곳에서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아름답게 인생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는 어르신들의 이야기와 지나온 생활을 들어본다.
[굿모닝충청 김문상 참조은요양병원 관리주임] 요양병원에서 야간당직 근무 중인 내 책상에 바나나가 놓여있다.
할머니 한 분이 고생한다며 책상에 바나나 2개를 놓고 가셨다고 한다.
책상 위에 놓인 바나나를 보니 옛 추억이 떠오른다.
내게 어릴 적 바나나는 무척 귀한 과일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감기몸살에나 걸려야 간호해주시던 어머님이 사다 주신 과일이다.
병문안 갈 때도 바나나는 필수품처럼 따라왔다.
그랬던 바나나가 이제는 흔해졌다.
등산갈 때 바나나 몇 개를 배낭에 쑤셔 넣고 허기질 때 먹는다.
맛도 향도 못 느끼고 그저 탄수화물이라 생각하고 먹는다.
이런 바나나가 오늘 내 책상 앞에 놓여 있다.
거무튀튀한 바나나지만 너무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사실 이 바나나는 입원한 할머니의 자녀들이 보내온 지 며칠이 지난 것이다.
고생한다며 전해주신 할머니의 정성과 고마움이 묻어나서 며칠 지난 바나나지만 나에게는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참조은요양병원에 입사한 지 8개월 차 접어드는 야간당직 새내기지만 이럴 때면(꼭 바나나 선물 때문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어르신들을 대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입사 후 처음엔 요양병원은 돌봄이 목적이고 요양병원 또한 환자만 모셔놓고 특별한 의료 행위 없이 간병인들이 식사, 배변 문제 등을 돕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야간당직 근무를 하며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먼저 가정의학과, 비뇨기과, 한의학과 원장님들 4명이 교대로 당직을 선다.
24시간 병원에 상주하며 원무과, 상담실, 행정직 직원들을 비롯해 주·야 교대로 근무하시는 간호사 선생님들 모두가 특별한 사명감을 가지고 근무한다.
어르신들 대하고 때로는 자식처럼 손자처럼 “할머니~~~식사하셨어요?” 하고 인사하는 모습을보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직원들의 그런 모습에 동화되어서인지 처음에 어르신들에게 데면데면하던 나도 이제는 어르신들과 교감하며 마음을 주고받게 됐다.
그래서인지 오늘 책상에 앞에 놓인 거무튀튀한 바나나 2개가 싱싱한 샛노란 바나나보다 더 먹음직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