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나들이] 밤과 낮이 뒤바뀐 삶이 병을 만든다
[한의학 나들이] 밤과 낮이 뒤바뀐 삶이 병을 만든다
정다래 청주 청심한의원 원장, ‘아픈 몸을 정상으로 돌이키는 첫 걸음은?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1.11.25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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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부 진찰 모습. 사진=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복부 진찰 모습. 사진=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100세 시대’라고 불릴 만큼 의학이 발달했으나 지금은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세상, 이른바 워드 코로나 시대에 직면했다. 누구나 장수를 꿈꾸지만 삶은 질병과의 끝없는 싸움이라고도 볼 수 있다. 수많은 질병으로부터 몸과 마음을 지키는 방법 중의 한 가지로 한의사가 직접 들려주는 ‘한의학 나들이’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정다래 청주 청심한의원 원장] 이 세상에는 밤과 낮이 있다. 광합성 하는 식물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동물은 이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낮에 활동할 것인가? 밤에 활동할 것인가? 어느 동물이든 이 선택이 그 동물의 진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초식동물들은 대개 낮에 활동한다. 포식자를 구별하기 쉽기 때문이다. 반면에 포식자들은 밤에 활동한다. 눈 어두운 짐승들을 잡기 쉽기 때문이다. 고양이 표범 사자 호랑이 같은 동물은 대체로 야행성에 속한다. <동물의 왕국> 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는 대낮에 사자가 사냥하는데, 그건 사람이 사진 찍기 좋은 환경에 드러난 것만을 골라 찍어서 그런 것이다. 텔레비전에 나온 사자들은 그 세계에서는 아주 특이한 경우라고 보면 된다. 바보들이다. 앞이 캄캄해서 허둥대는 초식동물을 잡으면 편할 것을, 죽자자사 달아나는 동물을 굳이 헉헉거리며 쫓아가서 잡을 필요가 있을까?

사람은 어떨까? 사람은 낮에 활동하는 동물이다. 만약에 이것을 바꾸면 큰 탈이 난다. 예컨대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 평범한 사람보다 더 빨리 늙는다. 동양의학의 바이블인 『황제내경』에서는 이것을 '영기(營氣)'와 '위기(衛氣)'라는 말로 표현한다. 몸속에서 밤에 빛이 꺼져야 올라오는 기운이 있고, 낮에 빛을 쬐어야 올라오는 기운이 있어, 이것이 밤낮을 교대로 바꿔가며 몸을 보호한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자야 할 시간에 활동하면 쉬어야 할 것이 못 쉬고 계속 일을 하는 결과와 같다. 퇴근이 없는 직장인을 연상하면 된다.

요즘엔 사람들 스스로 ‘아침형 인간’이니 ‘저녁형 인간’이니 구별하여 자신의 행동 패턴을 정당화한다. 저녁형 인간이란 없다. 사람은 원래 아침형으로 태어나서 몇백만 년 동안 그렇게 살았다. 그렇게 진화해온 인류 중에서 딱 하나인 내가 그렇게 결정한다고 해서 내 몸이 그 결정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 개인이 고집을 피우면 결국 그것이 그 몸에 병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이 된다. 난치병을 앓는 사람들은 가족력이 아니라면 대부분 이런 거꾸로 된 생활 리듬을 오래도록 못 벗어난 경우이다. 사람이라서 지켜야 할 어떤 질서가 있다. 그것은 지구에 얹혀사는 인간의 운명이다. 그 질서가 깨지면서 병은 시작된다고 본다.

동물 얘기가 나온 김에 하나만 더 살펴보고 가자. 마소나 호랑이를 비롯한 모든 동물은 4족 보행, 즉 네 발로 기어다닌다. 등뼈가 수평으로 놓인다. 오장육부는 그 등뼈에 메주처럼 대롱대롱 매달렸다. 앞다리 쪽에서부터 허파 염통 이자 지라 밥통 작은창자 큰창자 콩팥 오줌보, 대체로 이 순서다. 만약에 달리기를 하면 이것들이 등뼈에 매달려서 전후좌우로 흔들린다. 저절로 운동하는 셈이다.

사람은 어떨까? 사람은 이 등뼈를 세웠다. 그러면 짐승일 때 수평으로 매달렸던 오장육부가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인다. 위의 것이 밑의 것을 누른다. 편하기로는 허파가 가장 편하고, 괴롭기는 오줌보와 직장이 가장 괴롭다. 40대 이후에 나타나는 치질이나 전립선 방광염, 또는 장하수 같은 질병은 모두 이 때문에 생긴 것들이다. 게다가 짐승일 때 흔들리던 장부의 운동이 사람일 때는 모두 사라진다. 훨씬 더 불리한 방향으로 진화되었다. 이 때문에 온갖 병이 온다고 보면 된다. 허파는 늘어지고 오줌보는 눌린다. 이런 것을 동양의학에서는 '중기하함(中氣下陷)'이라고 한다. 중심을 견디는 힘이 축 늘어졌다는 뜻이다. 사람이 나이 들면 모두 이렇게 되면서 점차 이런 병들을 앓게 된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친 거의 모든 난치병은 몸의 이런 조건에서 생긴 것들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컴퓨터 바이러스를 고치는 방법은, 그것이 들어오기 전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몸도 똑같다. 이렇게 되기 전으로 돌아가면 된다. 어디로 돌아가야 할까? 정확히 200년 전으로 돌아가면 된다. 사람은 초식동물에서 잡식으로 진화했다는 것과, 200년 전에 우리는 농경으로 살아왔다는 것이다. 농사를 지으면 해뜨는 새벽 4~5시에 일어나 컴컴해지는 저녁 8시면 잠잔다. 1년 중에도 농한기와 농번기가 있어 1년의 리듬으로 우리의 삶에 긴장과 쉼을 적당히 제공했다. 이런 리드미컬한 시간 운용으로 우리의 몸도 시간의 여울에서 춤추며 살아온 것이다.

사람이 아프게 되었다면 우선 이런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병원에서 포기한 사람이 산속으로 들어가서 몇 년만에 멀쩡히 살아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이런 원리가 아니라면 설명하기 힘든 현상이다. 지구가 만드는 거대한 시간의 춤사위에 작은 내 몸을 맡겨 함께 덩실거려야 한다. 그것이 아픈 몸을 정상으로 돌이키는 첫걸음이고, 딱 하나밖에 없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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