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52] 동화로 재탄생한 섬박이… 보령시 청라면 신산리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52] 동화로 재탄생한 섬박이… 보령시 청라면 신산리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1.11.30 2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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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사진 채원상 기자] 느티나무 이름이 ‘섬박이’다.

애칭이거나 친근한 이름으로 알고 갔던 사람들은 거대한 노거수에 대부분 놀랐다.

섬처럼 볼록하게 솟은 땅을 모두 차지하고 17m의 나무 높이가 더해지니 200살 갓 넘은 노거수의 위용치고는 대단히 커 보였다.

땡볕 아래 논일을 하고 난 주민들은 섬박이 느티나무를 반드시 찾는다.

잘 정돈된 편의시설, 마을과 논을 어디에서나 조망할 수 있는 위치, 무엇보다 바람길 한가운데 서있는 섬박이 느티나무 그늘은 힘든 노동을 바로 잊게 만드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동네 주민들은 섬박이를 좋아한다.

150년 전 냇가에서 주워 키운 나무라서 애착이 가는 나무란다.

좋은 자리에 심어주니 햇빛을 막아줄 만큼 듬직한 나무로 자라었고 주민들은 그런 섬박이를 대견하게 생각하고 있다.

나무에 이름이 붙은 경우는 대개 임금으로부터 벼슬과 녹봉을 받거나 모양이 특이할 경우에나 가능한 일인데, 섬박이는 마치 반려동물 이름처럼 부를 수 있어 더욱 친근해지는 느낌이다.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섬박이는 이제 동화 주인공이 됐다.

예부터 신산리는 높은 관직과 사법고시 합격생을 배출할 정도로 ‘문(文)’에 밝은 선비 동네였다.

마침 ‘2020년 지역역량강화’사업에 ‘동화책 만들기 프로그램’에 공모한 것이 선정되어 신산리 주민 10인은 ‘보령시마을만들기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림과 구성 작가의 도움으로 섬박이 동화는 산고 끝에 ‘책 읽는 마을 청라면 신산리 동화 섬박이’로 완성되어 유튜브(보령시마을만들기지원센터)로 서비스되고 있다.

동화는 매우 영민한 전략으로 탄생됐다.

1995년 대천시와 보령군이 통합하면서 자연부락이었던 건천리와 밥산리(박산미) 마을은 병합되어 지금은 사라진 지명이다.

작가는 잊힌 지명을 동화 무대(건천리)로 사용했고, 섬박이 엄마 나무 이름(밥상이)으로 변형해서 사용하여 마을 유래와 의미를 동화에서 자연스럽게 풀어갔다.

예를 들어 ‘밥산리’이름은 누구나 알 수 있듯이 밥처럼 생긴 산 이름이다. 하늘로 뻗은 느티나무도 밥처럼 생겼다는 이가 많으니 지명과 나무 이름을 지형을 형상화하도록 사용했고, 가상의 엄마 느티나무 연륜을 400살이라고 밝힌 것도 마을 역사를 연상시킨 장치로 활용했다.

더욱이 동화의 공간과 등장인물(식물과 동물)을 씨줄과 날줄로 잘 엮어서 ‘섬박이’로 이어지게 했고, 야생동물(까치 등) 둥지로 활용되는 노거수의 역할을 잘 부각시켜 아이들에게 마을 자원과 역사, 공동체를 생각하도록 한 점은 훌륭했다.

적은 금액으로 완성도 높은 동화 제작에 동영상 서비스를 한다는 것은 보령시마을만들기지원센터의 노고가 이만저만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최근 농촌에는 많은 지역역량사업들이 발굴되고 있다.

마을 기획가와 활동가들은 사업 발굴과 형성을 위해 마을 자원을 발굴 및 분류하고 체계화하는 작업부터 구성원들을 설득해서 이해시키는 과정을 맡고 있다.

자신의 능력을 넘은 열정으로 섬박이가 태어났다는 점에서 함께 한 주민들과 함께 박수를 받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업은 지역 교육(지)청과 행정 단위의 세밀한 영역과 만나서 농촌의 교육복지와 생활복지가 궁극적으로 실현되어야 한다.

내년에는 섬박이 느티나무 아래서 마을 유치원과 초등 저학년들을 대상으로 동화책 프로그램이 진행되면 좋겠다.

보령시 청라면 신산리 245 : 느티나무 209살(2021년 기준)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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