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57] 사당에 향나무를 심는 이유...당진시 송산면 무수리 향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57] 사당에 향나무를 심는 이유...당진시 송산면 무수리 향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1.12.05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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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사진 채원상 기자] 나무마다 존재감이 다르다.

한 그루만으로도 주변을 압도하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여러 그루에 묻혀 눈에 띄지 않는 나무가 있다.

보호수도 숲처럼 느껴지는 나무에서 꽃이나 단풍이 특별하여 특정 계절에 유난히 눈에 띄는 나무들이 있다.

당진시 송산면 무수리 향나무는 뒤틀린 수피와 처진 휘어진 가지들이 한 눈에도 오래 산 노거수의 모습이었다.

올해 558살, 역산하면 나무는 세조 때에 심어졌어야 했다.

그러나 향나무가 위치한 ‘해동영당’은 고려 문종 때의 문신이자 유학자 최충 영정을 봉안한 영당(影堂)으로 조선 선조(1552~1608년) 때 조성됐다.

선조 때 조성된 영당과 세조 때 심어졌어야 할 향나무는 약 100년의 간극이 생기는데, 아마도 상당히 자란 성목을 영당으로 이식했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왜 영당에 향나무를 심었을까 하는 점이다.

향나무는 제례와 관련이 깊다.

태워야 향을 내는 향나무의 쓰임새가 분명하니 제례 공간에 향나무가 심어진 것은 당연한 이치다.

조선시대 농사를 관장하는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선농단의 향나무(천연기념물)’가 대표적인 사례다. 임금이 신에게 제를 올리고 직접 경작까지 하면서 백성들에게 농사의 소중함을 알리는 국가적 기념 공간에 향나무가 있다.

또 다른 천연기념물 향나무는 경북 청송군 장전리의 영양 남씨의 무덤에 있다.

나무철학자 강판권은 ‘나무는 어떻게 문화가 되는가(2019)’에서 “성리학과 관련해서 무덤은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특히 성리학 중에서도 주자학을 신봉한 조선의 성리학에서 무덤과 사당은 효를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조선사회는 국가에 대한 충보다 효를 더욱 중시했다.

따라서 효를 실천한 구체적인 공간인 무덤과 사당에 어떤 나무를 심느냐도 중요한 고려 요소였다”라며 향나무와 사당이 매우 밀접했음을 주장하고 있다.

조선 중기는 성리학 질서를 확립하는데 사당 설치를 장려했다.

위패 대신 그림을 봉안한 영당도 불교 유산이라 생각해 그림을 훼손하는 경우가 조선 전기에 자주 발생했으나 조선 중기부터 사당 확산을 장려한 시대적 분위기에 영정으로 봉안한 것을 용인했다.

특히 임진왜란의 후유증으로 사회질서가 크게 흔들리자 이를 바로잡기 위해 유교식 의례 체계를 상징하는 사당 건립은 중요했다.

고려 문신 최충 영정을 봉안한 해동영당이 선조 때 조성된 이유이다.

당진과 무관했던 고려 문신 최충을 봉안한 해동영당은 당시 유교 의례를 정착시키기 위한 당진 유교학자들의 고민도 엿보였다.

다른 대학자도 많은데 굳이 최충을 선택한 점과 유교와 관련이 깊은 은행나무 대신 향나무를 선정한 점 말이다.

아마도 퇴임 후 높은 학문과 해박한 경륜에 자신의 재산을 출현하여 구재학당(九齋學堂)을 창립해서 신분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학생들을 선발하는 최충의 유학교육에 대한 열정을 높이 사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최충의 업적을 기리고 최충의 문덕(文德)이 널리 퍼지기를 기원하고자 향나무를 선택했을 것 같다.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지역의 뛰어난 인재들을 발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학연과 지연을 통해 만들어진 인물이 아니라 세상을 향기롭게 밝히는 인물이 발굴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최충영당을 만들고 향나무를 심은 이유는 아직도 유효한 셈이다.

당진시 송산면 무수리 산10 : 향나무 558년(2021년 기준)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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