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58] 회화나무를 지킨 마을 공동체의 마음...당진시 송산면 회화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58] 회화나무를 지킨 마을 공동체의 마음...당진시 송산면 회화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1.12.06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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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사진 채원상 기자] 당진 송산에는 두 개의 회화나무가 있다.

조선 중종 때 좌의정을 지낸 이행(李荇)이 관직을 그만두고 당진으로 내려와 심었다고 전해지는 삼월리 회화나무(천연기념물)가 있고, 삼월리 옆 마을 도문리에도 비슷한 수령을 가진 회화나무가 하나 더 있다.

삼월리 회화나무가 역사 속의 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로 채워져 있다면, 도문리 나무는 불명확하고 상호 모순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조선 중종 때 문장이 뛰어나고 서화에 능했던 이행은 높은 벼슬까지 한 뒤, 당진으로 내려와 후손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회화나무를 심었는데 이 나무가 삼월리 회화나무다.

나무가 심어진 동기와 관련된 인물 정보가 정확하다면 나무에 대한 역사 고증부터 생물학적·생리학적 연구나 지원까지 국가로부터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보호수는 짧고 간단한 이야기로부터 추정하고 관련 자료를 중첩해서 봐야 전해오는 이야기를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다.

그래도 빈 도화지에 새롭거나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로 그려내는 작업은 도문리 회화나무와 같은 보호수에 애착이 가는 이유이면서 그 과정이 재미있다.

사람들은 삼월리 회화나무를 ‘학자수’로 부른다.

이행의 뛰어난 업적과 재능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자식들도 이행처럼 살았으며 하는 마음으로 회화나무에 욕망을 심는다.

이에 반해 나무가 죽으면 재앙이 닥친다는 도문리 회화나무의 이야기는 모두가 나무를 살피고 보살펴야 한다는 공동체의 마음이 읽히는 대목이다.

소중하기에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의미로 말이다.

도문리 회화나무는 옛날부터 ‘당산목’이었다.

살아있는 생물이면서 권위가 있는 나무야말로 당산을 상징화하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신수(神樹) 또는 신목(神木)이라 부르며 마을의 풍요와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장소로 활용했었다.

그래서 신목이 죽으면 큰 재앙이 온다라는 이야기는 보호수를 지키지 못하면 마을의 구심점이 사라진다는 위기감과 의무감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아야 타당할 것이다.

그런데 배를 매던 보호수라니...

마을에서 가장 아끼는 당산목에 배를 매단다는 일은 나무에 상처를 주거나 훼손시킬 수 있는 일이다.

당산목과 어울리지 않거나 상호 모순된 이야기다.

송산은 과거 갯가였다.

마을 북쪽은 서해 바다를 끼고 리아스식 해안으로 굴곡진 해안가에 형성된 마을이었다.

고깃배와 중선들이 충분히 오고 갈 정도로 꽤 큰 어촌이었으나 간척으로 수십 년 만에 삶의 방식이 바뀌는 농촌으로 변한 것이다.

아마도 이 간극에서 이야기는 상호 모순된 것처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보호수 이야기는 대부분 유사하거나 제한적이라서 나무 자체보다는 나무를 둘러싼 역사와 인문환경, 이야기의 메시지에 주목해야 한다.

같은 시대에 송산면에 터를 잡고 산 두 그루의 노거수 중에서 도문리 회화나무에 눈이 더 가는 이유는 건강하게 마을을 지키도록 만든 마을 공동체의 마음을 읽었기 때문이다.

당진시 송산면 도문리 376-2 : 회화나무 569년(2021년 기준)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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